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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DNA 가진 강소기업들

성공 DNA 가진 강소기업들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커졌다. 그러나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도 성장엔진을 힘차게 돌리는 기업들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불황이라는 모진 파도에 주춤하기는커녕 괄목성장을 거듭하는 ‘강소(强小)기업’이 그들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증권선물거래소와 공동으로 ‘진흙 속 진주’처럼 눈부시게 성장하는 강소기업 20개사를 선정했다.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이 멈추고 있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선진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 빠져들고, 신흥시장도 동반 위축되고 있다.

‘세계 경제는 올해 대공항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한국 경제의 미래 역시 불투명하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올해 성장률을 3.4%로 예상했던 금융연구원은 이를 절반이나 낮춘 1.7%로 조정했다. LG경제연구원도 올해 성장률을 1.8%로 하향 조정했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평균 0.8%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곡(哭)소리’가 가장 크게 나오는 곳은 기업이다. 회사 곳간은 비어가고 돈 구할 곳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어음을 막지 못해 문을 닫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어음부도율 동향 통계를 보면 지난해 11월 전국 부도업체 수는 297개에 이르렀다. 10월보다 24개 줄어들었지만 2008년 들어 두 번째 많은 수치다. 대량 해고와 실직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100만 명에 이르는 대량실업 사태에 대비, 비상계획을 세웠다.


강소기업, 무너진 경제의 지렛대

기업들 역시 임금 삭감·동결, 구조조정 등 비상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문제는 대량실업 사태가 불러오는 경제적 파급효과다. 대량실업은 소비와 실물경기 위축을 초래한다. 이는 또다시 기업의 자금난으로 이어지고, 불확실성을 키운다. 모래 위에 기초를 세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불확실성은 그래서 투자 위축을 부르면서 기업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게 마련이다. 민족 대명절 설날을 맞은 기업 관계자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칠흑 같은 어둠 뒤엔 찬란한 빛줄기가 숨어 있고, 진흙 속엔 진주가 있게 마련이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부실한 거함들이 ‘죽음의 바다’에 줄줄이 빠져들 때, 작지만 탄탄한 쪽배를 타고 순항하는 강소(强小)기업도 있다.

불황이라는 모진 파도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그런 기업들이다. 강소기업이 중요한 것은 무너진 경제의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과연 어떤 강소기업이 있을까? 증권선물거래소와 이코노미스트는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힘차게 ‘성장페달’을 밟고 있는 강소기업 20개사를 선정했다.

추천 작업은 골든브릿지·SK·동부·한양·동양·굿모닝신한·대신·신영 등 8개 증권사가 도왔다. 902개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2008년 1~3분기 누적 매출 150억원, 순이익 2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이 중 매출액·영업이익·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업체를 선정했다.

언론 노출 빈도가 잦은 코스닥 스타지수 편입기업은 제외했다. 진흙 속에 숨어 있는 진주기업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이런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된 기업은 가비아(인터넷 업체), 고영(기계·장비), 디지텍시스템스(IT부품), 메타바이오메드(의료기기), 모아텍(IT부품), 바이오스페이스(의료정밀기기), 삼영이엔씨(통신장비), 슈프리마(컴퓨터서비스), 아이디스(통신장비), 에스엔케이폴리텍(IT부품), 예당온라인(디지털콘텐트), 와토스코리아(화학), 이스트소프트(디지털콘텐트), 인프라웨어(소프트웨어), 한라레벨(운송장비·부품), 화우테크(기계·장비), 휴비츠(의료정밀기기), 희림(건축설계), 컴투스(디지털콘텐트), 파트론(IT부품) 등이다(가나다순). 이들은 코스닥의 차세대 간판기업이자 진주기업 20선(選)이라고 할 수 있다.

코스닥 진주기업 20개사 위상
2008년 1~3분기 누적 실적 기준
■ 코스닥 상장사 902개 중 2.2%
■ 코스닥 상장사 총 영업이익(3조1737억원)의 4.7% 차지(1507억원)
■ 코스닥 순이익 -4178억원·20개사 순이익 1393억원

코스닥 진주기업들의 공통점은 규모는 작지만 과감한 연구개발(R&D)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기술혁신에 성공하거나 신흥 또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업계 최강 자리에 우뚝 섰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 시장을 제패한 이른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는 얘기다.

기계·장비업체 고영테크놀러지는 ‘3D 인쇄회로기판 검사장비’ 분야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주력제품인 3D 납도포 검사기의 시장 점유율은 국내 95%, 세계 30%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다소 낯선 개념인 3D 인쇄회로기판 검사장비란 쉽게 말해 반도체 부품의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시스템이다.

IT부품업체 모아텍, 통신장비업체 아이디스도 자신들의 분야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모아텍의 핵심 제품 ‘스테핑 모터(일정한 각도로 움직이도록 설계된 모터)’는 세계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디스의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는 세계를 평정한 지 오래다.

