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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r-round project - “바다 위 호텔 1000개 지었다”

year-round project - “바다 위 호텔 1000개 지었다”


오리엔탈정공이 지난 6월 1000번째로 만든 선상 위의 하얀 궁전 데크하우스.

“작은 호텔을 배 위에 세우는 셈이다.” 선박 상부 구조물 전문 제조업체인 (주)오리엔탈정공의 서상원(42) 대표이사는 이 회사 주력 상품인 데크하우스(Deck house) 제작을 이렇게 설명했다. 데크하우스란 대형 상선의 주거·사무 공간이 들어서는 선상 구조물을 말한다.

육지였다면 철근콘크리트로 뼈대를 엮었겠지만 해상에서는 무게를 최대한 줄여야 하므로 오로지 철판으로 골조를 짤 뿐만 아니라 바닥과 벽면 등 건물 전체가 철판이다. 기능은 호텔과 거의 같다. 선원들이 먹고, 자고, 오락을 즐긴다. 따라서 구조물 제작, 배관, 배선, 조명, 인테리어 등 호텔 공정과 다르지 않다. 양탄자도 깐다.

이 회사가 만드는 데크하우스는 ‘파나막스급“(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정도의 크기를 가진 선박) 이상 대형 선박에 주로 탑재된다. 컨테이너선의 데크하우스는 아파트 9층 높이와 맞먹는다. 데크하우스를 하나 수주하면 40여 개 협력업체가 달라붙어 90일 만에 완제품을 뚝딱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드는 데크하우스가 지난해 99개에 달했다. 오리엔탈정공은 세계에서 데크하우스를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다. “선박 상부 구조물 전문업체 중에서 한 해 100개를 만들 만한 회사는 오리엔탈정공밖에 없다”고 한국조선기자재연구원의 차지협 기관기계팀장이 말했다.

세계 최대 건조능력을 갖춘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건조한 선박은 102척. 이에 드는 데크하우스 일부는 현중이 자체 제작도 하지만 상당수는 협력업체나 오리엔탈정공 같은 전문기업에 위탁한다. 따라서 “데크하우스 생산량 세계 1위”라고 이 회사의 서상원 대표는 강조했다.

경영상태도 양호하다. 매출이 조선 호황에 힘입어 순풍에 돛을 달았다. 2005년 1953억원이던 매출액이 2636억원(2006년)→3106억원(2007년)→3959억원(2008년)으로 쑥쑥 늘었다. 2005, 2006년 2.4%안팎이던 영업이익률이 2007년 4%, 지난해 8.3%로 치솟았다. 최근 2년간 전년 대비 2배 이상 수익성을 개선한 셈이다.

이 회사의 또 다른 경쟁력은 다변화된 거래처에서 온다. 조선·해양 부문 시장조사기관인 클락슨이 산출한 지난해 말 수주잔량 세계 10대 조선소 중 8곳이 오리엔탈정공의 데크하우스를 받아 쓴다. 매출이 특정 업체에 편중되지도 않았다. 지난해 매출의 36%를 해외에서 실현했으며, 나머지도 현대중공업(24.9%), 삼성중공업(17.3%), STX조선해양(6.9%), 현대미포조선(6%) 등 두루 퍼져 있다.

국내 유명 중소기업들이 세계를 주름잡는 특정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양상과는 사뭇 다르다. 이 회사가 스스로 시장을 주도할 능력을 갖췄다는 말이기도 하다. 1990년대 초 조선업계는 선박의 굴뚝(연돌·Funnel) 같은 대형 구조물이나 구명정 진수장치, 엔진룸 덮개 같은 선박 상부 구조물은 아웃소싱을 해왔다.

하지만 데크하우스는 관행처럼 조선소에서 직접 만들었다. 오리엔탈정공은 이 관행을 뒤집었다. 데크하우스 생산을 외부업체에 위탁하면 일손도 줄이고, 또 데크하우스를 만들던 자리에서 배를 한 척 더 만들어 이익이라는 논리로 조선업체들을 설득했다. “조선사가 직접 데크하우스를 만들수록 손해라는 점을 일깨웠다”고 박세철 기획조정실장이 말했다.

