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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해로 ‘산업의 쌀’ 만든다

무공해로 ‘산업의 쌀’ 만든다

굴뚝산업의 상징인 철강업체 포스코가 요즘 저탄소 녹색성장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포스코의 새 CEO로 취임한 정준양 회장의 의지가 강하다. 정 회장은 “저탄소 녹색성장은 철강산업의 윤리경영”이라고 취임사에서 말할 정도였다. 무공해, 친환경으로 ‘산업의 쌀’을 생산하려는 포스코는 생산공정뿐 아니라 직원들의 생활방식도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있다.

포스코는 입구에서부터 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타워는 환경타워.

철광석을 환원해 쇳물을 만드는 ‘제선’ 과정은 제철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공정이다. 이 공정은 화학반응을 통해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대부분(91%)이 이 공정에서 나온다. 원재료를 얻기 위해 불가피한 이 공정 때문에 제철소는 생산량이 많아질수록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다량으로 배출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제철산업은 최근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환경경영, 녹색성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생산현장에서만 30년을 보낸 정준양 회장은 누구보다 이런 제철업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앞으로의 사업은 환경과 경제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녹색성장추진사무국’도 신설했다. 일부에서는 정 회장의 ‘저탄소 녹색성장론’을 화려한 수사로 치부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녹색경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특히 제철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철강 제조기술의 혁신을 서두르고 있다.

이를 중장기적으로 3단계 기술로 구분해 놓고 단계마다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첫 단계는 저탄소 철강 공정의 연구개발이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상용화된 파이넥스 공법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고온의 열을 가해 덩어리지게 하는 소결 과정이나 코크스를 말리는 사전공정을 없애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대기오염물질도 훨씬 적게 배출할 수 있다. 원료의 사전처리 공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에 최신의 탈황, 탈질 설비와 집진기가 갖추어진 기존 고로 공정과 비교해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먼지의 배출량이 각각 19%, 10%, 52%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공정 효율이 높아 석탄 원료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1t의 용선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은 세계 고로 평균보다 3% 낮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미 실행되고 있는 이런 기술 외에도 철강 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파이프라인 또는 선박을 이용해 동해 가스전에 저장하는 계획도 준비 중이다.

이 기술은 암모니아수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흡수분리 기술을 개발해 가스가 추출된 빈 가스전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2007년 당시 해양수산부(현재 국토해양부)와 MOU를 맺고 관련 기술개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최소화 기술개발 박차


1. 포스코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포항·광양 제철소의 공장 지붕에 1㎾급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했다. 2.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환경타워는 24시간 환경감시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 철도타워로 쓰였던 환경타워는 유해물질 배출 여부를 컴퓨터와 육안으로 감시해 포항시와 제철소 내의 관리부서에 전달한다.
또 고로에 기반한 철강수소환원 기술개발을 위해 국제 철강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소에서 대량의 수소와 전기를 공급 받아 철강 공정에 활용하는 방안도 기본적인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석탄을 전면적, 혹은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이 기술이 개발될 경우 포스코는 제철 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처럼 포스코는 그동안 철강업의 숙명처럼 받아들여졌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포항공대를 주축으로 한 이산화탄소 혁신기술개발을 위한 산학연 체제를 가동하고 있으며 국제철강협회, 아태파트너십 철강 태스크포스 등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이런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탄소 배출 저감과 청정개발 및 기후에 관한 파트너십을 수립해 왔다. 장기적인 제철기술 개발과 국제적인 협력 외에도 포스코는 이미 공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놓았다.

2006년부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를 포함해 전사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온실가스관리시스템(Carbon Management System)은 세계지속가능발전협의회(World Business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와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 온실가스의정서(Greenhouse Gas Protocol)의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개발된 국제적 관리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연료·원료 사용량, 전력 구입량, 제품 생산량 및 부산물 발생량 등을 고려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조업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신규 사업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 영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감축사업의 저감량및 비용을 고려해 비용효과적인 감축사업 선정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환경도 보호하면서 산업 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는 온실가스 관리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자회사 포스코파워, 포스코건설 가세

배출되는 온실가스뿐 아니라 온실가스의 원인이 되는 에너지 소모량을 줄이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전사적 차원의 에너지 관리가 가능한 에너지종합정보시스템을 2001년 구축해 에너지 절감 중장기 계획, 활동현황 및 실적, 공장별 에너지 사용 실적 등을 조회하고 에너지 절감 아이디어 및 부서간 에너지절약 활동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에너지 진단, 부서 맞춤형 워크숍, 절감과제 벤치마킹 등을 통해 도출된 실천방안을 추진해 2008년 1100억원의 에너지 절감효과를 거뒀다. 또 2004년부터 2008년까지 2003년 에너지 사용량의 6.9%인 104만 TOE(석유환산톤) 절감을 목표로 ‘에너지 절약을 위한 2차 자발적 협약’을 이행해 5개년간 실적이 목표 대비 약 4%포인트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포스코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 10개사에 전문기술인력을 파견해 철강 에너지절약 기술이전과 현장지원 등 대·중소기업의 에너지절약 기술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에너지관리 노하우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이미 배출된 가스를 재활용하는 것도 포스코의 주요한 환경경영 중 하나다.

