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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바이러스 ‘산모의 고령화’

저출산 바이러스 ‘산모의 고령화’

▎9월 17일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이 부산 기장군 항구에 설치한 젖병 모양 등대. 16개 시·도 중 부산의 출산율이 가장 낮게 나오자 출산 장려를 기원하기 위해 세웠다.

▎9월 17일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이 부산 기장군 항구에 설치한 젖병 모양 등대. 16개 시·도 중 부산의 출산율이 가장 낮게 나오자 출산 장려를 기원하기 위해 세웠다.

2006년 쌍춘년과 2007년 황금돼지 해 영향으로 반짝 높아졌던 출산율이 지난해 다시 낮아졌다. 2008년 출산율 1.19명. 이미 세계 최저인데, 올해는 1.12명 수준으로 더 낮아질 전망이다. 더욱 큰 문제는 산모의 고령화다.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허약한 저체중 아기가 태어나거나 불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산모의 평균 연령은 30.8세로 1998년에 비해 10년 사이 2.3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여성의 초혼 연령도 26세에서 28.3세로 2.3세 많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 서른네댓 먹은 총각·처녀가 흔하다. 직장이 없거나 시원찮으면 결혼은 꿈도 못 꾼다. 혼인신고를 해야 출생신고도 할 수 있는 한국에서 결혼은 출산의 필수조건이다.

그런데 갈수록 결혼이 늦어지고 산모의 나이가 많아지니 아이를 원해도 못 갖는 ‘비자발적 무자녀 가정’이 늘어날 수밖에. 초혼 연령과 출산율의 반비례 관계는 통계로 드러난다. 여성의 초혼 연령이 29세인 서울과 부산, 대구의 출산율은 채 1명이 안 되거나 겨우 1.0명 수준이다.

출산율이 1.3~1.4명대로 평균보다 높은 지역은 전남·북과 충남·북 등 농촌이 많고 여성의 초혼 연령이 27~28세로 상대적으로 낮은 곳들이다. 시·군·구별로 볼 때 전남 강진(출산율 2.21)과 전북 진안(1.90)의 출산율이 왜 1, 2위일까?

이곳 농촌 총각에게 시집온 결혼 이민자가 많은데 나이가 상대적으로 어릴뿐더러 아이를 빨리, 많이 낳아야 정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강원도 인제(1.84)와 화천(1.82)의 출산율이 높은 것도 군부대 젊은 하사관과 장교들이 가정을 일찍 꾸리기 때문이다.

통계를 깊이 들여다보면 정책이 보인다.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든 농촌지역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게 하려면 결혼이민자 대책부터 체계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아야 한다. 또 서른 이전 결혼을 권하려면 젊은이들이 대학을 나와 바로 직장을 잡도록 괜찮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지금처럼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상황에선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저출산의 원인은 복잡다단한데 결국은 ‘돈’ 문제다.

선진국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대표적인 저출산국이었던 프랑스는 국내총생산(GDP)의 2.8%에 이르는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 1993년 1.66까지 내려갔던 출산율을 지난해 1.99로 끌어올렸다.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려면 그만큼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시늉내기식 예산으로 GDP의 0.4%에 불과하다.

당장 예산 확보가 어렵다면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남성의 육아휴직제 의무화,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등 여성의 육아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연기금을 통한다면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상태로 신생아가 줄어들다간 머지않아 국민연금을 부을 젊은 층도 감소할 테니 연기금이 나서야 한다.

셋째 아이에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정부와 지방지치단체가 교육비를 대주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아울러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 2005년 출산율이 1.08명까지 추락하자 참여정부는 대통령이 위원장, 장관들이 위원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었다.

정권이 바뀌자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없어지고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위원장, 차관이 참여하는 위원회로 격하됐다. 그러다 2008년 출산율이 떨어지자 8월 하순 부랴부랴 당정협의를 갖고 저출산대책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시키자고 논의했다. 예산도 지질한 데다 정권에 따라 출렁이는 정책으로 인구감소라는 국가적 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 금융위기 대처 이상의 파격적 발상과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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