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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論濁論] 감세논쟁

[淸論濁論] 감세논쟁


앞으로 세제정책 방향전환을 둘러싸고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전임 정부들과의 차이점을 감세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 두어왔다.

물론 ‘이렇게 하겠다’는 선언과 현실적으로 ‘그렇게 해왔다’는 것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지만, 감세 정책은 그동안 경제정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경제정책 방향을 선회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명분이 있어야 하고 정책변화를 둘러싼 상황변화가 있어야 한다. 감세정책을 유보하거나 오히려 증세정책으로 전환할 의지를 가진 정책당국자들은 앞으로 감세를 추진할 당시와 지금 상황이 너무 크게 변했다는 점으로 국민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같은 정책기조 변화를 예견하기라도 한듯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만고불변의 정책이란 게 있을 수 없으며, 상황이 변하면 거기에 맞게 변하는 게 경제정책”이라는 발언으로 감세정책의 후퇴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원론적으로 세금을 낮추면 경제주체들에게 충분한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이는 투자와 소득을 활성화시킨다.

이는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인 사실로도 충분히 입증된 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살림을 꾸려가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수입과 지출을 맞추어야 하는 중대한 책임이 있다. 감세정책을 추진할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올해 정부가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지출 규모를 크게 늘렸다.

올 한 해만 하더라도 국가채무는 지난해보다 57조7000억원 늘어난 366조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35.6%나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다. 국가채무 규모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의 248조원(28.7%)에서 2008년 308조3000억원(30.1%)으로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재정지출이 계속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내년에는 4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 이자부담액은 올해 15조7000억원에서 내년에는 20조원을 웃돌 예정이다. 2005년에 불과 10조원이 채 되지 않았던 이자부담액이 5년 만에 2배로 증가하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정권의 정체성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싶었던 민영화의 작은 정부는 그동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추진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재정지출의 합리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재정지출에 대한 필요성은 크게 증가한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다.

경기를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되는 각종 정책도 재정의 효율성이란 면을 충분히 고려한 다음에 나온 정책이라기보다는 무엇인가를 서둘러 해야만 한다는 다급함에서 나온 급조된 정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를 들어 녹색 성장과 관련된 각종 재정지출 등은 훗날 재정 낭비와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거품이 잔뜩 낀 이벤트 성격의 정책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 장관의 지적처럼 물론 그동안 상황이 크게 변한 것만은 사실이며, 상황과 관련없는 만고불변의 정책이란 것도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나라의 씀씀이를 최대한 합리화하면서 이에 걸맞은 정책을 사용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지출의 합리화라는 고통의 감내보다는 감세 기조의 변화 내지 증세라는 편안한 길만 정부가 찾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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