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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희소금속 확보 앞장”

“녹색성장·희소금속 확보 앞장”



조달청이 달리고 있다.

전자조달시스템 수출에서 희소금속 비축과 녹색 조달체제 전환에 이르기까지, 전례 없는 일들이 조용히 속도를 높이고 있다. 권태균(55) 조달청장의 부드러운 리더십 아래 벌어지는 일이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조달청 집무실에서 권 청장을 만났다.“지금까지 녹색성장 정책은 공급 분야에 치중했습니다. 이제는 수요가 활발해져야 바람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권 청장은 ‘녹색’ 의욕이 넘쳤다. 정부조달에서 녹색 제품을 우선 구매함으로써 조달청이 녹색 시장 형성을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넘쳤다. 권 청장은 “녹색 시장은 처음엔 민간 시장보다 조달시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올해 당장 약 20개 품목에 대해 ‘최소 녹색 기준’을 제시하고, 2013년 100개 품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준에 미달하는 품목은 일절 구매하지 않는다. 조달 시장에 목을 매고 있는 수십만 업체는 사활을 걸고 녹색 기준을 충족시켜야 할 판이다.

녹색 기준 고려 사항으로는 ▶에너지 절약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자원 재활용 등 세 가지가 우선 검토되는 중이다. 일례로 가전제품은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과 대기전력 등을 따지고, 복사지는 재생펄프 함유량을 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권 청장의 시장 친화적이고, 무리하지 않는 ‘기술’이 가미된다.



‘녹색 조달’ 기업에 따라 달리 적용“녹색 기준이 너무 과도하면 중소기업들이 따라오기에 힘이 부칩니다. 그래서 방향성은 분명히 제시하되 천천히, 부드럽게 시작할 겁니다. 처음엔 업계의 70~80%가 달성할 수 있는 기준을 내놓을 겁니다.” 또 기업의 역량별로 달리 대접한다. 대기업 제품에 대해선 녹색 기준을 금방 적용하고, 중소기업엔 6개월에서 1년의 여유를 주는 식이다.

품목별로도 차별화한다. 예를 들어 프린터는 대기전력 1W 달성이 쉽지만 에어컨은 그렇지 못한 만큼 목표치를 달리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권 청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제통’이다. 외환위기 때는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과 외채만기연장 협상 한복판에 있었고, 한·미 FTA 금융협상에도 몸담았다.

이런 이력은 녹색 기준을 만들 때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유럽으로 시찰단을 파견했다. 녹색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유럽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시찰 결과는 녹색 기준 마련 작업의 토대가 됐다. 원자재 비축량을 확 늘린 것도 지난해 조달청이 거둔 실속 있는 성과다.

알루미늄, 구리 등 주요 원자재 비축 재고는 2008년 말 국내 수입 수요의 27일분에서 지난해 말 48일분 수준으로 대폭 늘어났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하락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원자재를 사들인 결과다.



원자재 구매 위해 전문가 채용키로실리콘, 망간, 리튬 등 희소금속 비축량 확대는 더 돋보인다. IT·바이오·군사·우주항공 등 산업 전반에 필수적이어서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소금속은 매장 지역이 몇몇 나라에 국한돼있어 생산국이 수출을 제한하면 가격이 폭등하는 구조다. 그만큼 비축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권 청장은 지난해 희소금속 비축예산을 5배 늘리며(100억원→515억원) 희소금속 확보에 주력했다. 이에 따라 2008년 말 24일분에 불과했던 실리콘·망간 등 8개 희소금속의 비축 규모는 지난해 말 57일분으로 늘었다. 조달청은 여세를 몰아 적정 비축재고인 60일분 달성 시기를 당초 예정인 2012년에서 2년 앞당겨 올해 달성할 계획이다.

시중엔 원자재 비축과 관련해 조달청의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이 없지 않다. 원자재 수요·공급 전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권 청장은 정공법을 택했다. 전문연구기관에 희소금속 시장에 대한 용역을 맡겼고, 조달청장 직속의 ‘원자재 시장분석위원회’ 회의를 1년에 두 번에서 2개월에 한 번으로 바꿨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권 청장은 한 걸음 더 나갔다. 세계적인 원자재 전문회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민간 전문가를 파격적인 대우로 스카우트하기로 한 것. ‘대통령보다 많은 연봉’으로 유명한 기상청의 케네스 크로퍼드 기상선진화추진단장과 유사한 경우다. 권 청장은 “원자재 구매 결정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만큼 전문가를 채용키로 했다”며 “현재 채용 마지막 단계로, 청장인 나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청장은 조달청의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 수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입찰에서 대금지급까지 온라인으로 가능한 나라장터는 유엔에서 국제표준으로 선정될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조달청은 2008년부터 중남미,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대륙별로 설명회를 갖고 있다.

전자조달시스템이 반부패에 기여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각국 정부의 반응이 좋았고, 그 결실 중 하나로 지난해 코스타리카와 830만 달러에 수출계약을 맺었다. 권 청장은 대륙별로 거점국가들을 공략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나라장터의 스페인어판(중남미), 불어판(아프리카), 러시아어판(중앙아시아)이 하나씩 만들어지면 각 대륙에서 나라장터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국내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에 진출하는 계기가 많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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