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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학의 화려한 한국 나·들·이

美 대학의 화려한 한국 나·들·이


미국 대학 6곳이 인천 송도로 몰려온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9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가 문을 열고 3년 후면 6곳 모두 정규수업을 한다. 뉴저지 주립대인 럿거스대 아시아어문화학과의 이미혜 교수는 “한국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반면 정광수 존스홉킨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리적 강점은 있지만 학부보다는 대학원이나 리서치센터를 먼저 들여오는 게 나을 뻔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국식 교육시스템은 장단점이 있지만 장점이 제대로 선보이려면 교수진과 커리큘럼이 어떤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견은 많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미국 대학들의 진출은 어떠한 경우에든 한국 대학교육 시장의 틀을 흔들 촉매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말이다. 상당수는 이들 미국 대학이 침체된 한국 상아탑에 ‘메기’ 역할을 해 판을 바꾸는 불씨가 되길 바라는 분위기다. 미국 대학교육은 2000년대 들면서 금융에 이어 수출효자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2001년 이전에 세계 각국에서 쇄도한 유학생들로 호황을 누렸다면 9·11 테러가 있었던 2001년 이후에는 유명 대학들이 중동이나 싱가포르 등에 캠퍼스를 세워 본격적으로 교육 수출에 나섰다. 9·11 테러 이후 유학생들의 입국이나 체류가 과거보다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유능한 젊은이들이 미국 유학을 떠나고 있다.

유명한 교수진과 체계화된 교육, 첨단의 연구설비를 갖췄기 때문이다. 송도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싱가포르, 중국, 홍콩 등 외국 유명대학 캠퍼스를 유치하는 나라들과 아시안 학생들을 놓고 경쟁에 나설 계획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핵심인 송도에서 시작하는 이들 미국 대학의 경쟁력이 과연 한국 대학교육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아시아 교육산업의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인천 송도는 최근 외국인학교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 최고 시설을 갖춘 외국인학교가 학생이 없어 문을 못 열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송도에 세워질 주거타운이 다 완성되지 않아 아직 외국인이 많지 않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수요 계산도 못하고 몰아붙인 점은 분명 문제다. 결국 시행령 조항 중 ‘외국인 학생 수의 30%를 내국인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총 정원의 30%’로 손질해 9월부터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송도 글로벌대학캠퍼스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도 이와 유사하다. 6개 대학이 정상적으로 수업을 시작하게 될 3년 후에 과연 정원 1만2000명을 제대로 채울 수 있느냐는 것.

첫 번째 졸업생들이 배출될 4년 후에 이들의 진로가 어떻게 될지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다. 조진숙 파슨스대 디자인경영학과 교수는 “일단 미국 대학인 만큼 학부 1학년들이 영어 강의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환경이 될지 의문”이라며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출신 졸업생들이 어떤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가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두바이는 대학타운인 ‘날리지 빌리지’를 만들었다. 6년 만에 이곳은 해외 대학 21곳과 14개 리서치센터가 들어서면서 2000명이었던 학생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이 학생들이 87개국에서 온 외국인들이라는 점이 ‘날리지 빌리지’를 성공적인 외국대학 캠퍼스 유치 모델로 만들었다. 중동의 카타르도 현재 이 모형으로 외국인 학생 잡기에 나섰다.

졸업생들도 분교와 본교를 오가며 수업을 들었던 만큼 국제적 인재로 취급 받고 있다. 인천시의 최선의 시나리오다. 2010년 9월 뉴욕주립대(SUNY)인 스토니브룩대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가 인천시 송도의 글로벌대학캠퍼스에서 수업을 시작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제청)은 이 두 개 대학과 양해각서(MOU)를 거쳐 사실상의 본계약인 ‘지원협약’을 체결했다.


갯벌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도 전경.

