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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김문수 지사와 이승한 회장의 대화

리더십│김문수 지사와 이승한 회장의 대화

재계와 정치권의 대표적인 리더 두 사람이 만났다. 이승한(63) 홈플러스그룹 회장과 김문수(58) 경기도지사는 리더의 자질과 역할부터 리더로서 자신의 강점겲旋?등까지 진솔하게 털어놨다.

올해 포브스코리아 경영품질대상에서 리더십 부문 대상을 받은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재계와 정계의 대표적인 리더다.

이 회장은 국내 유통업계의 대부 격이고, 김 지사는 차기 대통령 후보로도 꼽히는 유력 인물이다. 이 회장에게 2009년은 남다른 해다. 그는 10년 전 “홈플러스를 국내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유통회사를 만들겠다”고 장담했다.

국내 최고가 목표였다면 CEO를 맡지도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허풍이라고 비웃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 회장은 그러나 당시 업계 12위이던 홈플러스를 10년 만에 2위로 키웠다.

그는 9월 14일 리더십을 주제로 서울 테헤란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비즈니스센터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랜드에서 인수한 홈에버 노사분규 해결과 더불어 창립 10주년에 매출 10조원을 넘긴 게 가장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꿈의 크기가 미래 좌우이 회장은 고속성장 비결로 리더의 꿈의 크기를 들었다. 예컨대 ‘10% 성장’식으로 비교적 쉽게 이룰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면 그만한 실행 아이디어밖에 나오지 않지만 원대한 목표를 세우면 온갖 상상력과 창조력이 동원된다는 것이다.

리더의 6가지 자질을 강조한 ‘헥사곤(육각형) 경영’, 세계화와 현지화를 접목한 ‘글로컬 경영’을 선보였던 그는 올 들어 ‘큰 바위 얼굴 경영’을 내세웠다. 홈플러스의 고객과 협력사, 비정부기구(NGO), 학계와 함께 성장하고 도움이 되는 큰 바위 얼굴 같은 기업이 되겠다는 뜻을 담았다.

국회의원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김문수 지사는 “현행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위기 가정을 무제한·무기한 돕는 ‘무한돌봄사업’을 활발하게 펼친 게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평소 “조직을 위해 어렵고 힘든 일을 책임지는 머슴 같은 존재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택시기사 체험 등 서민층을 이해하고 감싸려는 노력을 보였다.

그가 표방했던 ‘고객 중심 공공서비스’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대표적인 실적이 ‘수도권 대중교통요금 통합 환승할인제’다. 경기도민과 서울시민이 두 지역을 오가며 버스·지하철·전철 등을 이용할 때 환승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하루 평균 80만 명이 넘는 경기도민이 매일 1300원가량의 할인혜택을 누리고 있다.



리더는 머슴 같은 존재

“목표의식이 분명하고 흔들림 없이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는 도지사 재임 3년 동안 ‘수도권 규제 완화’에 주력했다. 이와 관련해 도발적인 발언과 행동도 서슴지 않아 여당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으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가 대표적인 악법이라고 강조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은 폐기하지 못했지만 산업단지의 공장 신·증설과 이전, 군사시설보호구역 일부 해제 같은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스스로 “30년 만에 최대 규제 완화”라고 말할 정도다.

규제 완화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룬 그는 다음 비전으로 ‘수도권 경쟁력 강화’라는 카드를 꺼내고 광역경제권 성장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일본·중국이 광역경제권을 선점하고자 핵심 도시를 키우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지사는 이를 위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을 제안했다.

두 사람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비즈니스센터에서 대화 하면서 요즘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영세상인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정부는 기업형 수퍼마켓이 골목상권까지 진출하면서 영세상인 등이 어려움을 겪으며 논란이 거세지자 영세 수퍼마켓을 묶어 대형 체인으로 통합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장은 “(국내 유통산업이) 한번쯤 겪어야 하는 성장통인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김 지사는 “처음부터 도에 권한을 줬으면 조정할 수 있었을 텐데 골치 아파 지니까 중소기업청에서 떠넘기더라”며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에게 (사전조정협의회의) 심사위원장을 맡으라고 했다”고 이야기 방향을 살짝 틀었다(경기도는 기업형 수퍼마켓과 지역상인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전조정협의회를 열었고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을 신임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 회장은 “정부가 친 서민 정책을 내세운 까닭에 기업형 수퍼마켓 문제를 상인 입장에서 풀려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6000여 준 기업형 수퍼 주인만 이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진짜 친서민 정책이라면 다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형 수퍼마켓 문제에 대해선 두 사람이 이해 관계가 정반대인 당사자라 평행선을 긋기 십상이다.

