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부활 위한 10가지 쓴소리
공화당 부활 위한 10가지 쓴소리
이제 공화당은 2년 후 의회선거에서 반전을 노려야 한다. |
우리는 선거에서 졌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공화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우리의 선거운동도 엉망이었지만 버락 오바마의 득표율은 2000년 앨 고어보다 불과 3.1%, 2004년 존 케리보다 겨우 4.6% 더 높았다. 민주당의 승리는 공화당이 실수를 저지를 때만 지속될 수 있다.
선거 패배는 공화당이 레이건의 전통으로 복귀해야 할지, 아니면 새 개혁 노선을 걸어야 할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졌다. 논객들이 제기한 책임론은 무익하고 불필요한 선택을 강요한다. 공화당이 전통과 개혁을 모두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민초들은 미국이 직면한 새로운 환경에 변함없이 보수적인 원칙을 적용하고 싶어 한다.
내년이 되면 공화당은 무엇을 주장하느냐보다 무엇을 반대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오마바 대통령 당선인과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어젠다를 독점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싸움을 걸어야 하며 싸움을 걸 때도 원칙을 세워야 한다. 앞으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날 때 공화당이 보다 이성적이고 희망적이며 우호적인 당으로 보이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공화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본다.
1. 반대를 위한 반대를 삼가라.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문제에서처럼 오바마가 옳을 때는 그를 지지하고, 무역 문제에서처럼 마음이 열려 있을 때는 설득하며, 세금 문제에서처럼 잘못됐을 때는 반대해야 한다. 이제 공화당은 그가 내린 결정의 결과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2. 의료보험과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안보와 세금 문제에 대해 말할 때처럼 편안하게 말하라. 공화당의 의료보험 제안은 견고하다. 그것으로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민주당의 계획을 압도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명료하고 열정적이며 확신을 갖고 밀어붙일 때만 가능하다. 우리는 미국 가정의 과다한 의료비 부담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개인이 직장을 옮길 때도 계속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소기업들도 보험 가입 시 대기업이 받는 것과 똑같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어디서든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면 의료보험은 왜 그게 안 되는가? 의료보험 시장이 전국적으로 통합된다면 25세의 뉴요커가 펜실베이니아주보다 네 배나 많은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과 가족도 의료보험 가입 시 세금 우대를 받아야 한다. 우리는 의료보험료를 전체적으로 높이는 무분별한 소송도 포기해야 한다.
3. 대테러 전쟁의 승리는 국가 생존의 문제다. 공화당은 테러리스트들과의 싸움에서 오바마의 최고 우군이 되는 동시에 만일 오바마가 나약해지거나 망설이면 확실히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4. 공화당은 비판적인 유권자 집단의 지지를 다시 얻어야 한다. 18~29세의 유권자 3명 중 2명이 민주당을 찍었다. 공화당의 원칙과도 맞는 시장경제 중시형 ‘친환경 의제’가 그들의 지지를 다시 얻도록 해 줄 것이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중남미계 유권자의 비율은 2004년 44%에서 2008년 31%로 줄었다.
만일 젊은 층과 중남미계를 민주당에 내주면 공화당은 주요 정당이 못 된다. 공화당은 국경안보를 확보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일시 체류를 허용하는 ‘게스트워커 프로그램’을 포함한 포괄적인 이민 개혁을 통해 그들의 시민권 취득을 돕고 미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게 하며 미국이 이민에 호의적인 나라가 되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남미계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태도는 자멸적이다. 링컨의 당인 공화당은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는 중남미계, 흑인·아시아계를 끌어들일 도덕적 의무가 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배타적인 태도보다 포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공화당은 도시 교외 지역과 반전원 고급 주택지, 소도시에서는 지지도가 높지만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도시 지역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펜실베이니아·미시간·오하이오주에서 승리하고 뉴잉글랜드에서 재기하려면 특히 그렇다.
매케인은 젊은 유권자들과의 소통에 실패했다. |
5. 이제 공화당의 ‘얼굴’은 의회 내 지도부다. 공화당의 회생 여부도 대개는 그들이 민주당의 의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좌우된다.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으로 의회에서도 일반 의원들의 활동이 중진급이나 차기 대선 후보들보다 더 두드러질 것이다. 따라서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와 존 보에너 하원 원내대표는 설득력이 뛰어난 의원들을 결집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상원에선 리처드 버, 존 카일, 하원에선 폴 라이언, 에릭 캔터, 마이크 펜스, 캐시 맥모리스, 피터 로스캠, 케빈 매카시 등이 그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의회와 행정부가 경제, 세출, 세금, 의료보험, 에너지, 교육, 가치관, 국방 문제와 씨름하는 동안 공화당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6. 훌륭한 후보군은 필수다. 공화당의 부활은 이르면 2010년 초 시작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대선 후 실시된 첫 중간선거에선 대선 패배당이 평균적으로 상원에서 2석을 추가했다. 1966년 이래로는 대선 패배당이 평균적으로 주지사 선거에서 6명, 주 상원에서 63석, 주 하원에서 262석을 추가했다.
2년 뒤 공화당은 그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그러나 강력한 후보군을 끌어들일 때만 가능한 일이다. 그 후보군을 키우는 일은 지금 시작해야 한다. 주지사는 잠재적인 대통령 후보군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립하기에도 가장 좋은 자리이기 때문에 공화당 소속 주지사를 더 늘려야 한다.