1994년 첫 제품을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에 납품한 이래 해마다 적게는 30개, 많게는 90개 이상을 팔았다. 지금도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 쓰미토모 중공업, 코요 조선은 모든 선박의 데크하우스 제작을 오리엔탈정공에 의뢰한다. 국내 조선사들은 물량을 일부 자체 제작하거나 전속 하청업체나 오리엔탈정공 같은 외부 전문회사에 나눠준다.

데크하우스 제작에 남이 모르는 비결은 없다. 발주자(조선사)가 자사 기준에 따른 기본 설계도면을 보내오면 제작사는 제작 설계만 덧붙여 만들면 된다. 그런데도 오리엔탈정공이 국내외 쟁쟁한 업체들을 따돌리고 정상에 군림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여러 조선사의 데크하우스를 만들다 보니 제작 경험이 풍부하다. 각 회사 제품의 장점을 따 뛰어난 제작 설계 기법을 익혀왔다. 대형 조선사에 딸린 전속 하청업체는 타사 제품을 만들 기회가 거의 없다. 오리엔탈정공이 국내외 선박 구조물 제작사들을 압도하는 기본 동력이기도 하다.

조선업계의 데크하우스 신기술과 트렌드를 탐문하려는 방문 업체가 매년 20여 곳에 이른다. “130년 역사의 미쓰비시 중공업도 데크하우스 제작 공정을 견학하러 진해공장을 찾는다”고 박 기획조정실장이 말했다. 관록만이 세계 최강을 보장하진 않는다. “동등하거나 더 나은 제품을 남보다 적은 비용에 빨리 만들어주는 기술에서 일가견이 있다”고 서 대표는 자신했다.

또 데크하우스에 쓰이는 철판은 두께가 6~12㎜ 정도로 선박 몸체에 쓰이는 철판(15~25㎜)보다 얇다. 선박의 몸체처럼 화물의 하중을 받지 않고 자체 무게만 견디도록 설계하기 때문이다. 얇다 보니 용접 부위 주변은 철판이 우글쭈글 휘거나 오그라들어 골치다. 이를 바로잡아 펴는 공정을 곡직(曲直)이라고 하는데 이 기술에서도 승부가 달린다.

“국내외 조선업체들조차 얇은 철판 곡직기술은 조선사보다 우리가 앞선다고 인정한다”고 기술연구를 책임진 김종일 상무보가 전했다. 데크하우스를 만들자면 비록 조선소 규모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작업 부지에다 생산설비, 항만시설 등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 회사가 1992년 들어 진해에 대규모 데크하우스 제작 공장을 세울 때는 부채비율이 1000%를 웃돌았다.

회사가 넘어간다는 소문마저 나돌았다. 하지만 1994년 데크하우스 첫 매출을 올린 뒤로는 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호황기를 누렸다. 이 회사는 요즘 해양 플랜트 사업에도 공을 들인다. 원유 시추선 옆에 정박해 선원들의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주거용 바지선(accommodation barge)과 석유 시추 상부 구조물인 데크 박스(deck box)가 주요 타깃이다.

주거용 바지선은 국내 공장과 중국 다롄 공장에서 이미 납품을 시작했다. 물론 주력분야는 여전히 데크하우스 같은 선박 상부 구조물이다. 올해 수주잔량이 7000억원에 달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일감이 넘친다. 서 대표도 “올해는 5000억원 매출에 350억원의 영업이익을 겨냥한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에도 세계 경제가 호전되지 않으면 불황의 여파가 직접 피부에 와 닿을 수도 있다. 이 회사의 녹산공단 공장 건물 외벽에 내걸린 현수막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 있다. ‘극심한 변화에 대비하는 해’. 조선 기자재 업계가 느끼는 긴장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Q&A 서상원 대표
“해양 플랜트 쪽으로 무게 중심 이동 중”


오리엔탈정공은 지난 6월 15일 1000번째 데크하우스 제작 기념식을 가졌다. 1994년 첫 제품을 출시한 이래 15년 만이다. 회사 매출의 68%가량을 차지하는 데크하우스는 오리엔탈정공이 조선업계 핵심 기업으로 부상하는 주춧돌이 됐다.