그래서 애초 주제인 리더십으로 화두를 돌리기 위해 김 지사가 세금 문제를 꺼냈다. “요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세금입니다. 세금이 잘 안 걷혀요. 거기다 행정통합 문제로 여기저기 들쑤셔놔 더욱 어수선합니다.”

김 지사는 요즘 같은 때 어떤 리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기업들이 해외로만 나가지 말고 조금 어렵더라도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국내 투자를 늘려줬으면 좋겠다”며 “이럴 때일수록 도전적인 리더가 많이 나와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정치권에서는 갈등까지 끌어안을 포용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특별한 인연이나 친분은 없지만 여러 자리에서 자주 만나는 사이라 서로 편하게 대했다. 김 지사가 먼저 이 회장을 칭찬했다.“이 회장님이야 세계가 알아주는 CEO 아닙니까? 특히 물건만 파는 게 아니잖아요. 문화·창조·개혁의 전도사랄까.” 이 대목에서 이 회장 같은 인재가 있다면 채용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지사는 “내가 채용되고 싶다”고 받아넘겼다.


“김 지사님을 보면 다른 지도자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참 순수하죠. 경기도와 나라를 위해 사심 없이 몸을 던지는 분이에요. 순수함이란 리더십의 여러 요소 중 가장 높은 단계의 덕목 아닙니까? 지도자는 책임을 지는 용기도 있어야 하는데 요즘 어디 그렇습니까?

다들 떠넘기려고만 하잖아요. 딱 부러지게 할 말은 하는 김 지사님은 용기가 대단한 사람 같습니다(이 회장의 칭찬이 계속되자 김 지사는 ‘내가 간이 좀 부은 사람’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두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 돋보이는 리더이긴 하지만 강점만 있는 건 아니다. 스스로 말하는 약점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김 지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약점이 많지만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아쉬운 점입니다. 젊어서 운동권에 관여하다 보니 사회 경험이 거의 없었죠. 특히 투쟁적이고 부정적인 삶을 살았다고 할까. 그래서 매일 공부하고 바른 길로 가도록 성찰합니다. 이 회장님처럼 지식과 경험이 많은 분들을 자주 만나 말씀을 듣기도 하고요. 도지사를 3년째 하면서 8500여 가지 일을 했는데 저에겐 정말 좋은 공부가 됐습니다.”

(김 지사는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을 돌며 현장 학습에도 열중하고 있다.) 이어서 이 회장은 자신의 약점으로 “듣는 게 부족하다”고 꼽았다. 모든 배움은 듣는 데서 출발하는데 돌아보면 많이 듣지 않았다는 자책이다. 그는 후계자 양성도 부족한 덕목이라고 털어놨다.

“회사 창립 때부터 후계자를 키우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아직 최종 확정하진 않았습니다. 7명에서 3명으로, 지금은 2명으로 압축해놓은 상태입니다. 다만 드러내놓고 후계자를 지명하면 분파가 생기게 마련이어서 누가 누군지 모르게 시험 중입니다.” 스스로 약점이 많다고 말하는 이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리더는 누구일까.

이 회장은 ▶보이지 않는 저 너머를 보라 ▶지식과 지혜로 완전함을 추구하라 ▶스스로 불 타지 않으면 타인을 불 태울 수 없다 등 6가지 요소로 이뤄진 ‘헥사곤 리더십’을 고루 갖춘 인물로 이순신 장군을 꼽았다. 그는 특히 “이순신 장군은 순수함이 대단하며 장수와 부하를 먼저 생각했고 용인술도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김 지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 대상 리더로 꼽았다. 구한말에는 왕조에 대항해 자유민주국가를 세우려고 했고,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을 벌였으며, 해방 이후에는 건국에 앞장섰고, 한국전쟁 때는 나라를 지킨 ‘건국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년에 부정선거 등으로 한평생 쌓은 업적이 얼룩졌지만 영원히 추앙받을 만하다는 얘기다.

김 지사는 “얼마 전 로스앤젤레스에서 레이건 대통령 박물관에 가봤는데 그와 관련된 물건까지 잘 정리돼 있었다”며 “우리는 제대로 된 대통령 박물관 하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물었다. 이 회장은 10주년에 매출 10조원을 넘긴 외형 성장과 대형 할인점의 패러다임을 바꾼 질적 성장이라고 답했다. 김 지사는 현행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위기 가정을 무제한겧ケ銖?돕는 ‘무한돌봄사업’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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