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넘치는 현장, 혁신은 엔진 달았다
자신감 넘치는 현장, 혁신은 엔진 달았다
14만2000명이 사는 광양시. 작고 조용한 도시지만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다. 최근 이곳 주민의 최대 관심사는 백운산에서 나는 ‘고로쇠 물’과 ‘포스코 주주총회’란다. 그만큼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이 지역에서 중요한 존재다. 지난 2월 4일 아침 광양제철소 도금부.
시곗바늘은 8시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팀원 앞에 선 최홍철(32) 대리가 입을 열었다. “2월 4일 아침 VP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의 유머는 나이대별로 부부의 잠자는 모습입니다. 20대는 포개져서, 30대는 마주 보고, 40대는 등 돌리고, 50대는 각방에서, 60대는 어디서 자는지 서로 모르고 잡니다.”
최 대리의 말이 끝나자 부원 몇몇이 웃음을 터뜨렸다. 최 대리가 말을 이었다.
“절반 이상 웃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제가 맡은 업무를 설명하겠습니다. 엔지니어와 분류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품질관리시스템을…(이하 생략).”
“현장 모니터는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최 대리의 업무 발표가 끝나자 황규삼 도금기술개발팀 리더가 질문을 던졌다. 최 대리가 대답하자 다른 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팀원들이 업무 발표를 모두 마치자 최 대리의 선창으로 “파이팅”을 세 번 외치고 팀원들은 자리로 돌아갔다. 정각 9시였다. VP(Visual Planning)란 포스코 혁신활동의 하나로 팀원 각자가 앞으로 한 분기 동안 무슨 업무를 수행할지 월, 주, 일별로 부원 앞에서 계획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업무계획을 보여주는 활동이다. 광양제철소는 매일 아침 9시 업무시작 전 20분 동안 VP활동을 실시한다. 이날 활동 진행을 맡은 최 대리는 “처음 6개월은 괜한 일을 하는 것 같았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효과를 느끼고 있다”며 “발표력도 기르고 내가 할 일을 스스로 고민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불필요한 업무를 간소화해 회의도 많이 줄었다”며 “활동 초기에는 발표를 위해 일부러 업무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습관이 됐다”고 덧붙였다. 분기마다 회사 전략이 발표되면 1박2일 워크숍에서 회사 전략에 맞는 부서 목표를 정한다. 그리고 팀 리더가 담당자를 지정해 주면 담당자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3개월 동안 할 일을 직접 정하는 것이다.
가령 ‘세계 최고 전략제품 품질 경쟁력 확보’라는 회사의 큰 전략이 150개가 넘는 세부 업무로 쪼개진다. 황 리더는 “회사 전체 비전과 전략을 팀원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 VP활동의 목적”이라며 “업계에서 우리나라가 완벽하게 일 마무리를 못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것을 극복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부원들의 사이가 돈독해지는 것은 보너스다. 도금부에서는 업무 발표에 앞서 웃기는 얘기를 해 부원 절반 이상이 웃지 않으면 발표자가 점심을 낸다. 회사 측은 VP활동을 실시한 후 직원들의 성과 몰입도가 86% 증가했다고 밝혔다. 팀 단위 활동뿐 아니라 지난해부터는 임원끼리 모여 따로 VP활동을 하고 있다.
전차 기계실에서 ‘마이 머신 활동’ 중인 화성부 2코크스 현장 직원들. |
월, 주, 일별 업무계획 발표
같은 날 오후 3시 화성부 2코크스 공장. 코크스를 다음 공정으로 옮기는 전차의 기계실에서 마이 머신(My Machine) 활동이 한창이다. 마이 머신이란 현장 노동자가 ‘내 기계’를 직접 관리한다는 뜻으로 설비 청소부터 기계의 성능 개선까지 다 포함하는 혁신활동이다. 이날은 1단계인 청소작업을 했다. 크게 소리쳐야 옆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굉음이 들리는 현장에서 2코크스 소속 기사 예닐곱 명이 전차 기계실을 세척하고 있었다.
