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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트로피 들 때 스폰서는 계산기 두드린다

선수가 트로피 들 때 스폰서는 계산기 두드린다

골프 선수가 트로피를 들어올리면 스폰서는 제품이 얼마나 더 팔릴지, 홍보 효과는 얼마나 될지 등을 놓고 부지런히 계산기부터 두드린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해 산출한 양용은 선수의 PGA챔피언십 우승에 따른 경제 효과는 무려 1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우승 상금과 메이저 대회 5년 출전권 확보 등 선수의 개인 가치 증대(1500억원), 후원기업 매출과 브랜드 이미지 증가(2584억원), 골프산업과 용품 매출 증가(600억원)를 비롯한 직접 효과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 개선과 브랜드 상승(1300억원), 국민 일체감 조성과 자부심 증가(200억원), 제주도 홍보(224억원) 등 간접 효과를 합쳐 1조988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 수치를 후원 기업 브랜드의 TV,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 노출을 언론 매체 광고비(약 4580억원)와 비교해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관심을 모은 대회에서 극적으로 우승한 일이 국민에게 끼친 긍정적 효과는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메이저 출전권 등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 점, 개인 스포츠인 골프를 국가 이미지 개선과 브랜드 상승이나 국민 일체감의 가치로 확대 해석한 점, 해외 미디어의 노출 효과를 다소 방만하게 잡은 점 등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가시적 효과만 다시 따져 보자.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본 건 양 선수의 스폰서인 테일러메이드다. 그가 우승을 확정 지은 순간 가슴과 모자의 로고가 뚜렷이 보였다. 특히 우승 확정 직후 양 선수가 테일러메이드가 새겨진 캐디백을 들어올리는 ‘우승 세리머니’까지 보여줘 효과 만점이었다. 양 선수가 마지막 홀 세컨드 샷에서 썼던 클럽(19도짜리 하이브리드 레스큐)은 동났다.

테일러메이드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6시간 만에 다 팔린 골프백은 PGA챔피언십 기념 한정판이라 많이 팔고 싶어도 없어서 못 팔았다. 또 양 선수가 경기 때 사용한 클럽은 R7 드라이버를 비롯해 대부분 예전 모델이었다. 테일러메이드가 올해 내놓은 R9 드라이버 등을 더 많이 홍보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즐거운 고민’을 했음 직하다.

양 선수가 입은 옷인 르꼬끄골프를 수입하는 한국데상트도 신이 났다. 양 선수의 우승 직후 2주간 롯데백화점 수도권 14개 점포에서 르꼬끄골프 매출은 36.6% 늘었다. 흰색 벨트도 순식간에 팔렸다. 지난해 1월 2년간 1억원에 의류 스폰서 재계약을 한 한국데상트로선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이제 제품 판매보다는 효과 측정이 모호한 홍보 쪽을 들여다보자. 르꼬끄골프는 양 선수의 우승에 따라 신문·방송에 노출된 홍보 효과를 2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민세중 한국데상트 마케팅 이사는 “지은희 선수의 US여자오픈 우승 홍보 효과의 10배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계에서 홍보 효과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1998년 박세리가 미국 LPGA의 최고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다. 당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던 삼성은 박세리 우승으로 1500억원의 광고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삼성의 뒤를 이어 박세리에게 연 20억~30억원을 후원했고, 이선화·이지영·배경은을 지원하면서 한국 여자골프가 정상에 오르는 데 일조했던 CJ는 골프마케팅과 관련된 각종 분석겷平?지표를 축적했다.



스폰서들 골프 마케팅 분석 노하우 축적

CJ 스포츠마케팅팀에 따르면 미국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1% 높이려면 약 3000만 달러가 든다. 하지만 미국인에게 친숙한 골프로 TV에 비치면 브랜드 노출 효과가 훨씬 크다고 본다.

예컨대 CJ는 2003년부터 강지민에게 계약금 없이 5년간 연봉 1억원과 5000만원의 훈련비를 후원했는데, 그가 코닝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무려 210억원의 홍보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했다.

2005년 US여자오픈 우승자 김주연을 후원했던 옛 KTF 역시 대박을 터뜨렸다. 2002년부터 5년간 연 1억5000만원씩 지원했는데 US여자오픈 우승 후 1주일 동안 세계의 신문·방송에 노출된 홍보 효과가 무려 540억~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렇다면 선수가 우승했을 때의 홍보 효과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1조988억, 2000억, 1500억, 700억원은 얼마나 맞는 수치일까. 기업 홍보 담당자들은 선수 관련 뉴스가 나오면 대개 광고비로 계산했다. 예컨대 선수에 관한 내용이 나오면 노출시간당 광고비를 곱해 광고 효과로 추정했다.



우승 홍보 효과의 진실은…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조금 달라졌다. CJ는 ‘MEES(Media Exposure Evaluating System)’로 홍보 효과를 측정한 것이다. MEES는 미디어에 노출되는 홍보 효과를 세분화해 측정하는 방식이다.

게재된 기사 크기에 언론사별 평균 광고단가와 MEES지수를 곱해 계산한다. 이렇게 하면 미디어에 선수와 기업 관련 기사가 얼마나 오래, 어느 정도 크기로 실린 것만 계산하는 방식보다 정밀한 가치를 산출할 수 있다.

호주의 브랜드 인지도 조사업체인 레퓨콤(Repucom)은 방송에 나오는 선수들의 로고 노출 효과를 분석할 때 신체 어느 부위의 로고가 어떤 크기로 얼마나 오래 노출됐는지를 일일이 산출한다. 이렇게 측정하면 노출 시간으로 계산할 때보다 홍보 가치가 낮게 나온다. 로고의 단순 노출이 아니라 시청자에게 실제로 얼마나 소구했는지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레퓨콤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지은희가 입었던 휠라의 노출 효과를 분석했더니, 2~4라운드까지 노출 횟수는 199번, 시간은 570초였다.

지은희의 경기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2라운드 초반부터 대회가 끝날 때까지 ESPN에 방영된 시간은 3만5820초였으며, 미국·캐나다·일본을 비롯한 30개국에 방송됐으니 이에 따른 브랜드 노출 효과는 최대 22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몇 년 전까지 US여자오픈의 우승 효과는 흔히 500억원 정도로 평가됐다. 그러나 로고 노출 효과만을 따지면 가치가 절반 넘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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