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점심 뒤 오후를 준비하죠
간단한 점심 뒤 오후를 준비하죠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흔히 햄버거나 감자 튀김 등을 사서 갈 때 갈색 봉투에 담아준다. 그래서 이런 음식을 사무실에 가져와 먹는 점심을 ‘브라운 백 런치’라고 표현한다. 무인경비 전문업체인 ADT캡스의 이혁병 회장은 혼자 일주일에 두어 번 이런 점심을 즐긴다.
메뉴는 대부분 피자 두 조각과 스파게티다. 점심 시간을 대개 1시간 30분쯤으로 잡는 이 회장은 20분 만에 식사를 끝낸다. 나머지 시간은 일정을 점검하고 회사 안팎의 일을 챙기며 보낸다. 문화나 예술 기사를 꼼꼼히 읽거나 만화를 보면서 머리를 식히기도 한다. 이 회장은 “어떤 사람은 분초를 다투며 하루를 보낸다지만 점심을 휴식과 정리의 시간으로 보내는 걸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느 CEO처럼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낼 때가 많기 때문에 더욱 한가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CEO라는 자리의 특성상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아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바쁘게 일하기보다 여유를 갖는 게 오히려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사실 평일 낮에 사무실에 있을 때도 결재나 전화곂??회의 등이 밀려 있어 집중하기가 어렵다. 저녁에는 더 바쁘게 마련이다. 일주일에 두어 번은 늘 회사 일로 사람을 만난다. 또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클럽, 한국 마케팅 클럽(KMC), 한국 외국기업협회(FORCA),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 등의 회원이라 여기저기 불려 다녀야 한다.
단골 메뉴는 피자 두 조각과 스파게티
이런 그에게 약간의 자유를 안겨준다지만 단골 점심 메뉴인 피자와 스파게티가 물리지 않을까? 그는 “음식은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고 잘 질리지 않아서 회사에서는 피자를, 집에서는 찌개를 자주 먹는다”며 사람 좋게 웃었다. 게다가 그는 나이에 비해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에 익숙하다.
특히 예전 직장으로 싱가포르에 있는 캐리어 아시아본부에서 1989년부터 93년까지 일할 때 피자를 숱하게 먹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프레젠테이션이 줄을 이었고 야근도 많아 간식으로 주로 피자를 먹었던 것이다. 밤새 일하고 다음날 아침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피자를 꺼내 먹은 적도 많다.
“미국 유학 시절에는 피자를 먹지 않았는데 요즘엔 종종 즐겨요. 먹기 편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맛이 좋더군요.”
미식가는 아니지만 이 회장도 가끔 맛집 순례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포토&컬처 모임에서 만난 정태붕 가이드 어소시에이트 사장과 심찬구 스포티즌 사장 등 8명이 만든 ‘식객’이란 모임에서다. 한 달에 한두 번 점심을 같이 먹는데 지난 12월 초에는 서울 청담동의 뚜또베네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이 회장은 운동과 한두 개 모임에서도 삶의 여유를 찾는다. 해군 장교 출신인 그는 태권도와 합기도 유단자이며 스키, 스노보드, 승마, 산악자전거, 수상스키 등 계절별로 다양한 스포츠를 즐긴다. CEO가 건강해야 기업도 건강하다는 지론에서다. 또 무술 유단자 등 운동을 잘 하는 출동대원이 많은 경비회사의 특성상 직원들과 함께 운동할 기회가 많은 것도 작용했다.
요즘은 수상스키와 스노보드에 빠져 있다는 그는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12월 6일에 수원에서 수상스키를 탔다. 그는 “물보라가 일어 머리에 떨어지면 금세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지만 스트레스 해소에 그만이었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그는 SERI나 KCMC 등에서 주최하는 CEO 공부 모임에 많이 나가면서도 문화와 예술을 접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래서 ‘노미회’라는 모임엔 빠지지 않고 꼭 참석한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사장,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사장, 천호균 쌈지 사장 등이 주축 멤버로 디자인과 미술에 대한 정보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이 회장은 스포츠 활동과 사회봉사 등으로 조직원이 소통하고 하나가 되는 ‘플레잉 경영’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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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와 보람을 찾는 과정에서 서로의 벽을 허물고 친근감을 높이는 플레잉 경영으로 이 회장은 경비회사의 특성인 경직된 조직문화를 확 바꿔놨다. 특히 그가 2002년 3월 회사를 맡기 서너 달 전에 민주노총에 가입한 캡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해 노사 갈등이 극심했다.
이 회장은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구축에 노력하는 한편 재즈 클래스나 수상스키 강습 등을 열어 조직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이와 더불어 전국 통합 콜센터 설치와 CCTV 렌털 등 경비 업계에 새 바람을 불어 일으키는 투자도 많이 했다.
‘플레잉 경영’으로 딱딱한 조직 바꿔
이런 덕에 ADT캡스의 매출 성장률은 이 회장 취임 이후 해마다 현재 시장점유율도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에스원(S1)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2위다. 9월 결산인 이 회사는 경기 침체에도 2009 회계연도의 첫 분기인 10~12월에 목표보다 나은 실적을 올렸다. 불황의 영향이 없진 않지만 무인경비 시장은 주5일 근무제, 맞벌이와 노인 가구 증가, 통합 보안 시스템 확산 등의 요인으로 꾸준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8 회계연도에서도 두자릿수 성장이란 목표를 무난히 달성한 이 회장은 얼마 전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 10월에 ADT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자경비부문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해 중국과 호주를 비롯한 16개 나라의 영업과 마케팅을 총괄하게 됐다. 또 같은 달에 ADT캡스의 모기업인 미국 타이코그룹에서 모든 계열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주는 내부 시상식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하는 경영자로는 5년 만에 처음으로 경영대상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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