마이 머신 활동은 주로 휴무를 이용해 하는데 1인당 한 달에 20~30시간 정도 참여한다고 한다. 작업 마스크를 벗은 박태수(29) 화성부 2코크스 공장 기사는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눈앞에서 기계가 깨끗해지고 매번 문제를 일으키는 기계가 개선되는 것을 보니 결국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기계를 분해해 성능을 원래대로 좋게 만드는 과정에서 전기, 기계, 유압 등 설비에 대한 지식을 공유할 수 있어 자격증 시험을 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마이 머신 활동은 해를 거듭하면서 점차 발전해 왔다. 2006년 초창기에는 청소가 전부였다. 그러다 2007년에는 설비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작업을 진행했고 지난해부터 전 설비를 블록으로 쪼개 3개월마다 한 블록씩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광양제철소 전체는 2700여 개의 블록으로 나뉘어 있다.
3코크스 공장의 김제성 반장은 마이 머신 활동을 벌이기 전의 설비 사진을 보여주며 “녹이 슬고, 볼트가 없어지고, 모터에 먼지가 끼는 등 상태가 아주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마이 머신 명소로 꼽히는 3코크스 공장 공기압축기실에 들어가자 바닥과 벽은 깔끔하게 페인트칠 돼 있고 모든 장비가 제자리에 갖춰져 사진 속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불과 2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일터가 만들어진 것이다. 기존 업무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직원들이 직접 쓸고 닦고 조립한 결과다. 공기압축기실의 천장에 걸려 있는 만국기가 눈에 띄었다. 김 반장은 “원래 공장을 준공할 때 만국기를 단다”며 “처음 공장을 준공했을 때 마음으로 늘 작업장을 깨끗하고 효율적으로 유지하자는 뜻에서 달았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말에는 자부심이 넘쳤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현장 직원들에게서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김수원 QSS 마스터는 “나라가 워낙 어렵다고 하니 심리적으로 불안하긴 하지만 이곳 현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며 “만약 지금 설비를 교체해야 하거나 기계가 고장 난다면 돌발 사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2년 전부터 대비했기 때문에 오히려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힘줘 말했다.
30년 넘게 포스코에서 일한 김기성 화성부 2코크스 공장 파트장은 “1998년 외환위기 때도 어렵긴 했다. 하지만 그때는 수출길은 막히지 않았다. 일을 시작한 이래 지금이 가장 위기이면서 또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혁신이 제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시 무전기에 입을 갖다 댔다.
설비를 재정비하는 것은 결국 원가절감으로 이어진다. 설비가 고장 나면 품질이 떨어지고 리스크는 높아진다. 그만큼 비싼 원재료를 써야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줄인다. 하지만 설비가 안정되면 저렴한 석탄을 써도 목표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도금부의 최 대리, 2코크스 공장의 박 기사. 이들에게 혁신활동은 곧 일이다.
나 하나쯤 열심히 하지 않아도 철강산업과 포스코는 잘 돌아간다는 식의 사고는 이들의 머릿속에 없다. 대신 또 하나의 생각이 더해진다. 바로 배우는 것이다. 이렇게 일, 혁신, 학습이 일체화되면 고성과가 나고 실적이 올라가게 된다.
도금부 팀원들이 VP활동을 펼치고 있다. 패널에 월, 주, 일 업무 계획이 수정하기 좋게 붙어 있다. 왼쪽 끝이 분기, 가장 오른쪽 끝이 일 계획이다. |
24시간 돌아가는 교육동
직원들의 ‘학습’을 돕는 혁신지원센터는 새벽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업무만 24시간 3교대가 아니라 학습도 24시간 돌아가는 것이다. 교육을 담당하는 김명득 혁신지원그룹 팀 리더는 “학습은 혁신을 위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개선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오후 11시~오전 7시, 오전 7시~오후 3시, 오후 3시~오후 11시로 돌아가는 3교대 업무 속에서 직원들은 시간을 쪼개 공부한다.
교육동에서 만난 한 직원은 “도서관에 빈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학습의 목표는 ‘설비에 강한 오퍼레이터를 양성하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2006년 혁신지원센터를 시작하면서 최신 장비를 들여놓는 데만 70억원을 투자했다. 또 자주 바뀌는 현장 시스템 설비에 익숙해지려고 교육동 실습 장비는 늘 현장에 있는 것보다 한 단계 앞선 것을 고집한다.
김 리더는 “자동차 운전자가 자동차 원리를 알고 운전하면 자동차의 수명도 오래가고 교통사고가 나도 바로 대처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설비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계정비산업기사 자격증 획득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격증을 따면 전기, 유압 등의 설비 6계통을 모두 마스터하는 셈이다. 평균 140시간을 공부해야 자격증을 딸 수 있다고 한다.
