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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를 낙관하는 4가지 이유

미국 경제를 낙관하는 4가지 이유


일부 희망의 불씨가 보인다. 도요타 같은 일부 자동차 메이커는 생산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나는 최근 뉴스위크 지면을 빌려 비관론을 펼친 적이 있다. 우리가 왜 글로벌 경제를 암울하게 전망하고, 주가의 하락세를 예상하며, 세계에 전반적으로 큰 어려움이 닥친다고 보는지를 설파했다. 전 세계가 장기 불황과 자산가치 하락의 사이클에 직면했을 확률이 50%라고 말했다. 그리고 잘 돼봐야 1990년대 이후 일본의 불황 수준, 최악의 경우 30년대 대공황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비관론자들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 기사를 쓴 뒤 두 가지 변화가 생겼다. 첫째는, 세계 경제 전망이 더욱 악화됐다는 점이다. 지금은 미국 경제뿐 아니라 유럽과 주요 신흥시장의 경기 하강 곡선이 더욱 가팔라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둘째는 더욱 당혹스러운 변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대책이 많은 투자자로부터 대중영합적인 재분배 세금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자본소득과 배당에 더 많은 세금을 물리고 중산층과 영세민에 세금 감면과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둘 다 투자심리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확률이 50%라는 내 믿음엔 변함이 없다.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가장 심각한 경기 후퇴를 겪고 있으며 앞으로도 회복이 더디고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릴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5000으로, 스탠더드&푸어스(S&P) 500지수가 500으로 떨어지는 불황과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의 종말론은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주가가 큰 상승장을 맞기 직전일 수 있으며 미국 경제가 올해 말 회복세로 돌아설지 모른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하겠다.




1 강력하고 신속한 처방전. 금융시장의 공황과 세계 경제의 붕괴에 이른바 당국자들(중앙은행과 세계 각국 정부)이 허를 찔렸다. 따라서 대응이 느렸지만 그래도 1930년대의 미국 당국 또는 1990년대 일본 당국보다는 훨씬 빨랐다. 과거의 두 사례에선 당국자들의 행동이 굼떴을 뿐 아니라 심각한 정책적 과오까지 범했다.

세율을 올리고 관세를 부과하고 병든 금융 시스템을 방치했다. 지금은 그런 과오의 배경을 잘 알고 있다. 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그와 관련한 책까지 펴냈다. 이번엔 당국자들이 사상 유례 없는 규모와 범위의 강력한 재정·통화 부양책을 동원했다(이는 아주 중요하다).

세계 각국이 금리를 대폭 인하했으며 새로운 재정적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는 나라가 매주 늘어난다. 이런 조치가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금리 인하와 통화 공급 확대가 특효약이긴 해도 약효가 나타나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 걸린다. 재정정책은 더 빠르지만 이행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

당국의 조치는 늦봄께 효력을 나타내기 시작해 달이 바뀔수록 경기부양 효과가 커질 것이다. 미국의 재정적 경기부양책은 올 2분기와 3분기 각각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포인트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한마디로 세계 경제가 하락세를 멈추고 시간이 흐를수록 호전된다는 말이다. 비관론자들의 말처럼 우리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죽음의 악순환에 빠져 있지 않다.


미국의 자동차 딜러와 주택 건설업자 설문조사에서 수요가 약간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2 악재는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다. 세계 주가는 2000년 이후 하강 곡선을 그려 왔으며 인플레를 반영하면 60~70% 하락했다. 세계 경제의 어려운 실상은 신문 1면에 소개된다. 따라서 악재는 익히 잘 알려졌으며 주가에 거의 충분히 반영됐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미국의 단기국채 수익률은 지난 10년간 주가를 크게 앞섰으며 둘 사이의 관계는 80년대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1980년대는 주식시장에 뛰어들 절호의 기회였다. 1982년은 역사상 가장 큰 상승장의 출발점이었다. 격동의 100년이었던 20세기 내내 미국 주식의 연간 실질 수익률은 6.9%였던 반면 단기국채는 1.8%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스웨덴은 연간 8.2% 대 2.3%였으며 독일은 3.7% 대 마이너스 2.3%, 일본은 5% 대 1.6%였다.

