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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투자에 범정부 대책을

미래 투자에 범정부 대책을

‘새로마지플랜2010’이란 게 있었다. 참여정부가 2006년 6월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이다. ‘새로 맞이하는 행복한 출산과 노후’라는 의미로 그렇게 이름 붙였다.

2010년까지 5년간 230여 개 사업에 총 32조원을 투입해 출산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6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2005년 출산율이 사상 최저인 1.08명으로 급락하자 대통령이 위원장, 장관들이 위원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구성했다. 보건복지부에 5개 과가 설치됐고, 18개 부·처·청이 참여해 새로마지를 만들었다. 2006년 쌍춘년과 2007년 황금돼지해 영향이 더 컸지만, 어쨌든 이태 연속 출산율이 높아졌다. 2006년 1.12명에 이어 2007년에는 1.25명을 기록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사라졌다.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위원장, 각 부처 차관이 참여하는 위원회로 격하됐다. 그리고 MB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출산율은 1.19명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나섰고, 11월 25일 제1차 저출산 대응 전략회의가 열렸다.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1년 낮추는 등의 대응전략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개방적 이민 허용을 통해 해외 우수인력을 유치하고 복수국적 허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한국인 늘리기 프로젝트’와 국내 입양에 대한 양육비 지원으로 국외 입양을 줄이겠다는 등 과거 정부에 비해 진전된 대책이 눈에 띈다.

저소득층 자녀의 보육과 육아 비용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중산층까지 포괄하겠다는 발상도 바람직하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산층 출산율이 가장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익은 대책도 눈에 띈다. 만 5세 취학은 과거에도 거론된 방안으로 어린 나이에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등 이론이 많다.

셋째 아이 이상을 둔 다자녀 가구에 대학 특례입학과 부모 정년연장 혜택도 20년 뒤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그사이 대입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기업에 정년연장을 강제하기도 어렵다. 출산율이 1.5명 아래로 내려간 1990년대 중반 이후 저출산 문제 해결을 내세우지 않은 정부는 없었다.

그럼에도 별 효과를 못 낸 것은 정책 의지가 약한 데다 과감하게 예산을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OECD 회원국 평균 예산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3%인 반면 한국의 올해 예산은 0.4%(4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2005년에는 0.3%로 OECD 회원국 중 꼴찌였다.

1993년 1.66명으로 내려간 출산율을 지난해 2.07명으로 끌어올린 프랑스가 GDP의 3% 이상을 쓰는 것과 대조적이다. 11·25 저출산 대응 전략회의는 MB정부 출범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2008년 출산율이 급락한 것으로 발표된 뒤 급히 소집된 8월 말 당정협의 이후 석 달 만이다.

그나마 이번 회의에선 대책의 방향만 논의했을 뿐 구체적인 실천계획과 예산확보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2차 저출산 전략회의를 내년 초에 개최한다는 일정만 잡은 상태다. 저출산 전략회의장에 붙인 표어처럼 아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미래에 대한 투자를 이런 식으로 미적대다간 출산율 1.0명 미만의 인구 재앙은 현실로 닥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은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수정보다 결코 우선순위가 뒤지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한 이상의 범정부적이고 비상한 대책과 확실한 실천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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