포스코는 조업에 필요한 연료의 대부분을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COG, BFG, LDG, FOG)를 통해 충당하고 잉여 부생가스를 제철소 내 자가발전에 활용하고 있다. 2008년 포스코에서 사용한 전력량 중 76%를 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이용한 자가발전과 CDQ(Coke Dry Quenching), TRT(Top Gas Pressure Recovery Turbines) 등 에너지 회수설비와 LNG복합발전설비를 통해 자체적으로 조달했다.

나머지 24%에 해당하는 전력만 외부에서 충당한 셈이다. 온실가스 관리와 기존 에너지의 절감뿐 아니라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국내 최초로 포항·광양 제철소의 공장 지붕에 각각 1㎿급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했고, 광양 수어댐에서 제철소로 유입되는 용수를 이용해 600㎾ 규모의 소수력 발전설비를 설치해 회사 최초로 2008년 7월 CDM(청정개발체제)사업으로 등록했다.

또 하수 슬러지 및 생활폐기물을 이용한 연료화사업도 지자체와 협력해 추진하고 있다. 자회사인 포스코파워는 상용화된 연료전지의 생산설비 준공 및 차세대 발전용 연료전지의 자체 개발을 추진 중이며, 포스코건설은 강원도 횡성·평창 지역에 풍력발전단지 준공을 비롯해 전남 지역에 대규모 해상풍력발전설비도 설치할 계획이다.

회사가 생산·배출하는 제품이나 부산물을 통한 환경경영 외에 포스코는 자체 생산하는 제품을 통해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사회적 감축활동도 벌이고 있다. 사회적 감축활동은 1차적으로 포스코 입장에서는 기술혁신을 통한 경쟁력 향상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에너지 소비가 줄어 온실가스가 감축된다.

예를 들어 고장력 강판을 생산해 차량을 가볍게 만들어 연비를 개선하거나 저철손 및 고효율 고급재 전기강판을 생산해 모터 등 전기를 필요로 하는 제품에 사용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이다. 또 철강부산물인 슬래그를 시멘트 클링커(즉, 가루로 만들기 전 상태의 시멘트 덩어리)로 대체 사용해 시멘트 제조를 위한 석회석 자원과 CO2 발생을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748만t의 수재슬래그를 시멘트 대체재로 활용해 591만t의 CO2를 간접 감축했다. 이처럼 포스코는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한 에너지 절감, 신재생에너지 개발 활동을 하고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금연과 자전거타기 운동을 펼친 것도 이런 광범위한 녹색경영을 시작하려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전거 타기나 금연을 통해 줄어드는 CO2의 양보다 매너리즘에 빠진 임직원들의 정신에 자극을 준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비록 작은 변화지만 일상생활에서의 변화를 통해 저탄소 녹색경영의 중요성을 좀 더 뼈저리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포스코센터는 ‘그린빌딩’으로 선포돼 종이컵과 담배연기가 사라졌고, 무심코 쓰던 사무용지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자전거 타기 역시 대치동은 물론 포항·광양 제철소에서 전방위적으로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고 자전거 전용 주차장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금연에 그린 바이크 본격 도입

또 포항 본사에서는 이미 그린 바이크(Green Bike: 누구나 어디서든지 쉽게 자전거를 빌려 타고 반납하는 공용 자전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대의 그린 바이크는 제철소 내 회의, 업무 협의, 단거리 이동 등을 위해 임직원과 외부 손님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조만간 포스코는 탄소마일리지 프로그램도 도입할 예정이다. 가정에서 쓰는 전기나 자가용 운행 등을 전월과 비교해 줄어든 만큼 마일리지로 보상해 주는 시스템이다. 한마디로 모든 활동은 친환경적인 관점에서 재정립하고 있다.

포스코의 환경에너지실 박재범 과장은 “회사 차원에서 에너지 절감, 탄소 배출 저감 활동은 물론 개개인의 생활에서도 탄소 저감이 인사고과에 10% 반영되는 등 녹색성장은 포스코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1970년대 포항제철의 철강이 한국 사회를 바꿔놨듯이 2010년대 포스코의 그린이니셔티브가 한국사회를 바꿀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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