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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월 받는다면 “여행 실컷 하고 싶다”

안식월 받는다면 “여행 실컷 하고 싶다”

불황기 CEO들은 심신이 고단하다. 재충전이 필요하다. CEO들은 평소 어떻게 재충전할까? 포브스 CEO 패널 100명에게 물었다. 올 여름 휴가는 며칠이나 쓰고, 휴가 때 무엇을 할 계획인지도 알아봤다. 만일 축복처럼, 기적처럼 1년의 안식년을 얻는다면 어떻게 보낼 건지도 들어봤다.

패널 CEO들은 여름 휴가 때 갈 계획인 여행지와 다른 CEO들에게 추천하는 여행지로 제주도를 가장 많이 꼽았다. 사진은 제주도 나인 브릿지 CC.

독서(72%), 운동(67%), 공연·영화·전시회 관람(57%), 여행(50%). 포브스 패널 CEO들이 평소 재충전을 위해 주로 하는 활동들이다(복수 응답). 각각 응답자의 반수 이상에게서 지목을 받았다. 독서와 운동은 재충전의 양대 축이라 할 만하다. 각각 3분의 2 이상이 이 두 가지를 골랐다.

이어서 재충전을 위해 CEO들이 주로 하는 활동으로는 이런 것들이 꼽혔다. 수강 등 학습(26%), 수면(23%), 등산-TV 시청(각각 16%), 보기에 제시한 것 외의 취미 생활(15%), 스포츠 경기·중계 관람(13%), 인터넷(12%), 봉사 활동(10%). 재충전의 필요성은 거의 모든 CEO들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96%가 CEO로서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평소 자신의 재충전 수준에 만족스러워하는 패널은 과반선인 59%였다. 반면 40%의 패널은 재충전 수준에 대해 불만이라고 답했다. 자신의 재충전 수준에 만족스러워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재충전의 필요성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패널 CEO들에게 올 여름 휴가 계획에 대해 물어 봤다. 우선 휴가 기간으로는 평균 일주일을 잡고 있었다. 40대 이하의 젊은 CEO들은 상대적으로 짧은 평균 5.7일을 쓰겠다고 답했다. 소속 회사 규모 별로 보면 미미한 차이나마 대기업 CEO일수록 휴가 기간을 짧게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너들이 전문경영인보다 다소 짧게 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름 휴가 때 계획 중인 활동으로는 단연 여행이 으뜸이었다. 응답자의 62%가 여행을 하겠다고 답했다. 해외여행이라고 답한 사람(11%)까지 합치면 전체의 73%가 여행을 하고 싶어 했다. 독서-휴식(각각 9%), 운동(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여름 휴가 때 하고 싶은 일로 CEO들은 여행과 독서를 가장 많이 꼽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정인용 전 경제부총리는 한평생 두 가지를 꾸준히 하면서 살았다고 밝혔다. 바로 여행과 독서다. 생전의 그는 “이 두 가지는 사람을 리버럴하게 만드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CEO들이 스스로 계획한 대로 여행과 독서를 하면서 올 여름 휴가를 보낸다면 찬 바람이 불 때쯤 한결 자유로워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름 휴가 때 찾을 계획인 여행지로는 제주도가 가장 많이 꼽혔다. 16%가 제주도를 지목했다. 다음으로는 유럽(6%), 일본(오키나와 포함 6%), 미국(하와이, 괌 포함 5%), 지중해-호주-동남아-강원도-중국-조용한 바닷가(이상 각각 4%) 등이 지목됐다.

파리, 영국,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라고 답한 응답까지 합치면 유럽으로 떠날 계획인 사람은 11%에 이른다. 우리는 다른 CEO들에게 휴가 여행에 좋은 곳을 추천해 달라고 패널들에게 요청했다. 역시 제주도가 가장 많이 지목됐다. 13%. 이어서 하와이-터키-용평-강원도-일본 훗카이도(北海道)-안동(이상 각각 4%), 뉴질랜드-동유럽-지중해-남해안-경기도 여주 신륵사(이상 각각 2%) 등이 꼽혔다.

이충노 정림건축 대표는 제주도 올레 길을 추천했다. “<1박2일>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올레 길을 접하고 얼마 전 주말에 다녀왔습니다. 한적한 산길을 하염없이 걸으면서 앞만 보고 달려온 나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덤으로 제주도의 맑은 공기와 바람이 머릿속을 깨끗하게 해 주었죠.”

김병재 광장 대표변호사는 아름다운 바다와 지중해의 바람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알려진 몰타에서 휴식하면서 책을 읽는 ‘북캉스’를 권했다.


휴가 때 인문학 서적 읽고 싶다


우리는 패널 CEO들에게 여름 휴가 때 읽고 싶은 책을 직접 적어 달라고 했다. 가장 많이 적은 것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금융 전문가 쑹훙빙(宋鴻兵)이 쓴 <화폐전쟁> (4%)이었다.

