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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과 ‘아시아’에 주목하라

‘상품’과 ‘아시아’에 주목하라


지난 5월 27일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장인환(50) 사장은 같은 날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포럼에서 긍정적 전망을 내놓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대체로 같은 의견”이라며 “현재 단기 유동성의 힘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실물경제가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근거는 세 가지다. 전 세계가 공급과잉 상태고 금융시스템이 붕괴했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소비가 줄었다는 것. 그는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엔 이르다면서도 투자는 쉬지 않는다. 장 사장은 코스피지수가 1000대일 때 주식에 투자했고 1200대로 오르자 한꺼번에 1000억원을 더 쏟아 부었다.



복잡한 환 헤지 문제는 전문가가 대행




>> 1000억원을 어디에 투자했나?

“원유다. 3월에 사모펀드를 조성해 두 달 만에 40% 수익률을 올렸다. 배럴당 35~40달러(서부텍사스유 기준)일 때 설정했는데 지금 63달러다. 원유는 유한한 자원이라서 경기가 회복되면 주가상승률 이상으로 오르고 경기가 나빠져도 심하게 하락하지 않는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원유상장지수(ETF)에 투자했고 헤지 등 관리는 직접 한다. 그래서 보수가 1%로 낮다. 4월에는 곡물에 투자했다. 상품에 자산의 10% 정도를 투자할 만하다.”



>> 일반인이 투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번 펀드는 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였다. 하지만 실물이라고 어려워할 필요는 없다. 복잡한 환 헤지 문제는 전문가가 대행한다. 일반투자자가 10분 동안 설명을 듣고 이해할 수 있어야 좋은 펀드다. 심플한 게 좋다는 얘기다. 펀드매니저한테만 좋은 펀드는 상품이 아니다.”



>>현재 그런 펀드가 있나?

“에너지 개발회사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다음 달에 출시할 예정이다. 투자기간 3년에 연 수익률 30% 정도를 기대한다. 지난해 투자가 활발하지 않아 에너지 개발회사의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다. 경기에 상관없이 에너지 문제는 발생하고 경기가 좋아지면 상승 시기가 훨씬 빨리 올 것이다.”

그는 펀드가 투자할 만한 회사로 에이멕 등을 예시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에이멕은 세계적인 에너지기술 회사로 인천대교에 투자하면서 한국에 진출했다.



>>요즘 주식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유동성에 따른 시장이다. 코스닥시장도 거품이 있다. 코스피지수 1400 이상에서는 보수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다. 기대치는 점점 높아지고 기업 실적은 나빠져 하반기에 투자자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금 흥분하지 말고 하반기에 싸게 살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기다렸다 살 만한 주식으로는 금융·IT·그린 관련 테마주를 추천했다.



>>차이나펀드에 다시 돈이 몰리고 있는데.

“홍콩 증시 등이 반등세를 보이지만 단기적 급등을 쫓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하반기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장기적으로 중국은 유망하다.”



>그 외 유망하게 보는 지역이 있다면.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다. 특히 동남아시아를 눈여겨보고 있다.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이유가 뭔가. 성장성 때문이다.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성장이 빠르면서 시장이 크다는 것이다. 절반 가까이 손실을 낸 베트남펀드가 실패한 것은 시장이 작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트남 대신 캄보디아를 택했다.”



>>캄보디아에서 수익을 많이 냈나?

“부산저축은행그룹과 함께 프놈펜에서 40만 평에 달하는 신도시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캄코시티’ 개발의 1단계로 아파트를 완공해 임대했다. 연 수익률로 따지면 10% 정도다.”

많은 투자자가 베트남에 주목할 때 장 사장이 캄보디아를 지목한 것은 그가 평소 강조해 온 ‘균형적 시각’ 때문이다. ‘대세에 순응하고 대중에 역행하라’가 그의 원칙이다. 원유에 투자하면서 금에 투자하지 않은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원유는 장 사장이 생각하는 균형가격에서 멀리 벗어나 투자할 가치가 있지만 금은 장기적 추세를 봤을 때 가격 변동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란다.