법적으로 본계약은 2개 대학이 송도캠퍼스 분사등기를 한국에서 낸 후에 체결할 수 있다.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에 캠퍼스 설립 지원서를 내면 보통 2개월 경과 후에 승인이 난다. 내년 9월 개교하려면 국내 학생들이 대학에 지원하는 12월부터 학생 모집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10월 전에는 정식 승인을 낼 예정이다.

인천경제청 투자유치본부의 정혜련 전문위원은 “현재 지원협약을 체결한 대학들은 교과부에 제출할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 외 남가주대(USC), 미주리주 컬럼버스의 미주리대, 델라웨어대, 조지메이슨대 4곳은 인천시와 MOU를 체결한 상태다. 조지아공대, 일리노이주립대와는 협상 중이다.



상위권 대학들 유치 성공 고무적


이들 대학은 하버드, 예일 등 아이비리그에는 못 미치지만 미국 내에서 상위권 학교로 주목 받고 있는 곳들이다. 뉴저지주 주립대인 럿거스대의 이미혜 교수는 “주립대 두 곳을 포함해 모두 괜찮은 대학들”이라며 “미국 대학들은 한국과 달리 학교 이름만으로 인정받는 게 아니라 학교별로 주력 학과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 그 학과가 들어오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럿거스대는 약학과로 유명하고 스토니브룩은 의대가 세다. 의대는 설립에 까다로운 정부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제외됐지만, 노스캐롤라이나가 주력 학과인 섬유공학과를 설치하는 등 대부분의 학교가 자신들의 주력 학과를 설치할 것이라는 게 인천경제청의 설명이다. 미국 대학들이 송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궁금증도 많다.

이헌석 인천경제청장은 “우리와 대학 간의 니즈가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송도는 미국 대학들 외에도 홍익대, 연세대 등 국내 대학 캠퍼스들이 몰려있는 ‘교육의 섬’이다. 송도의 목표는 ‘젊음의 도시’다. 30분 이내의 거리에 일하는 곳, 공부하는 곳, 쉬는 곳이 모여있는 ‘스마트 시티’를 표방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인천이 갖고 있는 지리적 강점과도 연결된다. 주변에 대도시가 밀접해 있고 이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공항과 항만이 붙어 있는 강점은 다른 어느 도시도 갖지 못한 것.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미국의 상위권 대학 유치에 성공할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재정 지원이 옵션으로 들어간다.

6개 대학 유치를 위해 지식경제부와 인천경제청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모두 3000만 달러. 부지를 포함한 캠퍼스의 모든 시설도 무상 제공한다. 사실상의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이닝 보너스 차원으로 1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이후 5년간 매년 학교당 100만 달러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정광수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돈을 주고 학교를 데려온다는 것은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며 “돈을 받고 만약 5년 이내에 성과를 못 내면 그냥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측면에서 손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송도의 미국 대학들이 만들어 낼 경제효과는 무엇일까? 대개 미국으로 갈 유학생이 국내로 유턴해 국제수지가 개선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2008년에만 21만6867명이 유학을 떠났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8월 ‘한·미 FTA 서비스 분야 주요 쟁점별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개방 단계에 따른 경제효과를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영리법인 대학분교를 허용할 경우 유학생이 5% 감소하고 국제수지가 500억 달러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송도에 적용할 수는 없다.

일단 송도의 미국 대학 캠퍼스는 모두 비영리법인이다. 지경부, 인천시가 주장하는 국제수지 개선 효과는 크지도 않고 계산법도 잘못됐다는 주장이 많다. 정광수 교수는 “유학 가는 인원을 놓고 단순히 비용을 곱하는 식의 계산은 경제효과를 나타낼 수 없다”며 “유학을 통한 자기 이익도 있고 돌아와서 국가에 기여하는 면이 있는데 이를 전부 비용으로 처리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유학은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익히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보다는 대학원과 연구소 설립이 앞섰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이나 연구소가 먼저 들어와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고 그러면 당연히 초등학교·중학교부터 생겨서 학부까지 가게 되는 게 정상이라는 것. 따라서 정치적인 판단이 상당부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지와 동일한 높은 학비 걸림돌

미국 대학들의 한국 진출 자체가 교육산업의 판을 바꿀 수 있다는 데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다. 송도라는 특정지역에 1만2000명이 있다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이 이들 대학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SAT(미국의 대학입학 자격시험) 등 미국식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한다.

