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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순간! 미리 움직여라

기회는 순간! 미리 움직여라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부동산 황제’ 도널드 트럼프도 속수무책이다. 대공황 때는 이보다 더했다지만 부동산과 주식이 동시에 무너져 내리는 초유의 현상 앞에 모두가 아우성이다.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하자. 외환위기가, 9·11테러가, 카드사태가 지나간 뒤 매번 되뇌던 말 한마디가 무엇이었는지….

이런 암흑기가 또 있었을까 싶다. 늘그막에 효자노릇 해 주리라 믿고 사뒀던 집 한 채는 이자 먹는 귀신 된 지 오래고, 비자금 털어 사둔 주식 몇 주는 언제쯤 원금이나 찾을는지 기약이 없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 가지 되뇌어야 할 명제가 있다. 큰 위기가 지나고 나면 누군가 큰 부자가 되어있더라는 선험적 교훈을 잊지 말자. 생각을 바꿔보면 걱정 대신 심장이 뛰는 흥분을 느낄 수 있다.

30평 강남 아파트가 7억원! 전세 끼고 대출받으면 2억원만 있으면 내 것이 된다. 삼성전자, 신세계 주식 45만원! 100만원만 있으면 초유량 주식 2주를 사고도 술 한잔 걸칠 돈이 남는다. 이런 시절이 언감생심 언제 다시 올지 기쁘지 아니한가?

물론 현 단계는 많은 사람의 말처럼 비극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들의 말이 맞다면 개인들은 목숨부지 외에는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위기가 강렬하지만 짧게 지나갈 또 하나의 기회라면 서둘러야 한다. 이리저리 재기만 하다 놓쳐버릴 기회치고는 파이가 너무 커 보이기 때문이다.

투자는 기본적으로 정보를 얼마나 빨리 얻느냐의 싸움이다. 안타깝게도 평범한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정보력 싸움에서 애초부터 소외돼 있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은 체계화된 정보 인프라망을 갖춘 데다 개인투자자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기업탐방’과 ‘IR(투자설명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당 기업의 정보를 제공받는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뉴스나 공시 등을 보고 들은 뒤에야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밥’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나마 개인투자자들이 믿고 의존할 정보는 대중매체밖에 없다. 가끔 주변에서 들려오는 ‘카더라’를 믿었다가 날려먹은 돈이 어디 한두 푼이어야 말이지….

신문을 펼쳐보자.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이틀이 멀다 하고 춤을 춰대는 주식시장 덕에 증권면의 헤드라인은 연일 버라이어티 쇼를 연출한다. 하루는 ‘사방이 악재, 바닥이 안 보인다’며 암흑기를 예언하더니, 다른 날에는 ‘경기부양 기대감, 외국인 매도세 진정되나’라며 장밋빛 청사진을 펼쳐놓는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이런 뉴스를 보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미디어는 속성상 과거는 대부분 정확히 전달해 주지만, 미래는 번번이 빗나간다. 앞서 말한 두 기사에서 각각 ‘사방이 악재’와 ‘경기부양 기대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과거에 해당한다. 하지만 뒷부분의 예측 두 가지는 모두 헛다리를 짚고 말았다.

‘바닥이 안 보인다’던 다음날 코스피는 큰 폭으로 상승했고, ‘외국인 매도세 진정되나’라던 이튿날 외국인은 다시 2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매도로 주식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렇다고 미디어를 탓할 수는 없다. 미디어는 시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한동안 지켜본 뒤 추세가 분명해졌을 때 이를 대중에게 전달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주식시장을 전달하는 데는 ‘뒷북’을 피할 수 없는 속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정보가 느린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를 역이용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들이 일제히 어두운 전망을 내놓으면 ‘이제 오를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상승을 점치면 ‘팔 때가 왔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시행 임박한 자본시장통합법 주목해야

이 방법은 요즘처럼 격변하는 시장에서 종종 기대 이상의 수익을 안겨주기도 한다. 남들과 반대로 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손실을 입는 사람이 대부분인 시절에는 혼자 이익을 본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일종의 꼼수에 해당할 뿐, 투자원칙으로 삼을 만한 방법은 못 된다. 거의 전적으로 운에 의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대중매체가 전하는 소식의 숨은 의미, 즉 흔히 말하는 행간을 읽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최근 경제뉴스 중 ‘MMF 잔액 106조원 돌파’라는 소식을 본 적이 있는가? 이 소식을 전하면서 언론들은 ‘시중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과연 그럴까?

초단기 금융상품의 대명사인 MMF(머니마켓펀드)의 잔액이 급증한 것은 오히려 정반대의 의미일 가능성이 높다. 길어야 몇 달 뒤면 이 돈을 빼서 어딘가에 투자한다는 뜻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미 투자처는 정해졌고,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얘기다. 물론 이 돈이 주식시장으로 갈지, 아니면 부동산이나 금 등 다른 시장에 투입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시중자금이 정기적금 등 1년 이상의 장기금융상품으로 흘러가는 대신 일종의 쉼터 성격인 MMF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지표를 확인한 뒤에 움직이면 늦다. MMF 역시 급증했다는 소식은 활용할 수 있지만, 향후 잔액이 급감했다는 뉴스를 보고 움직인다면 이미 늦는다. 남들 다 투자한 뒤 상투를 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가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시장이 고점에 있고 가장 낙관적인 분위기가 퍼져있을 때 시장에 휩쓸려 들어갔다가 가격이 하락하고 전망이 불확실한 요즘 같은 시기에 떨어져 나오는 것이다. 이 경우 이익은커녕 원금을 회복하는 데도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오히려 주식시장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처럼 보일 때가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자주 오기 힘든 기회일 수 있다. ‘시장전망’은 바닥에 이르렀을 때가 가장 나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또한 공식적인 지표들이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을 알려주기 훨씬 전에 주식시장은 크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꼭 기억해야 한다.

