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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의 ‘좌파 본색’


LULA GETS AGGRESSIVE


brazil - 이란의 신정주의자들이 궁지에 몰리면서 전 세계 다른 독재자들의 지지가 절박했던 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가장 크고 역동적인 민주국가 중 하나인 브라질이 이란을 거들고 나선 행동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최근 유럽을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란 대선의 선거부정 시비를 일축한 뒤 이란 내 갈등을 축구 경기의 양측 응원단 사이의 싸움에 비유했다. “야당 진영을 제외하면 이번 선거 결과에 이의를 다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못 봤다”고 그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연설을 마친 뒤 말했다.

그러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브라질로 초청하기로 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브라질은 오랫동안 외교 문제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해 왔다. 우방이나 교역 상대국들에 자신의 입장을 밝힐 때 비공개를 선호했다. 그러나 최근엔 훨씬 더 공격적이고 이념적인 외교를 펼친다.

예컨대 부국들엔 노골적으로 도전하면서도 빈국들에는 너그러운 태도를 보인다. 브라질의 이런 변신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강대국 사이에서 입지가 강화된 덕분이다. 룰라는 이제 그 이상을 원한다. 강한 국력을 활용해 새로운 세계질서 창출에 핵심 역할을 맡겠다는 계산이다.

셀소 아모림 브라질 재무장관은 “서방선진 8개국(G8)은 죽었다. 이젠 우리가 새로운 강자”라고 말했다. 브라질이 국제통화기금(IMF), 유엔 안보리, 세계은행 등 부국들이 독차지한 국제기관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노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브라질은 마치 새로운 힘을 과시하듯 강대국도 기꺼이 무시한다.

브라질은 1990년대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미국식 시장경제체제를 통해 경제를 구한다는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를 받아들였지만 개도국들에 강요된 자유시장 개혁을 근간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접으려 노력했다. 게다가 스스로는 자유무역 정책을 강화하면서도 미국이 주도한 미주자유무역지역(FTAA) 창설을 무산시켰다.

이제 브라질은 선진국으로 가는 ‘통과의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라는 당초 목표마저 포기했다. 룰라는 늘 이런 카드를 쥐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는 다국적기업과 IMF를 맹렬히 비난하며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나중엔 중산층의 표를 의식해 시장경제를 포용하기도 했지만 그의 좌파 성향이 외교정책에서 다시 고개를 든다.

예컨대 그는 이번 금융위기도 “푸른 눈의 금융가들”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반미 독재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데는 위험도 따른다. 브라질은 북한과 수단의 인권유린 사태에 대해 비난하길 주저했다. “유엔인권위 표결에서 투표권을 인권탄압 국가들을 지지하는 데 이용하는 브라질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줄리 데 리베로가 말했다.

그러나 아모림 재무장관은 브라질은 “건설적인 개입”으로 우방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쪽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투표권을 이용”하든, “건설적인” 개입을 하든 정작 피해 국민은 그 차이를 못 느낄 듯하다.

MAC MARGOLIS



신종플루, 아프리카 비껴갈까


FIGHTING OFF THE FLU


africa - 유행병 학자들은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한 대륙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은 사실에 당혹해 한다. 확인된 감염사례가 세계적으로 5만5000건에 이르지만 아프리카는 60건도 안 되기 때문이다.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수송 형태의 차이가 그런 결과를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이 바이러스는 주로 국제 항공편을 통해 전파됐다. 가령 연간 이용객 수가 1억 명에 이르는 뉴욕 같은 교통중심지에서 가장 큰 피해가 났다. 그러나 연간 승객 수가 200만 명에 불과한 다카르나 아부자 같은 아프리카 수도들은 그렇지 않았다. 일부 사람은 그 이유를 아프리카의 낙후된 의료체계에서 찾기도 한다.

현존하는 감염 사례를 정확히 파악할 의료전문가가 너무 적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신종플루가 더 위험한 형태로 발전한다면 아프리카도 예외가 아닐지 모른다. 아프리카는 유행병에 대처할 준비가 가장 덜된 곳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ANDREW BAST



이라크에 움트는 신용경제


IRAQ CHARGES AHEAD



바그다드의 중앙은행.
그동안 이라크에서 플라스틱이라면 주로 폭발물을 말했다. 그런데 최근 사회가 조금씩 안정되면서 몇몇 은행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금카드와 신용카드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사담 후세인 시절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이런 상품을 서비스할 기반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 후 이라크를 찾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비자나 마스터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암왈이라는 이름의 이 금융컨소시엄에 따르면 이라크 내 신용카드 소유자는 200만 명 남짓. 우선 이들이 대형 호텔이나 상점 등에서 카드를 사용하도록 기반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고 나서 [이라크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신용카드 발급을 시작했다”고 컨소시엄의 영업 책임자인 사마드 사힙이 말했다. 현재까지 상인들에게 150개의 카드판독기가 공급됐다. 모두에게 유익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카드가 경기 진작에 도움이 되리라고 말한다.

