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1위 “우린 우릴 조련한다”
아시아 1위 “우린 우릴 조련한다”
1950년 출생 국민대 경제학과 78년 유한킴벌리 입사 여성위생용품사업 총괄부사장 동남아시아 시장개발 총괄부사장 2007년 8월~ 유한킴벌리 사장 |
유한킴벌리와 남양유업, 매일유업, 오뚜기의 공통점은 뭘까. 모두 사옥 없이 남의 빌딩에 세 들어 사는 기업이란 점이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무주택자(?)가 된 게 아니다. 공장은 필요해도 사옥은 필요하지 않다는 창업주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유한킴벌리는 1970년 유한양행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가 미국 킴벌리클라크와 합작회사를 설립한 이후 단 한 번도 본사 빌딩이 있었던 적이 없다.
현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해성빌딩 7개층을 12년째 임대해 살고 있다. 사옥만 없을 뿐이지 유한킴벌리는 매년 흑자를 내는 알짜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넘었고, 당기순이익은 1153억 원에 달한다. 주요 생산 품목은 유아용품, 가정위생용품, 여성위생용품, 산업위생용품, 병원위생용품 등이다. 유아용품과 가정위생용품의 대표 제품은 하기스와 뽀삐다.
특히 뽀삐는 국내에 선보인 지 36년 된 장수 제품. 여성위생용품인 화이트, 좋은느낌, 애니데이, 디펜드 등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2007년 8월 취임한 김중곤(59) 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그는 78년 유한킴벌리 기획조정실 사원으로 입사해 재무총괄 전무, 여성위생용품사업 총괄부사장, 동남아시아 시장개발 총괄부사장 등을 거쳐 사장이 됐다.
현업에서 잔뼈가 굵어 회사 구조나 사업 방향성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김 사장은 “금융위기 여파로 실물경기가 지속적으로 나빠지면서 연초 이후 회사 경영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티슈, 기저귀 등은 필수소비재로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수요가 줄고 있어서다.
김 사장은 “이번 금융위기를 기회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이미 외환위기 때 교대근무제를 도입해 위기를 이겨낸 경험이 있다. 당시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80~90%에 달하던 공장 가동률이 60%대까지 떨어졌다. 기계가 멈추면서 노는 사람이 생겨났고, 직원들은 해고 불안에 휩싸였다.
이때 회사는 인력 감축 대신 4조 2교대 근무제로 시스템을 바꿨다. 하루 8시간씩 3개조가 일하던 방식을 하루 12시간씩 2개조가 일하고 2개조는 쉬게 했다. 대신 직원 교육 시간을 늘렸다. 평생 학습체제를 도입해 연평균 300시간 이상 사내 교육을 했다.
그 결과 회사는 외환위기를 무사히 넘겼고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외환위기 당시 시간당 2만5000개가 생산되던 제품은 지난해 말 기준 4만7000개로 두 배가량 늘었다. 김 사장은 인재 교육은 물론 신규 투자에도 나설 계획이다. 투자 전략은 공장 증설과 신제품 출시 두 가지다. 공장은 이미 지난해 말 충주 공업단지에 부지를 마련했고, 올해 말부터 공사에 들어간다.
약 208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다. 2011년께 충주 신공장이 완공되면 유한킴벌리는 군포, 김천, 대전 등 네 곳에 공장을 갖게 된다. 새롭게 뛰어든 사업은 화장품이다. 김 사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그는 “유한킴벌리가 성장하기 위해선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하기스, 티슈, 여성위생용품 등 주력 제품이 각각 시장점유율 50%를 넘으면서 매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다.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은 대부분 피부와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기저귀는 아이의 연약한 엉덩이가 닿았을 때 따갑지 않도록 제품 표면에 로션 처리를 한다.
30년 이상 피부에 자극 없는 제품을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피부를 보호하는 노하우를 쌓게 됐다. 2007년 7월 오랜 연구 결과로 나온 제품이 바로 ‘그린핑거’다. 유아용 전문 화장품으로 ‘숲의 건강한 생명력을 지닌 자연의 손길’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제품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김 사장은 고객 반응에 자신감을 갖고 4세에서 10세까지 사용하는 아동용 화장품 ‘그린핑거 마이키즈’를 지난해 10월 선보였다. 외부 활동이 많은 어린이를 위해 수분과 영양 성분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지난해 말 국제 시장조사기관인 AC닐슨에 따르면 이 분야 시장점유율이 20%를 넘었다.
투자 강화 전략엔 해외 진출을 빼놓을 수 없다. 유한킴벌리는 2003년부터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중국, 일본, 러시아, 중동, 유럽 등 51개국에 기저귀, 여성위생용품, 병원위생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해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하기스로 지난해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는 “앞으로 유한킴벌리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신규 투자로 국내 위생·건강용품 1위 기업에서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시장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숫자로 본 유한킴벌리 1조 원 2008년 처음으로 매출 1조 원 돌파 22% 신제품 화장품 ‘그린핑거’ 출시 1년 6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22% 달성 50% 2008년 기준 기저귀,여성위생용품 등 주요 제품 시장 점유율 50% 넘어 51개 2003년 해외 진출 이후 중국, 일본, 러시아 등 51개국에 수출 2080억 원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충주 공장에 2080억 원 투자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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