“적정가격은 몰라도 상대적으로 무엇이 싼지 알아야 한다”는 그는 환율, 금리 등에서 균형을 찾으려 애쓴다. 균형을 잡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방향을 정하면 무섭게 돌진한다. 스스로 “남이 민망할 정도로 사들인다”고 표현할 정도다. 그만큼 자신의 분석을 확신한다.

실제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으면서도 KTB자산운용은 ‘전진’을 외쳤다. 오히려 자산 규모가 1조4000억원 늘어 올해 수탁 자산 10조원을 넘어섰다.



시장상황 판단은 환율과 금리 추이로




>>10년 만에 10조원이다.

“한 번도 후퇴하지 않았다. 늘어난 자산 규모 못지않게 뿌듯한 것이 직원들의 주인의식이다. 현대투신, 한남투신 멤버가 주축이 돼 창업했는데 초기 멤버가 회사에 거의 다 남아 있다. 운전기사와 비서 역시 창업 멤버면서 주주다. 지분의 9.5%가량이 임직원 몫인데 앞으로 비중을 더 늘릴 계획이다.” KTB자산운용의 대주주는 KTB투자증권. 약 90.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근 여의도에서 인재 영입이 활발한데 기존 멤버만 고집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15명으로 시작해 매년 직원이 5명씩 늘었다. 최근엔 인수합병, 주식운용, 채권 신용분석 분야에 전문인력을 영입했다. 많은 금융회사가 능력 위주의 ‘용병 시스템’을 활용하지만 능력보다 성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중간성적이 ‘합격점’을 받은 경쟁력은 무엇인가?

“KTB자산운용은 전략적 상품에 뛰어나다. 예를 들어 부동산펀드, 해외투자,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 등이다. 모회사가 벤처캐피털로 출발한 KTB네트워크(현 KTB투자증권)라 좋은 중소기업에 대한 자료가 많았다. KTB네트워크의 해외 현지법인은 해외투자에 도움이 됐다.”



>>3년 먼저 출발한 미래에셋과 가끔 비교되는데….

“미래에셋은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회사로 성장했다. 규모로 보면 KTB자산운용이 훨씬 작다. 하지만 10년 후 우리 회사가 어떻게 성장할지 모른다. 요즘 GM이나 소니 같은 회사를 보면서 ‘영원한 성장은 없다’는 말을 되새긴다. 이제까지 성장 가도를 달렸지만 또다시 100조원 달성을 위한 출발선에 선 셈이다. 가까운 미래에 증권회사나 보험회사를 인수합병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다.”

숫자엔 차갑고 사람엔 따뜻한 ‘펀드 베테랑’
장인환 사장은…
달변가로 소문난 장인환 사장은 생각보다 목소리 톤이 낮다. 말하는 속도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한 달의 절반을 투자설명회와 강의로 채우며 터득한 화법인지 모른다. 외부활동은 저녁으로 미루고 낮에는 펀드매니저로서 시장을 분석하는 그는 여전한 ‘현역’이었다.

장 사장은 삼성생명을 거쳐 1987년에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스타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다. 1997년 현대투신에서 당시 시장을 뒤흔든 바이코리아 펀드를 성공적으로 운용해 ‘미다스의 손’ ‘황소’로 불렸다. 결단을 내리면 과감하게 베팅해 ‘장 대포’라는 별명을 얻었고, 99년 권성문 KTB네트워크(현 KTB투자증권) 회장의 제안에 KTB자산운용을 설립했을 때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장인환-안영회(KTB자산운용 CIO) 1호 펀드’를 내놓았다.

‘장인환’은 여의도에서 ‘박현주’에 버금가는 브랜드로 통한다. 장 사장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광주일고 동기이면서 동원증권에서도 함께 일했다. 박 회장과 가끔 만나 세상 사는 얘기를 한다는 장 사장은 고객의 큰돈을 굴리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가 없다고 했다. “돈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세계백신기구 이사를 맡고 있다. 평소 아이들에 관심이 많아 직원들과 소아암 재단, 한국복지재단 등 여러 단체에 기부한다. 뭐든 직원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해 2년에 한 번 직원과 직원 가족들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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