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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 에너지 개발 사업에도 진출

신재생 에너지 개발 사업에도 진출

기사회생을 넘어 승승장구 끝에 천덕꾸러기가 용이 됐다. 윈드타워 생산 세계 1위 기업 동국S&C는 화려하게 변신에 성공했다. 모기업인 동국산업은 냉각압연, 철구조, 건설 등 소위 굴뚝산업으로 일컬어지는 거의 모든 사업부문을 거느렸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채산성이 떨어지는 건설, 철구조물, 엔지니어링 사업부를 분사했다.

2001년 자회사 ㈜동국S&C가 태어난 배경이다. “좋은 말로 분사지 정리를 당한 꼴이었다”고 정학근 동국S&C 대표이사는 말했다. 유럽과 미국, 일본이 주도하는 풍력발전 시장은 10년간 연평균 성장률 30%를 넘나들었고 2030년께면 현재보다 수요가 60% 이상 늘어난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낮고 환경오염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탄소 배출권 매매로 이어져 풍력발전의 경제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풍력발전 하면 가장 먼저 기둥과 프로펠러가 떠오른다. 거대한 기둥, 즉 윈드타워가 동국S&C의 주력상품이다. 윈드타워는 풍력발전 설비비용 의 26%를 차지해 가장 높은 원가비중을 차지한다.

동국S&C는 설립 10년이 채 안 돼 일본 윈드타워 시장 점유율 70%, 생산량 세계 1위(단위공장 기준), 매출신장률 1300%라는 놀아운 기록을 세웠다. 모기업조차 포기하는 심정으로 분가시켜 내보낸 회사가 어떻게 이런 성과를 거뒀을까? “아무리 길이 안 보여도 잘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정 대표는 말했다.

동국S&C의 강점은 20년 넘게 철구조물을 만들면서 쌓아온 용접기술의 노하우였다. 흔히 사람들은 쇠붙이에 열만 가하면 그만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용접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요구되는 섬세한 기술이다. 사람 손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 기계화나 자동화에도 한계가 있다. “기술이 부족하면 쇠가 뒤틀리거나 변형돼 쓸모가 없어진다”고 정인교 동국S&C 철강사업부 과장은 말했다.

더구나 윈드타워는 원통으로 휘어진 커다란 철판 여러 개를 용접으로 이어 붙이게 되는데 200t이 넘는 프로펠러와 발전기가 머리에 얹어져 끊임없이 돌아가기 때문에 수직・수평・회전 진동 모두를 이겨낼 고난도의 용접기술이 필요하다. 동국S&C로서는 안성맞춤인 기술인 셈이다.

그러나 동국S&C가 뭘 알고 일부러 윈드타워를 찾아 나서지는 않았다. 국내시장은 희망이 없었던 터라 수출이 살길이라고 생각한 경영진은 직원 몇 명을 내보내 미국 서해안 항구를 돌아보게 했다. 수출야적장은 보지 말고 수입품이 쌓여있는 곳만 보라고 했단다. 뭐가 됐든 용접기술로 만들어낼 아이템을 찾는 것이 과제였다.

며칠이 지난 뒤 파견된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엄청나게 커다란 하얀 기둥들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윈드타워라고 하는데 풍력발전소에서 쓴다고 합니다.”당시 포항공장 총공장장으로 분사업무를 총괄하던 정 대표는 이거다 싶었다. 그는 곧바로 “관련협회 사이트에다 윈드타워를 만들어준다고 글을 올려놓으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전혀 경험이 없는 일이었지만 자체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충분히 채산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행운의 여신이 그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인터넷을 보고 미국의 한 업체가 연락해 온 것이다. 플로리다에너지였다. 알고 보니 풍력발전소 전체를 설계하고 발주하는 회사로 부품업체는 몇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만나기 힘든 거물기업이었다.

하지만 행운이란 언제나 얄궂은 법이다. 당장 생산에 들어가자고 찾아온 플로리다에너지 측에 보여줄 게 아무것도 없었다. 교량용접은 수도 없이 해봤지만 윈드타워 생산경험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미국 회사의 담당자들은 머리를 좌우로 살래살래 흔들었지만 계약시한이 촉박했던 터라 일을 맡기겠다는 과단성을 발휘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 세계시장은 윈드타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플로리다에너지는 조건을 하나 붙였다. “연말까지 타워를 납품하지 못하면 지난 20년 동안 미국 정부한테 받아온 세제혜택을 전부 물어내라”는 단서였다. 이 돈은 모기업 동국산업을 다 팔아도 만들어낼 수 없는 액수였다.

회사에 난리가 났다. “다 같이 망할 일 있느냐”며 모두 반대했다. 동국산업 장상건 회장이 정 대표를 불렀다. “정말 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럼 한번 해보라는 최종승인이 떨어졌다. “아마 회장님은 시제품이 나올 때까지 몇 달 동안 발 뻗고 주무시지 못했을 겁니다.”

이렇게 첫 사업을 수주하고 윈드타워 제작에 들어가면서 비로소 ㈜동국S&C라는 이름으로 공식법인이 세워졌고 정 공장장이 대표이사가 됐다. 윈드타워는 회사 전체매출의 90%를 넘게 차지하는 효자상품으로 2003년 1000만 달러, 2005년 3000만 달러, 2006년 7000만 달러, 2007년에는 1억불 수출탑 수상의 성과를 냈다.

