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대왕고래' 프로젝트, 항로는 '안갯속'
의혹과 논란으로 뒤덮인 대왕고래
예산 삭감 및 투자금 유치도 숙제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닻을 올렸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동해 심해 가스·석유전’ 개발사업이다. 1차 시추 작업은 지난 20일 새벽 포항 앞바다에서 시작됐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다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됨에 따라 대왕고래 프로젝트 사업에도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대왕고래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탐사 시추’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석유·가스가 대량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가스전 후보지에 ‘대왕고래’라는 이름을 칭했다. 이번 시추 장소는 경북 포항 영일만항에서 50km 떨어진 해역이다.
잡음의 연속 ‘대왕고래’
대왕고래는 지난 6월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을 열고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특정 현안을 주제로 직접 나서 브리핑을 한 것인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 분석을 내놓은 기업은 미국의 액트지오(ACT-Geo)사다. 액트지오는 지난해 말 포항 일원 동해 심해 유망구조에서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분석 결과를 정부에 내놓았다.
이후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국내외 업체 및 민간 전문가 위원회를 통해 액트지오 측 평가에 대한 신뢰성 검증을 거친 뒤 최우선 개발 후보 해역을 선정했다.
윤 대통령의 발표 직후 이 회사에 대한 다양한 의혹도 불거졌다. 액트지오사의 작은 규모가 지적되기도 했고, 세금 체납으로 인해 법인격을 상실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직접 나서 액트지오의 체납 문제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지난 6월 10일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액트지오의 체납세액은 1650달러로 회계사의 착오로 인한 체납이었다고 확인했다”고 논란 진화에 나섰다.
시추 당일에도 잡음은 이어졌다. 이날 경북 포항 홍게 어민들은 ‘대왕고래’ 탐사 시추 작업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 해상 시위에 나섰다. 탐사 시추 시기가 홍게가 가장 많이 잡히는 때이며, 탐사 구역이 홍게 어장과 겹친다는 것이 어민들의 설명이다.
홍게잡이의 경우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성수기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곳 어민들의 경우 이 시기에 잡은 홍게로 1년을 산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32척의 포항지역 홍게잡이 중 80% 정도가 시추 예정지와 가까운 곳에 어구를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넘어야 할 ‘난관’도 수두룩
대왕고래의 첫 단추는 탐사 시추다. 탐사 시추는 석유와 가스가 있는지 파악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시추선은 긴 탐사공을 바닷속 해저 깊이 뚫는다. 석유 및 가스의 부존 여부 및 부존량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왕고래의 1차 시추 비용으로 약 1000억원이라는 비용이 든다. 대왕고래 시추 작업은 이번 작업 외에도 4차례 더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예산이다. 1차 시추 비용의 경우 석유공사가 자체 예산으로 마련했다. 남은 4차례 시추를 진행하기 위해선 약 4000억원이 필요하다. 다만, 이를 감당할 여력은 석유공사에 없다. 현재 석유공사는 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2차 시추부터는 국가 예산 및 해외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 탄핵 여부와 함께 1차 시추 성패도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유업계도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사안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앞서 정부가 공격적으로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홍보를 실시한 것과 달리 지금은 구체적인 진행 사항 등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큰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의 성패에 대한 명확한 사실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야당도 협조적이지 않다. 야당은 국회에서 당초 505억원이었던 시추 사업 예산을 497억원(98%) 삭감했다. 통과된 예산은 8억3700만원 규모인데, 사실상 전액 삭감인 셈이다. 그럼에도 산업부는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12월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산자위에서 잘 조정된 예산이 예결위 단계에서 갑자기 삭감돼 곤혹스러운 입장”이라며 “사업 중단시 발생할 위약금을 생각했을 때 진행을 멈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예산을 위해 경북 포항시의회가 나섰다. 경북 포항시의회는 24일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예산 반영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삭감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의 예산 반영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경북 포항시의회는 이날 열린 제320회 제2차 정례회를 끝으로 올해 회기를 마무리 지었다.