흔히 주식시장은 실물경제보다 6개월 선행하고, 부동산은 6개월 후행한다고 하지 않는가? 통계수치가 경기 개선을 확인해줄 때까지 기다리면 대규모 반등의 시작을 알리는 상승의 신호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며칠 후면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다. 증권업이 새 법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점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주가다. 미래에셋, 삼성증권 등 증권업종 대표주들의 주가는 자통법이 국회를 통과하던 시점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아져 있다. 당시 미래에셋은 20만원, 삼성증권은 12만원이었으니 두 회사의 현재 주가는 당시에 비해 각각 3분의 1 토막과 반 토막이 나 있다. 자통법 시행과 증권업이라는 두 명제를 놓고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는 전적으로 투자자의 몫이다.

현재의 주가가 자통법이라는 호재를 이미 반영한 가격이라고 판단한다면 증권회사 주식은 향후 몇 년간은 쳐다볼 필요조차 없다. 반대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지금의 증권회사 주가는 금융위기에 묻혀 자통법 이후의 성장 가능성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고 본다면 새로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증권업이 지금보다 얼마나 더 성장할 것인지 알 수 없다. 삼성증권이 모건스탠리만큼 커질지, 아니면 노무라증권 수준에 그칠지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확실한 것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확인한 뒤의 주가는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주식시장 예측은 전문가도 불가능

현재 상황에서 투자를 결정하는 데 참고할 만한 ‘시장전망’을 하나 살펴보자. 얼마 전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대표가 한국을 방문해 강연회를 열었다. 그는 강연에서 “지금까지 금융위기는 50%만큼만 진행됐다. 앞으로 실물경제 침체가 금융기관에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나머지 50%가 더 진행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경제 회복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섣불리 투자에 나서지 말 것을 조언했다. 로치 대표의 말에는 양날의 칼이 숨어 있다. 첫째, 추가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 이미 주식을 샀다면 단단히 마음먹고 버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견딜 자신이 없거나 쓸 돈이 급하다면 지금이라도 팔아 치워야 한다.

둘째, 앞으로 6개월 정도 기회가 진행되리라는 예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경제가 회복의 신호를 보내기 훨씬 전에 주식시장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고, 그 기회를 잡을 기간은 짧으면 10일, 기껏해야 한 달 정도에 불과하다. 이 짧은 신호를 포착할 자신이 있다면 아무런 준비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본인이 ‘눈치 9단’이라 자부하지 못한다면 미리 움직여야 한다. 길목을 지키면 반드시 지나가는 기회와 마주치게 되기 때문이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 투자부문 대표 앤서니 볼턴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해 11월 미국 현지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 경험상 주식시장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 단타매매를 시도하지 마라. 그리고 역사를 돌아보면, 시장 상승률이 가장 높은 10일을 놓친 경우 장기수익률이 크게 낮아질 수 있으며, 상승률이 가장 높은 40일을 놓친다면 비참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투자팁
주식도 ‘싼 게 비지떡’
개인투자자들이 함부로 미래를 예단하다 손실을 입는 전형적인 패턴 중 하나는 가격에 집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소위 ‘저평가 우량주’를 찾는다며 싼 주식만 집적대는 방식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주당 30만원에도 못 미치던 약 5년 전 누군가 “삼성전자는 50만원 이상 간다”며 주식을 매입했다면 그는 저평가 우량주를 사들인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주당 100원짜리 코스닥 기업 주식을 “최소한 액면가 500원은 회복하지 않겠어?”라며 사놓은 사람치고 원금을 회복했다는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이런 기업들은 대체로 뻔한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머지않아 대주주가 바뀌고, 새 주인이 이전 대주주를 횡령이나 배임으로 고발한다. 회사는 만신창이가 되고, 코스닥 퇴출 여부를 놓고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당연히 주가는 폭락을 거듭해 어느새 반 토막을 지나 3분의 1 토막이 나 있다. 주가가 싸면 무턱대고 좋아하다 실패하는 또 다른 형태는 ‘낙폭 과대주’에 몰려드는 현상이다. 잘나가던 회사의 주가가 20~30% 떨어지면 어김없이 증권사들이 ‘낙폭 과대주’라며 추천 종목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는다. 하지만 이 역시 귀신도 모를 주가를 멋대로 재단하는 헛된 노력임이 분명하다.

얼마 전 분기실적 발표 후 첫 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40만원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70만원까지 돌파했던 1년 전에 비하면 40%가량 하락한 셈이다. ‘삼성전자’라는 이름이 갖는 중량감을 생각한다면 분명 하락폭이 과다해 보인다. 하지만 5년 전과 비교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삼성전자 주가는 당시와 비교해 오히려 40%가량 올라 있는 상태다. 5년 전 삼성전자는 적자는커녕 반도체와 휴대전화 부문의 수익성이 최고조를 향해 달리던 시기였다. 이쯤 되면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삼성전자는 낙폭 과대주일까, 아니면 오히려 고평가된 상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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