소비자들은 비싼 물건을 구입할 때 현금 뭉치를 들고 가지 않아도 된다. 물론 신용과잉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이라크인들은 후불제 경제가 뭔지 그 맛을 보고 싶어 한다. 그 명백한 단점은 피하면서.

LENNOX SAMUELS



‘유럽연합호’ 산으로 가려나?


WHO RULES EUROPE NOW?


brussels -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인종차별주의와 초국가주의 후보들이 승리해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브뤼셀의 권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주류 보수파에 집중되고 있다. 최대 중도우파 연합인 유럽민중당(EPP)은 8개 정치세력이 경쟁하는 가운데 거의 36%의 득표율을 얻었다.

탄탄한 사회보장제도와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융합을 표방하는 정당이다. EPP는 같은 편인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집행위원장을 연임시켜 EU의 주요 정치기구 세 곳을 모두 장악하게 될 듯하다. 이들 보수파는 두 가지 큰 개혁을 추진한다.

국가 기관에 대한 강력한 감독권을 EU 집행부에 부여해 금융감독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이 하나요, 둘째는 말도 탈도 많은 리스본 협약의 비준이 가능하도록 최종승인을 통해 이번에 유럽을 연방주의 모델로 확실히 밀어붙이는 일이다. 하지만 모든 보수파가 EPP의 입장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특히 영국은 자국 내 은행에 대한 광범위한 통제를 강하게 반대한다. 오래전부터 유럽 연방주의를 반대해 온 데이비드 캐머런이 이끄는 영국 보수당은 EPP를 탈퇴했다. 그렇게 되면 영국 보수당이 금융개혁 감독위원회의 요직을 잃게 되는데도 말이다.

그는 리스본 협약이 법률로 발효되기 전에 자신이 총리가 되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이는 원대한 유럽 프로젝트에 대한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앞으로 브뤼셀이 흥미진진해질지도 모르겠다.

CHRISTOPHER WERTH



BY THE NUMBERS
텍사스, 금융위기 면역력 최고!
TEXAS IS BEST


미국의 대도시치고 이번 금융위기로 손해를 보지 않은 곳이 없다. 하지만 파급효과는 지역마다 사뭇 다르다. 어떤 도시는 이미 회복기미를 보이지만 플로리다·캘리포니아·오하이오 같은 지역은 여전히 침체에 허덕인다.

5.1%
유타주 프로보의 실업률. 미국 내 최저.

17.5%
캘리포니아 모데스토의 실업률. 미국 내 최고.

25%
“가장 탄탄한 20개 대도시” 중 텍사스주의 도시비율. 오스틴·댈러스·엘파소는 톱5에 들었음.

70%
“가장 취약한 20개 대도시” 중 캘리포니아주와 플로리다주의 도시 비율. 탬파(플로리다), 스탁턴, 새크라멘토(캘리포니아)는 최하위 5개 도시에 들었음.



미-중 보호주의 정책 ‘장군멍군’


Watch Over Me



미국 의회가 78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조항을 집어넣었을 때 비판론자들은 위험한 보호주의적 발상이라고 지탄했다. 이 조항은 정부가 자금을 조달하는 건설 프로젝트에 미국산 철강을 사용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대해 중국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 관영 언론은 이 조항을 “독”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제는 아예 중국도 맞불을 놓기로 작정한 듯하다. 중국 정부는 최근 586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한 내수 부양책의 일환으로 ‘바이 차이니스(Buy Chinese)’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번에는 서방 세계가 들고일어날 차례다.

지난 6월 23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했다. 지하자원에 대한 수출관세를 최대 70%로 터무니없이 높게 부과해 국제무역 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었다. 문제는 중국이 외국 기업 제품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WTO 조약을 이행하기로 동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중국은 자국 제품의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소비자들이 국산품을 선택하도록 할인 쿠폰까지 배포했다. 소비자들도 이른바 경제 애국주의를 몸소 보여준다. 충칭(重慶)시에 사는 택시기사 탕지이롱은 지난 2월 세탁기를 새로 구입하면서 중국산을 골랐다.

애국심만이 아니라 실용성도 고려했다. “국산 제품이 외국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그녀가 말했다. “물론 월풀이나 지멘스 같은 제품이 더 쌀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산을 구입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

MELINDA L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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