2007년 144명에 불과하던 자격증 취득자는 2008년 2406명으로 급증했다. 현장직원의 40%가 자격증을 가진 셈이다. 올해는 취득자 비율을 90%까지 높일 계획이다. 김 리더의 말이다.
“강제로 시켜서 하기보다 스스로 필요성을 알고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지요. QSS 마스터 50명은 의무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하게 했어요. 그리고 일반직원으로 확대한 것이지요. 또 부하직원한테만 공부하라고 하면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공장장도 공부합니다.” 자격증을 따면 회사가 50만원과 꽃, 와인을 선물로 준다. 자발적으로 공부하게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감산 결정에 학습 분위기도 시들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감산조업 동안 학습에 매진하겠다는 분위기다. 회사 측은 현장직원뿐 아니라 각 팀 단위로 집중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토론 문화 활발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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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QSS 마스터는 학습동아리를 “회사 목표를 함께 이루고 일, 혁신, 학습을 일체화하기 위한 놀이마당”이라고 소개했다. 재질시험과의 학습동아리 사이트를 보니 일반 온라인 커뮤니티와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인터넷에서 ‘퍼 온’ 게시물도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QSS 활동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토론하고 평가하는 장임을 알 수 있다. 그뿐 아니다. 학습동아리가 활발하게 운영되면서 QSS 활동뿐 아니라 일반 업무까지 이곳에서 의논하게 돼 이제 학습동아리에 들어오지 않으면 일하기 어렵다는 우스갯소리도 돈다.
학습동아리는 토론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온라인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토론하고 그 가운데 중요한 안건은 오프라인 토론으로 옮겨 결정하기 때문이다. 학습동아리는 과 단위로 운영한다. 외주사 학습동아리를 합치면 362개다. 학습동아리를 운영하고 난 뒤 의견 제안 건수가 2007년 16만3032건에서 2008년 21만1708건으로 늘었다.
김 마스터는 “처음에는 동아리별로 활동 정도에 따라 점수도 매겼지만 이제 점수를 매기지 않아도 활발하게 운영된다”고 말했다. 김호신 혁신지원그룹 팀 리더는 “포스코는 혁신활동을 통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위기 대응력을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활동으로 위기를 버틸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리 위기에 대비해 온 포스코는 2008년 매출액 30조6420억원(전년 대비 38% 증가), 영업이익 6조5400억원(52% 증가)을 달성했다. 또 저렴한 원료사용기술 개발, 설비 재활용 등 원가절감 노력으로 7382억원을 절감했다. 2009년 원가절감 목표액은 9584억원이다. 포스코는 지난 1월 열린 CEO 포럼에서 ‘생존’을 넘어 ‘도약을 준비하는 한 해’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혁신활동을 벌여온 40년 역사의 포스코는 위기를 절호의 기회로 만들 전환기에 들어섰다.
‘공감’과 ‘스킨십’이 성공 키워드 혁신활동이 자리 잡기까지… “어떻습니까.” “글쎄요. 아무래도 좀….” 한 달 후, “어떻습니까.” “예, 좋습니다.” 2007년 광양제철소에서 첫 여성 공장장이 탄생할 때 일이다. 허남석 광양제철소장은 서두르지 않았다. 어떤 일을 추진하더라도 직원들이 완전히 공감할 때까지 기다렸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으면 진정한 행동으로 우러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1999년 민영화를 앞두고 전사적자원관리(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프로세스 혁신(PI·Process Innovation) 활동을 추진했다. 하지만 2002년부터 3년여 동안 일과 혁신이 완전히 일치를 이루지 못했다고 자평한다. 원인은 직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데 있었다. 2006년 2월 새로 부임한 허 소장은 직원들이 위기의식이 없다고 판단하고 위기 설파에 나섰다. 상사와 부하직원 간 소통이 우선이었다. 주 5회, 아침 7시면 팀장급 직원들은 허 소장이 연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혁신활동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3분 스피치’를 해야 했다. 허 소장은 중식간담회, 1박2일 워크숍 등을 이용해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직원들과 스킨십을 시도했다고 한다. 2006년 7월 ‘글로벌 NO.1 자동차 강판 전문제철소가 되자’는 비전을 선포했을 때 직원들 마음속에 열정이 자리 잡았다. 한 팀장은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비전 선포가 포스코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고 직원은 물론 직원 가족, 지역주민까지 불러놓고 설명회를 여러 번 개최했어요. 시내에 다니는 택시기사도 광양제철소 비전을 다 알 정도였지요.” 직원 한 명 한 명이 회사의 비전을 완전히 이해했을 때 포스코는 본격적으로 QSS(Quick Six Sigma) 활동과 6시그마 활동을 큰 축으로 한 혁신활동에 주력했다. QSS는 복잡한 통계지식을 요하는 6시그마를 현장직원이 쉽게 실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6시그마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거나 제품이나 서비스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활동의 핵심은 일, 혁신, 학습의 일체화를 통한 고성과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 선포한 비전은 지난해 12월 일본 도요타에 강판을 공급하면서 계획대로 완성됐다. 현재 광양제철소는 2011년까지 이룰 ‘꿈의 제철소’라는 비전을 선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직원들은 칭기즈칸의 “한 사람이 꿈을 꾸면 꿈으로 끝나지만 만인이 꿈을 꾸면 얼마든지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을 가슴에 품고 일한다. |
