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생명의 젖줄, 신생에너지의 보고
물은 생명의 젖줄, 신생에너지의 보고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에 방류량을 대폭 늘린 북한강 수계 팔당댐. |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극대화 등 녹색산업이 새 성장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한다. 특히 물이 수력과 조력 등 청정에너지 원으로 새삼 주목 받는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물 관리 사업은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이하 수공)가 담당한다.
한국형 뉴딜사업의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경인 아라뱃길을 비롯해, 부산·경남지역 맑은 물 공급과 조력발전소 건설 등 녹색성장을 선도해야 할 중책이 수공에 주어졌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국가발전의 새 패러다임으로 제시되기 전부터, 수공은 ‘녹색’과 ‘청정’을 지향해 왔다.
수력 발전을 통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했고 풍력, 태양광 발전 등 대체에너지를 꾸준히 개발해 왔다. 수공의 이 같은 녹색사업이 최근 다각화의 길을 더욱 재촉한다. 기후변화 대응이 한국 경제에도 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수공은 크게 나눠 두 갈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
경기도 시화호의 조력발전소 건설(28쪽 관련기사 참조)로 대표되는 신·재생 청정에너지 개발사업과 탄소배출권을 해외에 판매하는 청정개발체제(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사업이다. 2004년 말 첫 삽을 뜬 경기도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세계 최대 규모(254㎿)의 위용을 자랑한다.
총 사업비 3551억원이 투입되는 이 조력발전소가 내년께 완공되면 연간 55만2700㎿h의 ‘무공해’ 전기가 생산된다. 이 생산규모는 소양강 발전소의 1.6배다. 이를 통해 연간 31만5440t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와 함께 연간 550억t의 해수 유통으로 시화호 수질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생태계 복원에 따른 새로운 관광자원 개발로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 ‘일석삼조’의 효과다. 현재 수공은 소양강, 충주, 대청 등 9개 다목적댐 수력발전소에서 1000.6㎿의 전력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가동한다. 1973년 소양강댐 수력발전소를 가동한 이래 지난해까지 수력발전으로 총 5135만㎿h의 청정에너지를 공급해 온실가스 2760만t을 감축하는 효과를 보았다.
소수력, 풍력, 태양광 발전 시설도 4.7㎿ 규모에 달한다. 특히 소수력 발전은 충남 부여 석성정수장에 176㎾, 전남 목포 대불정수장에 197㎾ 발전 시설을 가동한다. 판교, 횡성댐, 대구 고산정수장에도 1.2㎿ 규모의 소수력발전소를 새로 건설 중이다. 수력발전이라고 하면 흔히 대규모 댐에서 물을 방류할 때 발생하는 낙차를 이용하지만 소수력 발전은 압력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수장으로 흘러가는 수도관 내 여유압력이 물레방아와 같은 수차를 회전시키고 여기에 연결된 발전기가 돌아가면서 전기가 생산되는 원리다. 전국적으로 총 설비용량은 16㎿에 달해 연간 약 70억원의 발전수익이 발생한다. 정수장의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했다.
이처럼 물과 다소 무관해 보이는 태양광도 수자원공사의 청정에너지사업 중 하나다. 운영 중인 댐과 수도시설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했다. 경기도 성남과 경남 창원 등 전국 4곳 정수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는 168㎾급 생산 규모다. 수공은 정부와 신재생에너지 공급 협약을 체결한 이후 최근 3년간 이렇게 소수력, 풍력, 태양광 등 전체 설비 규모 2.5㎿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에 137억원을 투자했다.
수공은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댐·수도 시설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확보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청정개발체제) 사업으로 추진한다. 공기업으로서는 최초의 시도다. CDM 사업은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수행, 감축 분에 해당하는 탄소배출권을 실적으로 인정받는 사업이다.
수공의 40여 년에 걸친 물 관리 노하우가 물관리종합상황실의 첨단시스템에 집약돼 있다. |
수공은 2005년 5월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CDM 사업에 착수, 안동댐 등에서 2007년 확보한 온실가스 감축량 8430t으로 지난해 9월 네덜란드 ABN 암로은행에 10만8000유로(당시 환율 기준 1억7000만원)의 탄소배출권을 판매했다. 다른 국가들의 투자 없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시행해 탄소배출권을 판매하기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수공 변일환 녹색사업처장은 “첫 탄소배출권 거래가 비록 규모는 작지만 거대한 도약의 시작”이라며 “신재생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배출권 거래 활성화에 수공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신규 분야 CDM 사업의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등록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수공은 최근 댐·수도 시설의 에너지 효율 향상 CDM 사업의 UNFCCC 등록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까지 국내 27개 등록사업 가운데 4건을 UNFCCC에 등록했다. 수공은 지난 4월 저탄소 녹색사업 추진 계획을 세우면서 물 관련 녹색사업 다각화, CDM 사업영역 확대 등 7대 이행 목표와 24개 실천 과제를 정했다.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활동으로 녹색성장 이행 모범 기업이라는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는 목표다. 이 같은 계획과 실적은 지난 6월 1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정부의 공기업, 준정부기관 경영평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공은 전체 101개 평가 대상 기관 중 한국전력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함께 A등급을 받았다.
