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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Word] “경기 바닥 치려면 1년 더 기다려야”

[The Last Word] “경기 바닥 치려면 1년 더 기다려야”

미국 뉴욕대 경제학 교수 누리엘 루비니는 2006년 국제통화기금(IMF)의 한 연설에서 글로벌 경기 거품의 붕괴를 경고했다. 당시 다른 경제학자 대다수는 그의 경고를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그에게 ‘닥터 둠(비관론자)’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하지만 결국 그의 경고는 현실로 드러났다. 랠리 웨어머스 뉴스위크 기자가 루비니를 만나 경제의 추가 하락과 회복에 관한 전망을 들었다.



현재 경제 상태를 어떻게 보나?
지난 두 분기 동안 경기 위축의 정도는 둔화됐다(연간으로 환산하면 마이너스 6%). 낙관론자들은 벌써부터 미국 경제에 플러스 성장의 ‘새싹’이 움트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3분기에는 플러스 성장을, 4분기엔 3분기 대비 2% 성장을 예측한다. 또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2%를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난 이런 낙관적인 여론과 달리 경기 위축이 지난 두 분기의 마이너스 6%에서 올 4분기엔 마이너스 2%로 둔화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0.5%로 전망한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더라도 체감 경기는 여전히 침체 상태에 머무를 것이다. 또 경기가 바닥권에 도달하는 시점은 앞으로 3개월 후가 아니라 내년 초나 중반이 될 것이다.



‘닥터 둠’이라는 별명이 실감나는 전망인데.
아니다. 난 ‘닥터 둠’이 아니라 ‘닥터 리얼리스트(현실주의자)’다. 6개월 전엔 (회복 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L자형 ‘준공황’을 우려했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미국과 여타 국가들의 적극적인 정책 덕택에 L자형 준공황의 위험이 30%에서 15~20%로 떨어졌다. 우리는 현재 (경기가 바닥 상태에 오래 머무르는) U자형 경기 침체의 한가운데에 있다.



오바마 정부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나?
오바마 정부를 믿는다. 정부가 출범한 지 30일 이내에 8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주택담보대출과 주택차압 문제 해결을 위한 새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은행 구제 계획을 발표했을 땐 주식 시장이 급반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세 프로그램에는 각기 결함이 있다. 경기부양책은 이른 시일 내에 효과를 낼 만한 전략이 미흡하다. 또 주택담보대출은 대출 원금의 액면가 하향 조치가 필요할 듯하다. 그리고 은행 구제계획과 관련해서는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끝나고 나면 심지어 일부 대형 은행의 경우에도 정부가 ‘독성 자산’을 매입하기 곤란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밝혀질 듯하다. 이런 은행들은 국가가 임시로 인수해 체질을 개선한 다음 민간 에 되팔아야 한다.



부실 은행을 국유화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국유화’라는 말이 거슬린다면 ‘임시 인수’라고 불러도 좋다.



계속 쌓이는 은행의 적자는 어떤가?
단기적으로는 지지한다. 은행의 재정적자가 없다면 경기침체가 장기불황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은행 적자에는 큰 대가가 따른다. 공공부채가 수조 달러 증가해 국내총생산(GDP)의 40%에서 80%로 늘어날 것이다. 그런 공공부채를 감당할 방법은 몇 안 된다. 채무불이행과 부자세 징수를 제외하면 ‘인플레 세금’을 부과하거나 고통스러운 정부지출 삭감과 증세를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쪽도 정치적으로 구미가 당기는 선택은 아니다.



다음 경제 성장 사이클을 주도할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어려운 질문이다. 지난 25년 동안 미국 고도 성장의 특징은 자산과 신용의 거품이었다. 다음 경제 성장은 지속 가능하고, 거품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야 한다. 거품이라면 이미 신물 날 정도로 경험했다. 부동산 거품부터 신기술 거품, 주택 거품, 헤지펀드 거품, 사모펀드 거품, 원자재 거품, 심지어 미술품 거품까지. 지금은 그 모든 거품이 꺼졌다.



당신이 다른 경제학자들과 다른 점은?
사람들은 흔히 소수의 의견보다 다수의 의견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엔 다수의 의견이 틀렸다. 거품이 한창일 때는 정확한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은 약세장의 일시적 반등인가, 아니면 경제 회복의 조짐인가?
새로운 바닥에 도달할 때마다 바람직한 시장 수준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1년 전엔 진짜 바닥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근접했다. 경제가 바닥에 가까워질수록 증시엔 희망의 서광이 비친다. 하지만 최근의 주가 상승은 약세장의 일시적 반등이다.



세계 최고의 미국 국채 보유국인 중국이 달러 보유액의 증대를 재고하리라고 보나?
단기적으로 중국은 외환보유액과 달러 보유액을 더 늘릴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을 경우 위안화의 가치가 상승해 수출이 급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중국은 달러 보유액을 계속 늘릴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통화와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었다. 중국은 아르헨티나 등 몇몇 국가와 양자 간 무역협상을 맺어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거래한다.



중국이 달러화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하나?
그렇다. 서서히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중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한 달 사이에 10년 동안 한 일보다 더 많을 일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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