고등학교 3년 교과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송영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위원도 “외고 등 우수한 학생들이 SAT를 선택한다면 교육계에 큰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은 “외국대학이 오는 것 자체는 환영하지만 학부 커리큘럼에 한국의 정체성이 과연 들어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역시 등록금이다. 미국 대학은 주립대의 경우 세 가지 등록금 체계가 있다. 주내 거주자(In State)와 비거주자(Out State), 유학생 순서로 등록금이 높다. 주정부의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청은 잠정적으로 주립대의 경우 유학생이 아니라 비거주자 등록금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지만 이 등록금도 한국 대학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다.

기숙사비를 포함해 3만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사립대라면 이보다 더 높은 4만 달러가 된다. 인천경제청은 “자율성을 강조한 만큼 등록금 책정도 대학의 몫”이라며 거리를 뒀다. 국내 대학들에 등록금 상승의 명목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한국의 뿌리 깊은 대학 서열을 한꺼번에 뒤흔들 수도 있을 거라는 주장이다.

이미혜 교수는 “한국의 명문대는 사실상 학생 모집이나 제도개혁 등에 손을 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수험생들이 송도 캠퍼스로 일부나마 유입되는 것을 목격하면 보다 능동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영관 위원도 “우수한 교수들이 자신들만의 선발 기준으로 정원 1만2000명을 다 채운다면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고착화된 한국 대학 서열을 흔들 수 있고 일류대 위주로 돌아가는 대학 교육의 틀이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의 ‘자율성 강조’라는 거리두기는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미국 대학들도 좋은 교수를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분교를 유치하는 주체가 손을 놓는 것은 무모해 보인다. 미국 대학생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웹사이트 ‘www.ratemyprofessor. com’은 이름 그대로 미 전국의 교수들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평가해 순위를 매겨놓은 사이트다. 그만큼 미국 내에서 교수진의 위력은 크다.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컬럼비아 대학의 한 교수는 몇 년 전 모교인 서울대에서 정교수 자리를 주겠다고 초청했지만 고민 끝에 거절했다. 컬럼비아 대학 교수들은 뉴욕에서 가장 비싼 맨해튼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급 아파트를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교수들의 자녀만 다니는 유치원도 있다. 서너 배 이상 차이가 날 연봉이야 명예로 대신한다 해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서도 모두 한마음이었다. 뛰어난 교수진, 적어도 본교에서 강의를 해왔던 교수들이 송도로 와야 한다는 것. 인천시 한 관계자는 “확정되진 않았지만 교수진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며 “일부는 신규채용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버드대라고 해도 맨몸으로 건너와 오직 이름값만으로 매년 100만 달러를 받는다는 건 엄청난 특혜다.

조진숙 파슨스대 교수와 정광수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일반적인 대학의 학부보다는 MBA나 디자인, 예술 등 전문직 졸업생을 배출할 수 있는 학교가 한국의 교육환경에 더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진숙 교수는 “파슨스의 경우 한국인 학생 비율도 높아 오히려 그런 컨셉트라면 더 잘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수 교수는 설립비용이 크지 않은 MBA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었다. 법무법인 지성의 황주원 변호사도 “일반 학부 캠퍼스는 입학 가이드라인도 본교와는 차이가 날 것이고 이는 취업시장에서 판명 날 것”이라며 “아직 해외 로스쿨 인가가 나지 않겠지만 취업을 생각했을 때는 장기적으로 로스클, 메디컬스쿨 같은 전문적인 상위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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