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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 재미 더해 한식 세계화 첨병 될 것”

맛에 재미 더해 한식 세계화 첨병 될 것”




‘체력 좋고 생명력 강한 건강미’.

긴 막대판에 색색깔로 꽂혀 있는 6개 술잔. 이 중 빨간색을 집으니 잔 아래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재미있다. 무슨 의미일까? 불고기브라더스 사당점 점주(店主)가 친절하게 설명한다. “빨간색 잔을 뽑는 분은 체력이 좋고 생명력이 강한 건강미를 갖고 있다는 뜻”이란다. 궁금한 김에 녹색 잔을 들어보니 ‘따뜻하고 진실한 인간미’라 쓰여 있다.

“일종의 컬러 마케팅이지요. 손님께 아주 작은 부분에서도 즐거움을 드리려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이재우(48) 불고기브라더스 사장이 덧붙인 설명이다.

고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 지난해 불어 닥친 세계 경제위기의 파고에 시달리는 외식업계에서 유독 공격 마케팅을 펼쳐 관심을 끌고 있는 토종 외식 브랜드 불고기브라더스의 ‘포스’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작은 즐거움까지 고려한 마케팅이 불고기브라더스의 성공 요인 중 하나인 것이다.

“연기가 없지요?”

고기를 구우며 이 사장이 묻는다.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진짜 그렇다. 연기가 없는 것이다. 고기를 굽는데 연기가 안 나니 이 역시 신기하다.

“연기가 밑으로 빠집니다. 이를 위해 바닥을 40cm 높였습니다.”

그의 말에 테이블 아래를 내려다보니 굵직한 통이 있고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팬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연기는 모두 밑으로 빠져나간다. 이 사장은 “이런 설비를 하려면 평당 40만원이 더 든다”고 했지만, 시설 설비에 얼마만큼의 돈이 들어가는지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보인다. 이 모든 것이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쾌적한 환경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술은 얼음 담은 냉면 놋그릇에”

전통주도 불고기브라더스의 성공 요인에서 뺄 수 없다. 메뉴만 봐도 불고기브라더스가 얼마나 전통주를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와인 절반에, 전통주가 절반이다. 문배주, 화요, 설화, 황진이주 등 평소 보기 힘든 전통주 15~16종이 준비돼 있다. 와인처럼 ‘전통주 소믈리에’도 있어 음식이나 개인 기호, 분위기 등에 어울리는 전통주를 추천해준다.

일단 술을 주문하면, 주문한 술에 맞는 잔도 따로 준비되어 있다. 막걸리에는 놋그릇 잔, 와인처럼 달콤한 한산소곡주에는 와인잔이 제격이란다. 이 사장은 성과에 만족한다. “식당을 찾는 많은 손님이 재미있어 한다”는 그의 말에 자신감이 묻어 나온다.

이 사장은 롯데호텔 레스토랑 웨이터를 시작으로 외식업계에 뛰어든 뒤, TGI프라이데이스와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같은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을 국내로 들여온 주역이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를 업계 1위의 자리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간 얼마나 많은 노하우를 쌓았을지 짐작된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승승장구하던 그가 2006년 3월, 돌연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한국식 스테이크하우스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해외진출 전 국내 기반 다질 것”

이 사장의 도전은 좋은 열매를 맺었다.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한 지 7개월 만인 2006년 10월, 1호점인 강남점을 오픈한 데 이어 그해 12월에는 2호점인 명동점을 열었다. 그의 경영철학은 두 가지. 프랜차이즈가 아닌 직영, 그리고 고급화다. “경영에 자신이 있어 프랜차이즈보다는 직영을 선호한다”는 것이고, “고급화를 지향해야 고객이 든다”는 것이다.

2007년, 매장은 7개가 됐다. 업계가 놀란 것은 불황이 본격화된 지난해 일이다. 2008년 그는 10억원이 들어가는 고급 한식당 직영점을 무려 5개나 추가로 오픈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그는 5개 매장을 더 늘린다는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 중이다. 이미 3개가 오픈했고 연내 2개가 더 만들어진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장하면서 ‘이익’을 계속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해까지 적자였지만 올해는 매출 200억원에 흑자를 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또 다른 관심사는 표준화를 통한 해외 진출이다. 불고기브라더스가 추구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한식의 세계화’다.

그는 처음부터 이를 염두에 뒀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최근 필리핀과 베트남 등에 프랜차이즈를 준비하고 있기는 해도 어디까지나 그쪽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꾀하지는 않는다.

“요즘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기업으로서는 쉽게 달려들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수익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요. 불고기브라더스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도 한식의 세계화지만, 서두를 생각은 없습니다. 일단 국내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는 일단 단기 목표에 매진한다. 올해 수지를 흑자로 바꾸고, 이 흑자기조를 3년 연속 유지해 2012년 상장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2020년 100호점을 내 매출 2000억원을 올리는 패밀리 레스토랑 기업을 꿈꾼다. 물론 그때쯤이면 미국이나 중국은 물론 일본이나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도 불고기브라더스의 표준화된, 그러나 맛있는 한식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외국인이 불고기에 관심을 보이며 아주 맛있다고 합니다. 결국 해외에서도 우리 음식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그의 자신감에서 불고기브라더스의 미래를 보는 듯하다.

“맛이 주방장 컨디션 따라 달라지면 안 된다”
이재우 사장의 표준화 마케팅
이재우 사장의 경영비법은 단순한 마케팅에 있지 않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표준화’다. 그는 모든 메뉴를 표준화시키면 매장을 빨리 확대하면서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본다. 표준화를 통해 어디서나 좋은 맛을 낼 수 있고, 주방장 등 고급인력을 쓰지 않아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원리를 패밀리 레스토랑 경영에서 얻었다.

“흔히 한식은 손맛이라고들 하지요. 그래서 수십 년 된 주방장을 비싼 돈 주고 고용합니다. 하지만 기업화에는 단점이 있지요. 날씨나 주방장의 컨디션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높은 인건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표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물론 표준화를 잘못하면 망한다. 기계화된 맛에 염증을 느낄 수도 있고, 맛이 매장마다 들쭉날쭉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 표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사장은 여기에 공을 들였다. 청와대에서 20년간 궁중음식을 담당한 경력이 있는 조리장과 함께 소금이나 간장의 양뿐 아니라 냉면의 면발을 씻는 횟수와 물의 온도, 된장찌개의 염도 및 조리 시간 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계량화했다.

‘된장찌개는 미리 만들어 놓은 멸치육수를 섭씨 100도에서 1분 끓인 뒤 테이블에서 약한 불로 천천히 끓여 먹는 게 최고’라는 식이다.“사람들 입맛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가장 많은 사람이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기준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보편적인 맛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일반인을 상대로 품평회를 열고 이를 바탕으로 조리법을 작성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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