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해외 기술이전 한국이 유일한 게 자부심
캐논 해외 기술이전 한국이 유일한 게 자부심
“캐논 해외공장 중 개발까지 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합니다. 합작회사지만 캐논이 처음부터 한국에 기술을 이전해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죠. 우리 기업들도 해외공장에 기술을 전수해주려고 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일본 캐논 경영진을 놀라게 한 한국 인력의 우수성과 열정, 신나는 직장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캐논 본사에서 만난 김천주(52)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 사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 제조업의 희망, 가능성이란 말을 자주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제조업이 무척 어렵다”며 “우리 벤처기업들까지 중국 등 아시아로 나가 싸게 만들고 현지 판매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캐논의 사무기기 개발 거점 3곳 중 유일하게 해외에 있는 게 바로 캐논코리아 안산공장 기술연구소다. 캐논코리아 안산공장은 2005년 롯데캐논에서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제품 개발을 맡게 됐다. 사명은 바뀌었지만 캐논코리아는 여전히 롯데와 캐논이 지분을 반씩 나눠 갖고 경영은 롯데그룹에서 맡고 있는 합작사다.
김 사장은 캐논 안산공장의 셀 생산방식에서 최근 우리나라 제조업의 대안 찾기에 분주하다. 컨베이어 벨트를 모두 철거하고 셀 생산방식으로 전환한 지 올해로 10년.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안산공장을 보고 싶다는 한국 제조업체들의 요청이 빗발쳤다.
사무기기를 생산하는 캐논의 26개 해외 공장 가운데 중국, 태국을 포함해 안산공장의 원가가 가장 싸다고 한다.
임금을 후려친 것이 아니라 1인당 생산성을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3~5년 후에 시판될 제품을 만들고 있는 개발공장을 경쟁사가 될 수도 있는 곳에 오픈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안산공장을 견학한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한동안 철수했던 프린터 사업을 미국 업체 제품을 그대로 들여와 판매만 하는 방식으로 재개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직접 개발에 뛰어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김천주 사장은 “IT제품은 하루라도 먼저 출시하면 그만큼 이득이 있는 사업이라 공장을 공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고 하면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 한국 제조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견학은 제한된 범위에서 가능한 한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현재 160명인 개발인력을 25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3~4년 전만해도 일본 캐논에서 도면을 받아와 이를 보완하는 개발인력이 불과 3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숫자다. 지난달에는 안산공장에 장애인 16명도 고용했다.
이들은 현재 ‘I Can’이라는 이름의 셀에서 일하고 있다. 김 사장은 “제조업이 개발력을 갖출 때 젊은 직원들은 희망을 갖는다”며 “일부 업종에서 먹튀가 만연하지만 제조업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캐논코리아는 내년이면 25주년을 맞는다. 롯데그룹 공채 출신으로 28년간 일해온 김천주 사장은 감회가 남다르다. 당시 롯데캐논은 후발주자였다. 업계 부동의 1위인 신도리코를 동경하면서도 언젠가는 1등을 하겠다는 꿈을 키웠다. 꿈은 현실이 돼 캐논코리아는 매출 기준으로 올 9월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자체 집계).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는 1등을 꿈꾸기에도 여러 가지로 모자란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죠. 해볼 만합니다. 1등이 되는 것은 제 꿈이기도 하지만 직원들 모두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 시절을 다 거쳐봤기 때문이죠. 직원들이 다 제 후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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