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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들 요즘 부동산에 몰려요”

“큰손들 요즘 부동산에 몰려요”

금융위기에도 자산을 잃지 않고 지켜낸 큰손들이 많다. 이들은 경기 바닥을 확인한 후 하반기 투자에 나설 것이란 게 좌담에 참석한 PB들의 전망이다. 특히 부자들은 부동산에 주목하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왼쪽부터 유진경 차장, 김인응 팀장, 박인섭 WM, 한상언 팀장, 함형길 센터장

에리하게 시장을 파악하고 투자 판단이 빠른 큰손들은 하반기에 어떻게 자산을 관리할까. 고액 자산가의 자금을 관리하는 PB 5명이 6월 12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로얄 스위트룸에 모였다. 국내 금융사 대표 PB 50인 중 1000억 원 이상을 관리하는 PB계의 ‘큰손’들이다. 이들에게 요즘 부자들의 자금 관리와 하반기 투자 전략에 대해 물었다.

좌담에 참석한 PB(가나다 순)
김인응 우리은행 PB사업단 재테크 팀장
박인섭 교보생명 재무설계센터 웰스매니저(WM)
유진경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 압구정본부점 차장
한상언 신한은행 압구정 PB센터 재테크 팀장
함형길 하나은행 압구정골드클럽 센터장
우선 PB가 보는 부자의 기준은 뭘까. 이들은 “금융자산 최소 30억 원을 갖고 있으면 부자”라고 입을 모았다. 투자자가 대체로 전체 자산 중 30%를 금융자산에 투자한다고 봤을 때 부자들의 자산은 모두 100억 원이 넘는 셈이다. 현재 부자들의 자산 관리 최대 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다. 금융위기 속에서 큰손들의 자금은 어디에 투자되고 있을까.



한상언 신한은행 압구정 PB센터 재테크 팀장 지난해 주식시장이 급격히 추락하면서 펀드 투자로 20~30% 손해를 본 고객들이 많습니다. 국내 펀드에 비해 해외 펀드 투자 수익률이 더 하락했죠. 여전히 일부 자금이 펀드에 묶여 있는 고객이 많습니다. 펀드에 물린 자금 외에는 예금, 채권 등 안전자산에 넣어두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김인응 우리은행 PB사업단 재테크 팀장 개별 단위 점포로 보면 큰 변화가 없는 거 같은데요. 10억 원 이상인 우리은행 고객 2000명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정기예금이 10조 원가량 늘어났고요. 2월 이후 4월 말까지 그 자금 중 6조 원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이후 안전자산을 선호하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고객들의 투자 심리가 회복했다는 얘기죠.



유진경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 압구정본부점 차장 증권사에서는 자금 이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요. 지난해 대부분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 20~30%를 기록했습니다. 2001년 바이코리아를 경험한 고객들은 급격히 하락했던 지수가 다시 회복하더라도 원금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상당수 고객이 과감히 펀드를 환매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했죠. BW는 채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건데요. 전환사채(CB)와 비슷하게 주가 차익과 채권 금리의 이점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주식형 채권’입니다. 하이닉스, 기아차, 대우차 등을 청약한 고객은 현재 100%에서 최고 200% 수익을 올리셨죠.



불황기에 자산 지킨 고액 투자자 많아


주식시장은 2007년 말 코스피지수 2000시대를 찍은 이후 주가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듯이 빠져 1000 선 아래까지 하락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이 동시에 폭락했다. 주목할 점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자산을 지켜낸 큰손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현금자산 100억 원 이상의 슈퍼 부자라는 것.



함형길 하나은행 압구정골드클럽 센터장 100억 원 이상을 맡긴 고객들은 높은 수익보다 자산을 지켜내는 것을 선호합니다. 한상언 팀장 역시 “슈퍼 부자들은 최대한 투자 위험이 없도록 자산을 관리한다”며 “이들은 2007년 말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이 가시화되기 이전에 펀드에 투자했던 자금을 차익실현 후 예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에 넣어뒀다”고 말했다.

김인응 팀장은 욕심내지 않고 투자 원칙을 따른 게 자산을 지켜낸 비결로 꼽았다. 그는 “슈퍼 부자들은 위험 판단 능력이 뛰어나고 조금이라도 투자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투자 비중을 줄인다”고 덧붙였다.



부자들 돈 버는 비결 투자 습관에 있다


결과적으로 고액 자산가가 금융위기 시대에 자산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투자 철학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부자들의 돈 버는 투자 습관은 뭘까.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PB 50인에게 본받을 만한 부자 투자 습관을 꼽아달라고 했다. 가장 많은 답변은 결단력이다.

김인응 팀장은 “투자자가 투자처를 두고 머뭇거리고 있을 때 부자들은 과감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반면 사전에 정한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처분해서 현금화 한다. 판단은 신중하지만 투자는 과감한 게 큰손들의 성공 비결이다. 유진경 차장은 “투자 판단이 빠른 것은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객 중 40대 벤처 회사 CEO 한 분이 계시는데요. 지난해 7월 전체 자산 중 30%를 차지했던 펀드를 10% 손해 본 상태로 모두 환매했습니다. 회사와 거래하는 세계 곳곳의 클라이언트나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해외 금융 전문가들이 앞으로 시장이 더 나빠질 것이라 조언해줬다고 합니다.”