다른 정유 업계 관계자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투자 관련해 고려해야 할 사안은 매우 많다. 정치적 영역도 그 중 하나고, 대왕프로젝트 예산도 전액에 가깝게 삭감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가장 중요한 점은 석유가 실제로 나오느냐의 문제이고, 석유가 발견 된다 하더라도 이를 생산하기 위한 투자금 유치와 경제성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967년 1월에도 대왕고래와 유사한 ‘포항 석유 발견 발표’가 있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회견에서 “경북 영일만 부근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시추 작업이 중단되면서 ‘포항 석유 발견’은 끝내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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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대왕고래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탐사 시추’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석유·가스가 대량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가스전 후보지에 ‘대왕고래’라는 이름을 칭했다. 이번 시추 장소는 경북 포항 영일만항에서 50km 떨어진 해역이다.
잡음의 연속 ‘대왕고래’
대왕고래는 지난 6월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을 열고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특정 현안을 주제로 직접 나서 브리핑을 한 것인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 분석을 내놓은 기업은 미국의 액트지오(ACT-Geo)사다. 액트지오는 지난해 말 포항 일원 동해 심해 유망구조에서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분석 결과를 정부에 내놓았다.
이후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국내외 업체 및 민간 전문가 위원회를 통해 액트지오 측 평가에 대한 신뢰성 검증을 거친 뒤 최우선 개발 후보 해역을 선정했다.
윤 대통령의 발표 직후 이 회사에 대한 다양한 의혹도 불거졌다. 액트지오사의 작은 규모가 지적되기도 했고, 세금 체납으로 인해 법인격을 상실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직접 나서 액트지오의 체납 문제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지난 6월 10일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액트지오의 체납세액은 1650달러로 회계사의 착오로 인한 체납이었다고 확인했다”고 논란 진화에 나섰다.
시추 당일에도 잡음은 이어졌다. 이날 경북 포항 홍게 어민들은 ‘대왕고래’ 탐사 시추 작업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 해상 시위에 나섰다. 탐사 시추 시기가 홍게가 가장 많이 잡히는 때이며, 탐사 구역이 홍게 어장과 겹친다는 것이 어민들의 설명이다.
홍게잡이의 경우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성수기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곳 어민들의 경우 이 시기에 잡은 홍게로 1년을 산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32척의 포항지역 홍게잡이 중 80% 정도가 시추 예정지와 가까운 곳에 어구를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넘어야 할 ‘난관’도 수두룩
대왕고래의 첫 단추는 탐사 시추다. 탐사 시추는 석유와 가스가 있는지 파악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시추선은 긴 탐사공을 바닷속 해저 깊이 뚫는다. 석유 및 가스의 부존 여부 및 부존량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왕고래의 1차 시추 비용으로 약 1000억원이라는 비용이 든다. 대왕고래 시추 작업은 이번 작업 외에도 4차례 더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예산이다. 1차 시추 비용의 경우 석유공사가 자체 예산으로 마련했다. 남은 4차례 시추를 진행하기 위해선 약 4000억원이 필요하다. 다만, 이를 감당할 여력은 석유공사에 없다. 현재 석유공사는 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2차 시추부터는 국가 예산 및 해외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 탄핵 여부와 함께 1차 시추 성패도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유업계도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사안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앞서 정부가 공격적으로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홍보를 실시한 것과 달리 지금은 구체적인 진행 사항 등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큰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의 성패에 대한 명확한 사실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야당도 협조적이지 않다. 야당은 국회에서 당초 505억원이었던 시추 사업 예산을 497억원(98%) 삭감했다. 통과된 예산은 8억3700만원 규모인데, 사실상 전액 삭감인 셈이다. 그럼에도 산업부는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12월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산자위에서 잘 조정된 예산이 예결위 단계에서 갑자기 삭감돼 곤혹스러운 입장”이라며 “사업 중단시 발생할 위약금을 생각했을 때 진행을 멈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예산을 위해 경북 포항시의회가 나섰다. 경북 포항시의회는 24일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예산 반영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삭감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의 예산 반영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경북 포항시의회는 이날 열린 제320회 제2차 정례회를 끝으로 올해 회기를 마무리 지었다.
다른 정유 업계 관계자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투자 관련해 고려해야 할 사안은 매우 많다. 정치적 영역도 그 중 하나고, 대왕프로젝트 예산도 전액에 가깝게 삭감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가장 중요한 점은 석유가 실제로 나오느냐의 문제이고, 석유가 발견 된다 하더라도 이를 생산하기 위한 투자금 유치와 경제성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967년 1월에도 대왕고래와 유사한 ‘포항 석유 발견 발표’가 있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회견에서 “경북 영일만 부근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시추 작업이 중단되면서 ‘포항 석유 발견’은 끝내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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