증권가 보고서에 따르면 요즘 동국산업의 주가가 상향 조정 중이다. 100% 자회사인 동국S&C의 폭발적 성장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동국S&C도 올 6월 코스닥 상장을 눈앞에 두었다. “동국S&C의 성공비결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는 기술력이 뛰어나고 유럽이나 선진국 공장들보다는 생산단가가 낮은 가격경쟁력에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윈드타워 시장에 빨리 진입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성공요인”이라고 정근해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탁월한 안목에 의한 선점효과가 성공비결인 셈이다. 하지만 정학근 대표는 이에 ‘징검다리 경영론’을 이야기한다. “징검다리는 돌을 하나 디디고 그 다음 돌을 찾아야 한다.

우리한테 용접기술이라는 디딤돌이 있었기 때문에 윈드타워라는 그 다음 돌을 디딜 수 있었다.” 지금 동국S&C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한창이다. 이미 엔지니어링사업부는 신재생에너지사업부로 옷을 갈아입었다. 철구조사업이 윈드타워로 이어졌고 여기에 건설과 엔지니어링이 더해져 신재생에너지 개발로 새로운 사업방향이 설정됐다. 정 대표의 표현대로라면 다음 디딤돌이 마련된 셈이다.

“미국 현지공장 세워 시장 넓힐 터”
Q&A 정학근 대표 “풍력발전소 설계・건축 노하우도 비축”
동국S&C 포항공장에 들어서면 지난해 5월에 신축한 깨끗한 본사 건물과 함께‘꿈・희망・미래’라는 글자가 새겨진 60m의 풍력타워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원래 본사는 서울이고 공장만 포항이었지만 2007년에 포항으로 살림을 합쳤다.



타워는 홍보용인가?
아니다. 전력을 생산해 사무실에서 쓴다. 물론 홍보효과도 있다. 가장 중요하게는 직
원들 연구용이다.



발전소를 직접 지을 건가?
이미 지었다. 영양풍력발전소,신안해상풍력발전소 등이 우리 작품이다. 태양광도 남원과 영월에서 준비 중이다. 이미 윈드타워를 넘어 신재생에너지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본사 건물도 신재생에너지 사옥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옥이 뭔가?
지열을 활용해 사옥 내 냉난방을 가동한다. 연간 전력비 62%를 아낀다. 옥상의 사내
태양광발전소는 30kw/h를 생산해 전력을 판매도 한다.



창립스토리가 드라마틱하다. 모기업까지 위험했다.
대형 사고를 친 셈이다(웃음). 1977년 포항공장에 입사해 총 공장장까지 맡았다. 현장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 물론 철구용접 세부기술까지는 모르지만 매니지먼트만 잘하면 승산이 있다고 확신했다. 항상 현장의 기능은 최고라는 믿음이 있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고 고비도 많았겠다.
당시 우리 회사 노조가 굉장히 강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노조를 해체시켰다. 노조
를 없애고 근로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욕 들은 건 말로 다 하기 힘들다. 한달 동안 파업 때문에 공장 문을 아예 닫아걸었다. 하지만 수출주력으로 방향을 정한 마당에 노조를 안고 갈 수는 없었다. 선적할 배가 기다리는데 파업 때문에 납기일을 못 맞추는 일이 발생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설득하고 새롭게 출발했나?
매일 밤 농성장을 찾았다. 솔직하게 털어놓는 방법 말고는 없었다. 회사를 만들어줄 테니 일을 갖고 나가라고 했다.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이니 근로자들도 결국에는 제안을 수락했다. 오랜 세월 공장에서 한솥밥을 먹어온 사이라 그나마 가능했지 싶다.



생산라인에 나이 지긋한 근로자들이 눈에 많이 띈다.
바로 그들이 외주업체로 독립해 나간 근로자다. 우리는 소사장이라고 부른다. 경험과
노하우는 최고인 사람들이다.



지금 금융위기 때문에 모든 산업이 어렵다. 동국S&C는 어떤가?
지금은 유럽과 미국 은행이 좀 막혀있는데 하반기에는 풀릴 것 같다. 풍력사업 전망은 매우 밝다. 온갖 통계가 증명하지 않나? 한국이나 미국 대통령 등 세계 지도자들이 모두 풍력에 관심이 매우 높다는 요인도 긍정적이다.



프로펠러와 터빈을 포함한 윈드타워 풀세트의 생산이 다음 순서 아닐까?
연구와 투자를 계획했다.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뛰어난 국내 업체를 활용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접었다. 제품이 좋아도 우리 브랜드파워로는 해외 유명기업들과 싸움이 안 된다. 현대나 삼성, 포스코 정도는 돼야 가능할지 모르겠다. 기업운영은 욕심만으론 안 된다. 그보다 윈드타워 공장을 미국 현지에 세워 시장을 넓혀갈 생각
이다.



재생에너지라면 연구개발 투자가 엄청날 텐데 어떻게 진행되나?
물론 우리가 풍력이나 태양력을 근본적으로 연구하고 개척한다는 뜻은 아니다. 발전소 사이트를 설계하고 건축하는 노하우를 쌓고 있다. 그래서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만들고 운영도 해본다. 분사 당시의 건설, 엔지니어링, 철구조물 사업부가 이제는 모두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맞게 재구조화됐다. 5~6년 후면 본격적으로 성과가 나온다. 이것으로 20년 먹을거리는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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