‘공포’의 계절에 ‘탐욕’을 사라
‘공포’의 계절에 ‘탐욕’을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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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에서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A사장은 지난해 10월 말 처음으로 펀드에 가입했다. 예금과 적금으로만 돈을 운용한 A사장은 전형적인 보수 투자자였다.
그가 펀드 투자를 결심한 것은 친구의 권유 때문. 사실 A사장은 만나는 사람마다 중국 펀드로 30% 이상 수익을 냈다는 얘기에 마음이 흔들렸던 참이었다. 마침 국내외 증시 상황까지 좋았다.
10월 16일 중국 증시는 최고점인 6000선을 돌파한 직후였다. A씨는 매달 임대 수입 1000만 원을 중국, 한국 등 5곳에 분산투자 했다. 일 년이 지난 뒤 현재 A씨 펀드의 가치는 약 20~30%씩 빠졌다.
A사장만의 얘기가 아니다. 국내 투자자 중 상당수가 증시 끝물인 지난해 10월 펀드에 가입했다. 10월 한 달간 주식형 펀드에 들어온 돈은 12조8000억 원에 달했다.
비단 개미만 상투에 사고 바닥에 파는 게 아니다. 기관도 같은 처지다. 최근 출간된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탐욕과 공포의 게임> 에는 이런 분석이 나온다. 국내 최고로 평가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에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출 때마다 주식을 산 뒤, 목표가를 높이면 파는 ‘청개구리 전략’을 따랐다.
2005년 4월 말부터 올해 4월 말까지 그렇게 한 결과 23%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반대로 그 리서치센터의 의견대로 거래했더니 수익이 거의 나지 않았다.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은 개인이든 기관이든 군집행동을 하며 시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시장이 한창 상승세일 때 올라탔다가 내림세가 뚜렷해지면 덩달아 매도한다는 얘기다.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대다수 다른 시장 참여자들이 흥분에 휩싸여 있을 때 차익을 실현하고 조용히 발을 뺀다. 역으로 시장이 깊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투자 기회를 찾는다. 요즘처럼 온통 비관론 일색인 상황에서 과감하게 주식을 사들인 워런 버핏이야말로 정말 합리적인 투자자일 가능성이 있다.
탐욕으로 달아오른 시장보다 공포에 빠진 시장이 훨씬 높은 투자수익률을 거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핏 같은 투자자는 매우 드물다. 행동주의 투자론은 이런 현실에서 출발한다. 경제 주체가 합리적이라는 전제를 탈피해 탐욕과 공포, 군중심리와 조건반사에 따르는 비합리적인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행동주의 투자론을 구글에서 검색하면 무려 638만 건의 결과가 나올 정도로 해외에서는 널리 연구겴好逾홱? 이에 비해 국내에선 간혹 칼럼에서 부분적으로 소개되는 데 그친다. 포브스코리아가 독자들이 행동주의 투자론에 따른, 즉 다른 경제 주체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수익을 내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준칙을 소개한다. 주식시장을>
‘도마뱀의 뇌’를 피하려면
>> 전문가 의견을 100% 따르지 말라 = 연말이면 증권사마다 내년도 증시 전망 보고서를 발표한다. 지난해 한 대형 증권사에선 간접투자 붐으로 지수가 장기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 목표지수는 2500. 이곳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대부분의 증권사는 1800선을 저점으로 본격적인 2000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연초 지수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영향을 받으면서 1800포인트에 이어 1700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증권사마다 서둘러 목표지수를 낮췄다. 이처럼 전문가는 독자적으로 예측하기보다 시장 분위기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 다수의 의견에 묻어가는 게 안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에게도 감정이 개입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혼자서 튀는 전망을 내놓을 경우 맞히면 영웅이 되지만, 틀리면 해고의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한다. 실제로 2005년 초 지수가 1000선을 넘어갔을 때 마지막까지 홀로 비관론을 펼쳤던 임송학 전 교보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끝내 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 HTS 등 정보의 홍수에서 벗어나라 = “주식시장에 무슨 일이 있거든 연락하게나. 단 전화를 사용하지 말고 편지로 일러주게나.” 가치투자가 존 템플턴 경이 장기 휴가를 떠나면서 대리인에게 남긴 유명한 말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로 투자 판단이 흐려짐을 경계하는 것이다. 행동주의 투자론에선 정보가 너무 많으면 자기 과신에 빠질 확률이 높다고 본다.
즉 스스로 정보를 많이 알수록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다. 투자자는 HTS에 접속하면 현재 시세는 물론 과거 시세, 종목 뉴스, 해외 시장 움직임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보가 많으면 수익률이 높을까? HTS 주문 전 시장수익률 대비 2% 이상 초과 수익을 기록했던 투자자가 HTS 이용 후 시장수익률보다 3% 뒤처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경영대학원의 브랜드 바버 교수의 연구 결과다. 즉 정보가 너무 많으면 자기 과신에 빠져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다.