녹색 뉴딜과 신생에너지 사업을 선도하고, 공기업 경영 효율화를 선도적으로 추진한 점이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원인이었다. 수공의 올해 투자 예산은 지난해보다 6.2% 증가한 1조6810억원. 이 예산은 경제 유발 효과가 큰 수자원개발과 수도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에 집중 투자된다.
수공은 상반기에 투자 사업비의 60% 이상을 조기 집행했다. 수공이 올해 특히 역점사업으로 심혈을 쏟는 사업이 경인 아라뱃길 사업이다. 당초 민간기업이 주도해 왔던 경인운하 사업은 수공이 전면에 나서면서 아라뱃길 사업이라는 이름의 공공사업으로 전환됐다. 특히 이 사업은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사업의 본보기라는 점에서 국내외의 관심이 쏠린다.
수공은 이 사업에 필요한 재원 2조2500억원을 자체 조달해 투자할 계획이다. 인천대 물류대학원 진형인 교수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여론도 있으나 경인 아라뱃길 사업은 관광, 친수공간 확보, 물류 측면에서 21세기를 상징하는 친환경 사업”이라고 말했다. 특히 물류 측면에서 연안운송을 개선하고 중국과의 교류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하리라 전망했다.
수공 정진웅 아라뱃길건설단장은 “아라뱃길 주변에 친수공간, 주민쉼터나 친환경 문화 관광공간을 조성해 지역주민에게 실익이 돌아가는 사업으로 승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공은 심각한 수질오염을 겪는 부산·경남권 지역 수질개선 사업에도 적극적인 입장이다.
정부는 낙동강 하류 구간의 수질오염을 개선하고자 올해 정비 예산으로 전년 대비 2.5배 늘어난 4469억원을 배정했다. 경북대 토목공학과 한건연 교수는 “낙동강의 수질오염은 4대강 중 가장 심한 편”이라며 “저수시설 확대를 통해 하수처리장이나 지류로부터의 오염부하를 줄여 자연스럽게 수중생태계를 복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공은 나라 밖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청사진을 마련했다. 2004년 5450억 달러 규모이던 세계 물산업(Water Industry)은 10년 동안 연평균 5.5%씩 성장해 2014년엔 약 931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물 관리 사업 분야에서 수공은 지난 40여 년 동안 국제적인 경쟁력을 축적해 왔다.
댐 건설과 상수도사업, 폐수처리사업 등에서 앞선 경쟁력을 발판으로 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에서 눈에 띄는 수주실적을 쌓았다. 그동안 중국·캄보디아·네팔 등 해외 12개국에서 수자원과 상하수도 개발, 수력발전과 관련한 18개 사업(224억원 규모)을 마쳤고 11개국에서 13개 사업(181억원 규모)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엔 파키스탄에서 8억 달러 규모의 상수도 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파키스탄 댐 공사 수주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바레인에서도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폐수처리시설 수주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최근 들어 수공은 부족한 물 자원을 더욱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하려고 통합원격제어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석·박사급 물관리 전문가 50명과 실무관리인력 257명으로 구성된 4개 전문팀이 활약한다. 이들 전문가 그룹은 전국의 용수전용 댐과 15개 다목적댐의 홍수조절이나 용수 공급, 주요 하천 수질관리, 수력발전설비 등 주요 수자원 정보를 원격으로 통합 관리한다. 수공은 국민이 물을 더욱 원활하게 공급받도록 광역상수도를 통합 관리하는 데에도 첨단기술을 적용했다.
현재 한국의 수도산업은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 하수도 등 수처리 단계에 따라 세분돼 있어 물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수공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전국을 7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의 지자체가 관리하는 수도시설까지 포함한 모든 시설을 IT기술로 원격 통제하려고 한다.
김건호 수공 사장은 “지구온난화로 홍수와 가뭄이 빈발하는 등 수자원환경의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고자 수공은 물 관리에 첨단 IT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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