정부가 역사상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을 찍어내고 있는 시점에 누가 부동산이나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고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주려(국채 매입) 하겠는가? 돈을 더 많이 찍어내면 종국에는 늘 물가와 금리가 오르게 된다. 물론 채권에는 나쁜 소식이다.



3 주식시장은 염가 세일 중. 인플레나 금리와 비교할 때뿐 아니라 절대적인 관점에서도 현재 주가는 보는 이의 기준에 따라 싸거나 아니면 아주 싼 편이다. 미국 S&P 500의 주가수익률은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계산할 때 이미 쪼그라든 수익의 9배가량이다. 2000년 거품이 꼭짓점에 달했을 때 그 비율은 20배에 가까웠으며 2007년 가을 회복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는 15배 선이었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의 주식 투자 수익률은 국채보다 높다. 장기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회사 유보이익의 척도)과 주가매출액비율(PSR)은 실적을 나타내는 최고의 예고지표였는데 현재 아주 높은 가치를 보여준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에 좋다는 말이다.



4 비관론이 지나칠 만큼 넘친다.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이런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전망이 극히 어두웠던 1974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막 패한 참이었고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렸다. 사람들은 초인플레와 경기 침체에 허덕였고 도시들은 흑인 폭동으로 불타고 있었다.

그래도 요즘처럼 비관적이지는 않았다. 일시적으로 머니마켓펀드(MMF)에 머무는 부동자금이 미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43%로 사상 최고수준이다. 실질 금리는 제로이며 리스크 회피 목적의 헤지펀드는 어느 때보다 자금이 많다. 사모펀드는 소유자들이 리스크를 원치 않아 그야말로 거저 내놓은 형편이다.

이는 모두 사람들이 시장을 얼마나 비관적으로 내다보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40년간의 경험을 통해 나는 모두가 앞날을 비관하고 그런 전망에 따라 행동할 때야말로 조금씩 주식을 사모아야 할 때라는 교훈을 얻었다. 지금은 시장과 반대로 움직이면 효과를 본다. 주가 사이클의 바닥은 이론상 비관이 극에 달한 시점이다. 반드시 호재가 아니라도 주가가 반등하기 쉽다. 이미 시장에 반영된 재료보다 더 나쁘지만 않으면 된다.

이미 몇 가지 희망의 불씨가 보인다. 석유 소비국의 경우 큰 폭의 유가 하락은 대규모 감세와 비슷한 효과가 있다. 소비도 감소세를 멈추고 게걸음을 하기 시작했다. 재고 수준도 아주 낮아져 현재의 위축된 수요를 맞추는 데도 생산을 늘려야 할 정도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생산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으며 미국의 자동차 딜러와 주택 건설업자 설문조사 결과도 호전됐다.

지난주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석 달 연속 상승했다. JP모건이 발표하는 글로벌 제조업 PMI는 지난 2월 두 달 연속 상승했으며 신규 주문 지수도 오름세로 반전됐다. 이런 지수들은 아직 경기 침체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변화율 이른바 2차도함수(second derivative)는 호전됐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여전히 하락하고 있으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압류도 증가세다.

그러나 실수요자들이 집을 장만하기 꽤 수월해져 기존 주택 판매가 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주택담보 대출 조건의 대대적인 혁신을 제안 중이다. 비관적 전망의 마지막 처방전은 찰스 매케이의 고전 ‘대중의 미망과 광기(Extraordinary Popular Delusions and the Madness of Crowds)’의 개정판에 1932년 버나드 배럭이 올린 서문에 잘 표현돼 있다.

“1929년 주가 폭락 이전의 유감스러운 신경제 시대에 초기 투자자들이 ‘둘 더하기 둘은 여전히 넷’이라는 사실만 망각하지 않았어도 재앙은 피했을지 모른다.” 배럭은 마찬가지로 1932년 짙게 드리워진 먹구름 속에서도 “많은 사람이 어디가 바닥인지 몰라 불안해하기 시작할 때 ‘언제나 바닥은 있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썼다. 그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필자(Barton Biggs)는 수년간 월스트리트의 일급 투자전략가였으며 지금은 트랙시스 파트너스 헤지펀드 책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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