>> 신상품에 현혹되지 말라 = 국내 금융시장에 정보만큼 많이 쏟아지는 게 바로 신상품이다. 특히 투자자는 해외 상품선물에 관심이 많다. 금 등 원자재나 옥수수, 커피 등 농산물에 투자하는 해외 상품선물은 투자하는 시장만 정확히 알면 투자 위험이 작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탐욕과 공포의 게임> 의 저자 이용재 씨는 “오히려 경제 외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 메리츠증권과 부국증권 상품운용부서에서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을 거래했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경제적 논리에 따라 정직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죠. 사실 상품선물은 거래소의 전체 규모만 클 뿐 거래량이 적어요. 일부 세력이 개입해 시장을 왜곡하기 쉬운 곳입니다.” 주식시장을>
올바른 투자를 위해 해야 할 일
>> ‘이상현상’을 파악해라 = 10월 1일 금값과 달러가치가 동시에 올랐다. 원래 금은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화폐가치가 떨어질 것에 대비한 대체재가 금이었다. 이번엔 달랐다. 금융위기에 따른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달러와 금을 동시에 보유하려는 심리가 강해진 것이다.
금융시장에 ‘이상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인간의 심리 때문이다. 이런 이상현상에 투자해 성공을 거둔 전문가가 있다. 옵션트레이더인 빈진욱 부국증권 부장이다. 지난 12년간 상품운용부서에서 그가 벌어들인 금액은 약 200억 원. 그는 시장이 비이상적으로 상승할 때 투자에 나섰다.
예를 들어 지수가 급격히 오를 땐 비싼 옵션을 팔고 기다린다. 일반적으로 옵션은 과도하게 오른 주가에 거품이 빠지면서 수익을 얻는 것이다. 전설적인 투자가 피터 린치 역시 이상현상을 투자 타이밍에 활용했다. 바로 ‘칵테일 파티론’이다. 칵테일 파티에 참여했을 때 많은 사람이 펀드매니저인 자신에게 주식 자문을 하면 그때는 주가가 오를 만큼 오른 꼭지고, 자신을 외면한 채 치과의사와 충치 상담을 하고 있다면 바닥이라는 것이다.
>> 진정한 가치 투자를 하라 = “주식이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혀 있을 때 주식을 제 값보다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증시가 공포일 땐 더 빠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져가면 더 이득이죠.” 투자정보사이트 팍스넷의 김철상이사의 얘기다. 김 이사는 9년 동안 기업종목을 분석한 가치투자가다.
그는 사업성이 좋은 주식을 쌀 때 사서 수익이 날 때까지 묵혀 둔다. 그가 추천한 종목 중엔 보유 기간이 30년짜리인 제약주가 있다. 그는 “주식투자는 주식을 사고파는 장사가 아니라 해당 기업의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끈기를 갖고 기다리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량기업을 고를 땐 사업구조를 살핀다. 1, 2년 반짝하고 사라질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는 사업인지 보는 것이다. 여기에 독점적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투자 기대감은 더 높다.
>> 빼도 박도 못할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워라 = 고민할 필요가 없도록 뚜렷하고 분명한 투자 원칙을 정해놓으면 감정에 휘둘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마하의 현자’ 버핏은 전 세계가 금융위기로 어려운 요즘 골드먼삭스와 제너럴 일렉트릭(GE)에 투자했다. 자신이 정해놓은 투자 원칙을 그대로 따랐다. 투자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 주가의 높고 낮음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의 주가는 기업의 본질이 아니라, 시장의 의견일 따름이다. 둘째, 주식의 내재가치에 주목한다. 시장의 주가가 그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싸다고 판단되면 사들인다. 셋째, 내재가치가 10달러로 판단되는 주식을 9.95달러에 사지 않는다. 내재가치에 비해 충분히 낮은 가격일 때 매수해야 안전하기 때문이다.
시장을 움직이는 심리 이 책들은 모두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정통 경제학 가설을 뒤집는다. 인간의 심리적 편향이 금융시장을 급등하게 하고 무너지게 만든다고 본다. <탐욕과 공포의 게임> 은 시장 전문가의 비판을 통해 시장 이면에 작용하는 인간 심리를 설명한다. 저자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주식시장을 인간의 두뇌로 전망하는 게 얼마나 리스크가 높은지를 설명한다. 시장 전문가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문가나 개미 모두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유혹, 광기의 덫> 은 군중심리가 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살피고 개인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책에선 지난 17세기 초 네덜란드의 ‘튤립 열풍’ 등 역사적인 버블의 사례를 만든다고 보여주면서 개인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 에선 ‘도마뱀의 뇌(본능)’ 때문에 사람들이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고 봤다. 저자인 테리 번햄 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 해결책으로 “도마뱀의 뇌에 족쇄를 채우라”고 조언했다. (254쪽 김종수의 “이 책은 꼭…”참조) 비열한> 시장의> 탐욕과> 비열한> 시장의> 탐욕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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