PB 50인이 말하는 부자들의 투자 습관에는 투자 원칙을 지킨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자신만의 확고한 투자 원칙이 있기 때문에 투자 위험이 줄어든다. 때로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 역발상 투자 전략을 짠다. 남과 똑같이 하면 비슷하게는 갈 수 있지만 남을 앞서 갈 수 없다는 것이 부자들의 돈 버는 비결이다.


주식시장 지금이 바닥일까


PB 50인이 꼽은 부자들의 돈 버는 습관
-투자가 결정되면 과감히 실행하라
-인맥 관리를 중시하라
-투자 원칙을 세우고 실천하라
-남들이 하지 않는 역발상 투자 전략을 짜라
-긍정적인 자세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라
-절대 무리하게 투자하지 말아라
-자산은 최대한 쪼개서 투자하라
-안전자산 투자로 투자 위험을 낮춰라
-작은 돈도 새나가지 않게 하라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살펴라
일부 국내외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시장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본다. 주식시장 역시 연초 1200 선이 깨졌을 때를 바닥으로 예측했다. 실탄이 풍부한 부자들은 언제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까.


박인섭 교보생명 재무설계센터 WM 지금 바닥까지 왔다는 믿음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수백억 원을 주식으로 운용하는 기업 CEO분이 계시는데요. 지난 1년간은 거의 투자를 안 하시다가 올해 5월에 우량주 종목을 중심으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장 불안감은 여전히 높은 거 같아요.

시장에 넘쳐나는 자금으로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많습니다. 그래서 확실한 조언자를 찾고 있습니다. 믿을 수 있는 전문가가 주식시장이 바닥이라고 얘기하면 적극적으로 투자할 의사가 있다는 얘기죠.



김인응 부자들은 바닥론에 대해선 반신반의하죠. 현재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지켜보면서 투자에 나설 거 같습니다. 코스피지수가 1300 아래로 한번 더 내려가면 공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하는 부자도 상당수죠.



유진경 저는 바닥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앞으로 주식시장은 이분화 될 거예요. 지수가 더 오르더라도 종목별 수익률이 달라지겠죠. 종목에 대한 가치 평가가 이뤄질 시기입니다.

큰손들이 바닥 신호로 느끼는 요소는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생산지수, 주가지수 등 경제지표를 꼼꼼히 챙긴다. 특히 사업가는 ‘감’을 중시한다. 직접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경제 분위기, 자금 흐름 등 체감경기를 따지는 것. 대부분 사업가는 요즘 체감경기가 어렵다고 한다. 금융위기 이후 자금 조달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조조정, 비용절감 정책 등 위축 경영을 하고 있어서다. 인적 네트워킹도 빼놓을 수 없다. 큰손 주변에는 금융 전문가, 변호사, 정부 관계자 등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가 많다. 부자들은 다양한 업계에서 모은 정보를 분석해서 투자를 결정한다.



예금에서 주식·부동산으로 자금 이동


그렇다면 요즘 부자들의 투자 관심사는 뭘까.


한상언 안전자산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이 낮아서 고민이 많죠. 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에 리스크가 생기더라도 투자에 나서려고 합니다. 투자처로 꼽는 곳은 채권과 부동산 두 곳인데요. 후순위 채권이나 하이브리드 채권처럼 기간이 길더라도 금리가 높은 곳에 투자를 합니다.

고금리 장기 채권은 보통 5년 만기로 6%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금액대를 제시하고 물건을 찾아달라고 하죠. 투자 관심에서 실수요로 넘어선 거 같습니다. 투자처로는 50억 원 이상인 빌딩을 꼽더군요.



유진경 넘쳐나는 자금에 비해 고금리 장기 채권 물량은 많지 않습니다. 또 앞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많다보니 채권은 단기적으로 투자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주식 투자자는 코스피지수 1400대를 전후로 잠시 쉬고 있는데요. 앞으로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IT 업종을 필두로 지수가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인응 고객들은 주가가 한번 더 조정을 받으면 직접 투자를 하겠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는 여유자금으로 대표우량주나 실적호전주에 투자되는 국내 주식형 펀드를 분할매수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에도 관심이 많죠. 강남권 수익형 상가 투자를 문의하는 고객이 늘고 있습니다.



박인섭 지난해 주식이나 펀드로 손해를 크게 봤던 고객들이 한결같이 얘기하는 게 ‘믿을 건 부동산’뿐이라는 거죠. 과거 한두 차례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 경험이 있기 때문인데요.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오게 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에 더 관심이 높은 거 같습니다. 서울 4대문 안의 업무용 빌딩이나 오피스텔을 구체적으로 찍어달라는 고객도 있습니다. 제시하는 가격은 100억 원대 이상이고요.



상속·증여는 부자들의 영원한 숙제


부자들이 자산관리만큼 관심이 높은 게 세금이다. 세금 중에서도 상속, 증여세에 관심이 높다. 지난해 재정경제부는 최고 50%인 상속·소득세와 같은 수준인 6~33%로 조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개정세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박인섭 웰스매니저는 “이번 정권 내에 상속·증여세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으니 상속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함형길 센터장은 “세율이 인하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자산 가치가 낮은 자산 위주로 상속·증여를 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만약 법 개정으로 세율이 낮아질 경우 10년 이내에 합산하면 세율 인하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응 팀장 역시 자산 가치가 하락한 점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증시가 하락했을 때 펀드나 주식을 증여하면 절세 효과가 있습니다.” 한상언 팀장도 “상속·증여는 빠를수록 유리하다”며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서 앞으로 상승 가치가 높은 저평가된 자산을 증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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