주지사 선거와 주 의원 선거가 2010년에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2011년이 되면 지역구가 재조정되면서 주 의회 의원들을 다시 임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대통령 선거인단 중 7명(그리고 주 의회 의석 일부)이 대체로 민주당 지지주에서 공화당 지지주로 옮겨 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하원의 모든 지역구도 재조정된다.
7. 모든 후보의 출마를 굳이 막을 필요가 없다면 2012년 대선 전망도 그대로 내버려 두라. 공화당은 시장의 기능을 신봉한다. 그렇다면 차기 대선 후보에게도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에게는 부통령 후보로 9주간 선거운동을 했을 때보다 더 높은 기준이 요구된다.
유권자들은 그녀의 선거운동이 얼마나 더 나아질지 궁금해한다. 그녀는 영리하지만 알래스카주의 선거 전문가들이 그녀를 전국적인 무대에서도 지구력을 갖추게 할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공화당의 차기 후보가 돼야 할지에 대한 합의는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페일린처럼 일부 선거 전략가가 졸속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 볼 더 많은 후보군을 원하므로 촉망되는 특정 후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언하기보다는 유망한 인물을 키우는 태도가 필요하다.
8. 2012년 대선에 관심 있는 자라면 누구나 2010년 의회 선거를 도와야 한다. 공화당은 자당의 대선 후보들이 공화당 텃밭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선거자금을 끌어모으고, 훌륭한 후보들을 격려하고, 강한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잊으면 안 된다. 페일린, 롬니, 깅그리치, 폴렌티, 허커비, 진달, 줄리아니 등은 만일 또다시 후보가 되고 싶다면 자신의 힘으로 2010년 의회 선거 때 열심히 당을 도와야 한다.
헤리티지재단, 윤리·공공정책센터, 후버연구소, 미국기업연구소, 맨해튼연구소 같은 싱크탱크와 주 단위의 연구소엔 이런 잠재적인 후보들 주위에 포진할 글꾼과 사상가가 많다.
9. 문화도 중요하다. 우리가 낙태반대 등 보수적 가치관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에 괘념치 말라. 이런 가치관은 종종 공화당 자체보다 더 인기가 있다. 초음파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젊은 유권자들은 생명의 가치를 더욱 존중한다. 이번 대선에선 매케인이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주에서 연거푸 졌지만 이 두 주에서는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수정안이 통과됐다.
공화당은 자신의 가치관을 내세우면서 각종 사안에 대해 판단적이기보다는 도덕적으로 진중하다는 인상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 매주 한 차례씩 교회에 다니고 2004년 대선에서 투표한 400만 명을 넘는 미국인이 올해엔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 오바마와 매케인의 표 차 중 절반은 그들 때문에 생겼다.
10. 공화당은 새로운 미디어를 공부해야 한다. 요즘 인터넷으로 뉴스를 본다는 미국인은 70%를 넘는다. 37%는 매일 인터넷으로 뉴스를 접한다. 민주당은 이런 변화를 활용할 도구를 성공적으로 개발했지만 공화당은 여기에 더 많은 시간과 힘을 쏟아야 한다. 2004년엔 공화당이 누렸던 온라인상의 강점도 모두 사라졌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사항은 많다. 그러나 2년 전 의회 선거와 올해 대선 및 의회 선거에서 연이어 패한 정당은 항상 할 일이 많다. 그러나 공화당은 앞에 가로놓인 도전의 심각성에 짓눌려 절망해선 안 된다. 이젠 앞으로 생길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오바마와 의회의 민주당 의원들이 지게 된다.
어차피 미국은 중도우파 국가로 남고, 공화당은 낙관적인 보수주의에 기초한 중도우파 정당으로 남는다. 게다가 정치적 행운은 급속도로 바뀔 수 있다. 1992년 빌 클린턴은 정치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섰다. 그러나 1994년 공화당의 의회 장악으로 패배의 쓴맛을 봤다. 우리는 1994년의 재현에 기댈 수는 없다.
그러나 2010년이 좋은 해가 되도록 조치를 취해 나갈 수는 있다. 그리고 약간의 운과 기술이 있으면 아주 좋은 해가 되도록 할 수도 있다. 이제 민주당은 권력을 손에 넣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들의 운명을 통제한다.
[필자는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 차장 겸 정치고문을 지냈으며 뉴스위크 객원기자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북한군 500명 사망...우크라 매체 '러시아 쿠르스크, 스톰섀도 미사일 공격'
2“쿠팡의 폭주 멈춰야”...서울 도심서 택배노동자 집회
3다시 만난 ‘정의선·도요타 아키오’...日 WRC 현장서 대면
4 신원식 “트럼프, 尹대통령에 취임 전 만나자고 3~4차례 말해”
5‘서울의 아침’ 여는 자율주행버스...26일부터 운행
6‘제조업 자동화’ 가늠자 ‘로봇 밀도’...세계 1위는 韓
7영풍, 고려아연에 배당금만 1조1300억 수령
8KT, 1.6테라 백본망 실증 성공...“국내 통신사 최초”
9'윤여정 자매' 윤여순 前CEO...과거 외계인 취급에도 '리더십' 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