DVR 100대 중 15대는 아이디스 제품이다. 디지털영상저장장치는 CCTV 화면을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특히 이 장치는 세콤, 지멘스 등 쟁쟁한 기업들이 앞다퉈 사용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강소기업 성장비결은 ‘추진력’

국내 1위 업체도 많다. 통신장비업체 삼영이엔씨는 해상 GPS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80%를 기록하는 등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고, 한라레벨은 상선용 레벨계측 시스템 분야에서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넷업체 가비아는 세계 국가 도메인을 가장 많이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을 뽐내고 있고, 소프트웨어 업체 인프라웨어는 미국 오픈 웨이브, 스웨덴 텔레카, 일본 액세스와 함께 세계 4대 휴대전화 브라우저(응용프로그램) 업체로 꼽힌다.

국내 업체 가운데 유일한 세계 4강이다. 국내 기관 또는 해외 유수의 언론에서 ‘유망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도 많다. 건축 설계업체 희림종합건축사무소는 유럽 최고 권위의 건축종합잡지 ‘빌딩디자인’ 신년호에서 세계 12위 건축설계업체로 선정됐다. 일본 니켄세케이에 이어 아시아 기업 중 두 번째다.

제약업체 메타바이오메드의 ‘치과용 충전재(충치 치료 후에 치아 속을 채워 넣는 물질)’는 지경부의 세계 일류상품에 선정됐고, 디지털 콘텐트업체 예당온라인은 글로벌 컨설팅회사 딜로이트가 선정한 고성장 아태기업 500개사에 뽑혔다. 코스닥 진주기업의 실적도 눈여겨볼 만하다. 2008년을 기준(1~3분기 누적)으로 코스닥 진주기업들의 평균 매출액은 362억원, 영업이익은 75억원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성장세에서만큼은 다른 기업의 추종을 불허한다. 2008년 1~3분기 누적 매출액 증가율은 47%, 영업이익 증가율은 83%에 달한다. 순이익 증가율 역시 78%다. 심지어 200%가 넘는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한 기업도 3곳(삼영이엔씨·바이오스페이스·화우테크)에 이른다. 이들 기업이 기록한 순이익은 특히 눈에 띈다.

코스닥 상장 기업 902개사의 2008년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4178억원. 업체당 4억6300만원의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반면 코스닥 진주기업들은 같은 기간 총 1393억원, 기업당 69억65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줄기차게 외형성장을 이루면서도 내실경영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이들 코스닥 진주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38%에 불과하다. 10% 이하 부채비율의 기업도 슈프리마, 컴투스, 바이오스페이스 등 3곳이나 된다. 단기 융통 가능한 현금이 250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기업(한라레벨)도 있다. 그렇다면 코스닥 진주기업들이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사실 정답은 너무도 평범하다.

▶R&D와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 확대 ▶끊임없는 기술혁신 ▶우월한 제품을 바탕으로 이머징 마켓 공략 ▶독창적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연결 ▶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등이다. 이들에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모범답안을 정열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기를 겪으면서 수많은 불황탈출 비법이 소개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뜨거운 열정과 집요한 실천력이라는 얘기다.

“새로운 환경을 견뎌내기 위한 열쇠는 정열”이라는 스티브 케이스 아메리카 온라인(America Oline) 창업자의 조언처럼 말이다. 코스닥 진주기업들의 ‘불황 속 쾌속질주’는 그래서 경고등이 켜진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스닥 진주기업 20개사 어떻게 선정했나?
8개 증권사 추천 받아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
코스닥 진주기업 선정 기준
◇ 2008년 1~3분기 누적실적 기준 매출액·영업이익·순이익 전년 동기 대비 증가
◇ 2008년 1~3분기 매출액 150억원·순이익 20억원 이상
◇ 매출액, 영업이익률 10% 이상
◇ 스타지수 구성종목 등 제외
◇ 부채비율 100% 미만

증권선물거래소, 이코노미스트 공동기획 ‘코스닥 진주기업 20選’은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올해 1월 14일까지 두 달여에 걸쳐 총 3단계로 진행했다. 2008년 11월 20일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골든브릿지·SK·동부·한양·동양·굿모닝신한·대신·신영 등 8개 증권사가 추천한 1차 후보군 30개 기업을 선정했다.

이 중 스타지수 구성종목에 편입된 기업은 제외했다. 언론 노출 빈도가 잦을 뿐 아니라 성장성 및 유망성이 어느 정도 입증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2008년 증권선물거래소가 ‘우수기업 후원’ 목적으로 IR을 지원한 기업 20개사가 2차로 추천됐다.

1, 2차 후보기업 50곳을 대상으로 ▶ 2008년 1~3분기 누적실적 기준 매출액·영업이익·순이익 전년 동기 대비 증가 ▶매출액 150억원·순이익 20억원 이상 ▶스타지수 구성종목 제외 ▶매출액·영업이익률 10% 이상 ▶부채비율 100% 미만 등의 기준에 맞는 기업을 선별했고, CEO 또는 재무담당자의 면담을 거쳐 최종 20개사를 선정했다.

이번 기획의 총괄책임을 맡은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변상무 본부장보는 “이번에 선정된 20개 기업은 명실상부한 코스닥의 숨겨진 진주기업”이라며 “향후 코스닥의 간판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과 성장동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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