철강을 넘어 친환경 기술로 포스코의 힘, 기술력 포스코가 창사 이래 불황기를 막론하고 한 차례의 적자도 없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인 기술개발 때문이었다. 국내 일관제철소 기술이 전무했던 1970년대 조업 초기 일본 등 해외에서 이전 받은 기술을 개량화하고 고도화해 조업기술을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선진 철강사들이 후발 철강사들을 견제하며 기술 이전을 피하자 자주기술개발의 필요성을 깨달은 포스코는 1977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1986년과 1987년 포항공대(포스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을 설립해 조업생산성과 원가경쟁력 확보는 물론 자체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계속 노력했다. 1989년 매출액 대비 0.94%였던 연구개발 투자비도 지속 증가해 1990년대 중반 2% 수준까지 높아졌으며 현재 약 1.5% 수준에 이르고 있다.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 결과 포스코는 2007년 5월 세계적으로 풍부하며 저렴한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대량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파이넥스 공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철강 기술사를 다시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이넥스 공법은 철광석이나 유연탄 등 원료를 별도 공장에서 사전 가공해 사용하는 용광로 공법과 달리 자연상태 가루 모양의 철광석과 일반탄을 바로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다. 따라서 원료가공 공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물질을 최소화하고 저렴한 원료사용과 원료가공비, 가공설비 투자비 절감으로 제조원가를 용광로 공법 대비 85% 수준으로 낮출 수 있어 환경친화적인 동시에 경제적인 공법으로 평가 받고 있다. 용광로 공법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은 지난 수십 년간 세계 굴지의 철강업체들이 도전했지만 아직 상용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100년 넘는 제철역사의 후발주자인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포스코는 이로 인해 세계 철강제조기술의 리더십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또 2006년에는 쇳물에서 직접 두께 1∼3㎜의 열연코일을 제조하는 신주조기술인 스트립캐스팅 상용화 기술 개발을 위한 데모 플랜트를 준공했다. 스트립캐스팅 기술은 열간 압연 공정의 대부분을 생략함에 따라 설비 투자비 및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고, 열연부하가 큰 강종에 대해서도 열연 두께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같은 해 포스코는 열연공장에서 조압연을 마친 전후 바(Bar)를 접합해 연속적으로 압연하는 공정인 열연 연연속 압연기술의 상용화에 성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포스코의 기술개발은 철강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차세대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포스코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바로 그린 에너지. 이 중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가 연료전지 사업이다. 포스코는 2003년부터 RIST, 포스텍 등과 함께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또 발전 전문 자회사인 포스코파워를 통해 2005년 4월부터 1년간 미국 에너지회사인 FCE의 발전용 연료전지를 서울 탄천하수처리장과 광주 조선대 병원, RIST 등 3곳에 설치해 사업성을 검증했다. 2007년 11월에는 국내 최초로 남동발전에 상업용 발전용 연료전지 1기를 보급했다. 포스코는 이런 기술력을 기반으로 내년 말까지 1,2단계에 걸쳐 100㎿ 규모의 세계 최대 발전용 연료전지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포항 영일만 배후산업단지에 연산 50㎿ 규모의 발전용 연료전지 상용화 공장을 준공했다. 태양광 발전사업도 빼놓을 수 없는 포스코의 역점 사업이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포항과 광양 사업장 옥상에 1㎿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연간 2500㎽h의 전력 생산과 연간 1600t의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하수와 생활 폐기물을 발전용 연료로 재활용하는 ‘친환경 연료화’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석호 기자·lukoo@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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