다음으로 <중국사 이야기> (화강), <권력의 법칙> (로버트 그린),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정진홍), (고승철), <삼국지 강의> (이중톈), 경영겦뗑?관련 실용서, 고전(이상 각각 2%) 등도 복수의 CEO에게서 추천을 받았다.

추천한 도서들에서 최근 경영계에 일고 있는 인문학 붐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이지성이 쓴 <스물일곱 이건희처럼> 과 함께 을 적은 맹무섭 리츠칼튼호텔 사장은 “작금의 세계 경제공황을 바라보면서 CEO들이 경제 논리만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감성과 철학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혜경 오르비스인터패션 사장은 “조너선 스펜스가 쓴 <강희제> 를 사다 놓고 못 읽었는데 여름 휴가 때를 벼르고 있다”고 적었다. 한 달간의 안식월(安息月)을 뜻밖의 선물로 받는다면 CEO들은 무엇을 하고 싶어 할까?

우리는 패널 CEO들에게 한 달 동안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다면 어떻게 보내겠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단연 여행을 하고 싶어 했다. 과반수인 58%가 여행을 떠나겠다고 답했다.

여행지 내지는 여행의 형태도 다양했다. 많은 사람이 국내 일주, 세계 일주, 미국 횡단 여행, 오지 여행, 배낭 여행, 와이너리 투어, 크루즈 여행, 해외 스케치 여행 등을 떠나고 싶어 했다. 로마, 이집트, 아프리카, 스페인 산티아고, 중국 내륙 지방, 필리핀 바닷가 등을 적은 사람들도 있다.

그밖에 독서-생활 속의 여유 즐기기(각각 4%), 경영 구상-리조트에서의 휴식-조용한 시골에 묻혀 글 쓰기-국내 유명 사찰 방문(각각 2%) 등이 꼽혔다. 김영진 한독약품 회장은 한 달간 휴가를 쓸 수 있다면 “미국의 유명 골프 클리닉에 등록해 골프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1년 동안의 안식년이 축복처럼 또는 기적처럼 허용된다면 CEO들은 무엇을 하고 싶어 할까? 가장 하고 싶어 하는 것은 공부였다. 과반수인 58%가 1년의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면 외국 유학이나 공부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학지와 공부할 대상은 다양했다. 유학지로는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원(10%), 중국 베이징(北京)이나 상하이(上海)-일본 어학연수(각각 2%)를 선호했다.

일부는 하버드 AMP(최고경영자 과정) 같은 코스-대학원 단기 과정(각각 7%), 어학(5%), 사진(2%), 요리전문 과정-한문 공부(각각 1%)라고 구체적으로 공부할 내용을 적었다. 27%는 여행을 하고 싶어 했다. 대부분 해외 여행이라고 적었다. 이어서 저술(6%), 휴식-독서(각각 4%) 등을 하기를 바랐다.

소수였지만 봉사 활동-미술 활동-록 밴드 활동-태백산맥 종주-부모에 대한 효도-체계적인 건강 관리-아무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살기(이상 각각 1%)라고 적은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CEO가 한 달의 장기 휴가, 더욱이 안식년을 얻는다는 것은 꿈 같은 일이다. 현실감 아니 현실성이 없어서일까? 한 달 동안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답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1년 동안 안식년을 얻는다면 어떻게 보내겠느냐는 질문에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답했다.

유인태 크루즈인터내셔널 사장은 안식년을 얻는다면 1년을 셋으로 쪼개 봉사 활동(3개월), 여행(3개월), 공부(6개월)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 패널 CEO는 1년간 자서전을 쓰고 싶다고 적었다. “조용한 곳에서 칩거하면서 그동안 살아온 인생과 나의 경영 활동을 돌아보며 나만을 위한 자서전을 쓰겠습니다. 그러면서 잘못된 선택을 한 원인, 스스로 부족한 점에 대해 깨닫고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김경진 한국EMC 사장은 “인생 이모작을 위해 세계적인 교수진과 시설을 갖춘 미술학교에서 금속 공예나 목공 디자인을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사장은 “푹 쉬면서 책을 읽고 공부도 하고 싶다. 업무를 위한 공부 말고 인문학 공부, 내가 좋아하는 꽃을 만질 수 있는 플로리스트 공부를 하고 싶다”고 적었다.

김태영 필립스전자 사장은 “할리 데이비슨에 올라 바람처럼 세상을 다녀보고 싶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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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CEO 연구보고서 책으로 출간
포브스코리아는 지난해부터 CEO 100명으로 패널을 구성해 한국 CEO들의 의견을 수렴해 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0회에 걸쳐 한국 CEO에 대한 연구보고서 격인 ‘한국의 CEO를 말한다’를 연재했고, 올 들어 여섯 차례 CEO들의 삶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CEO로 산다는 건…’을 실었습니다. 포브스코리아는 CEO의 세계를 집중 조명한 두 건의 연중기획을 묶어 올 하반기 책으로 출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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