선박 연돌(굴뚝)과 데크하우스 등을 한국보다 일본에 먼저 납품했다. 이례적이다.
1986년 부친인 서종석 회장이 이 회사를 인수할 당시 일본 시장 개척에 공을 들였다. 기술도 일본에서 받아왔다. 당시는 일본 기업들이 세계 1위였고 한국은 정신없이 사업을 확장하는 단계였다. 아무래도 앞서가는 업체들이 신기술과 공정에 귀 기울일 여유가 더 많았지 않겠나.


선주들은 데크하우스의 어떤 점을 중시하나.
사람으로 치면 얼굴에 해당한다. 멀리서 봐도 단박에 눈에 들어온다. 최대한 외모를 단정하게 가꾸려는 인간의 욕망처럼 조선사들도 데크하우스의 외양을 까다롭게 따진다. 이 모두가 곡직 기술에 달렸다. 하지만 교과서나 매뉴얼에 따른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오로지 숙련된 기능공이 장인의 감각으로 하는 일이다.



데크하우스 아웃소싱 이후 조선업계에 어떤 이익이 발생했나?
직접 만들다가 외부에서 사다 조립하게 되면서 조선공정이 앞당겨졌다. 조선소가 배를 한 척이라도 더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데크하우스 아웃소싱을 처음으로 시도한 우리 입장에서는 세계 조선 공정을 바꿨다는 자부심을 갖는다.


국내 경쟁 업체 중에는 조선 쪽으로 말을 갈아탄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런 유혹을 받지 않았나?
선박 상부 구조물을 만들던 기업이 조선 활황에 배를 만들겠다고 나선 사례가 왕왕 있었다. 오리엔탈정공이 뭐가 부족해 배를 안 만드느냐는 말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 있는 분야에서 승부를 보고 싶었다. 그때 옮겨갔더라면 지금쯤 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회사가 가장 어려웠을 때는?
1980년대 말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 일본 기업과의 계약을 이행하자면 30%가량 밑지는 장사였다. 국내 다른 기자재 업체들은 납품을 중단하거나 계약조건을 갱신하자고 나섰지만 우리는 약속대로 물건을 인도했다. 이 일로 일본 거래처들과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신뢰관계를 다졌다.


중국 다롄과 옌타이에도 공장을 세웠는데.
막연히 싼 인건비를 보고 뛰어들지 않았다. 처음부터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에 입각했다. 경기 후퇴로 지금은 가동률이 50% 선으로 떨어졌지만 중국은 땅이 넓고 플랜트 시장은 무한하다.


해양 플랜트에도 진출했다. 주력 제품이 바뀔까?
지속적으로 성장하자면 해양 플랜트 쪽으로 가야 한다. 지금은 주력이 데크하우스, 크레인 등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해양부문이 데크하우스를 앞지를 수도 있다.


해양 플랜트는 기존 고객인 조선사의 영역을 파고드는 셈 아닌가?
조선업체들은 원유 시추선을 주로 만든다. 우리는 시추선에 따르는 주거용 바지선을 공략하기에 고객의 이익과 충돌하지 않는다.


단기 시장을 전망한다면.
올해 목표 달성에 매진하겠지만 약간 미달할지도 모른다. 내년까지도 일할 잔량이 있다. 내년엔 올해나 지난해의 80% 수준의 실적이 가능하리라 본다. 내년 하반기께엔 조선시장의 회복을 기대한다.


관리자로서의 요즘 관심사는?
20년 전 회사 초창기에는 누가 출근을 안 했는지, 누가 아픈지 마음과 눈으로 관리가 가능했다. 지금은 해외법인을 포함해 관련 직원이 7000명을 헤아린다.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강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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