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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차 ‘디자인 스페셜’로 씽씽씽~

일본 열차 ‘디자인 스페셜’로 씽씽씽~

기차 여행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 그것도 특별한 디자인의 기차라면 즐거움은 배가될 것이다. 그래서 기차 외관부터 내관까지 디자인으로 차별화하는 노력은 시작됐다. JR 규슈가 불을 붙인 디자인 전쟁은 리조트 열차에서 통근열차까지 널리 퍼지게 됐다.
▎JR 규슈 쓰바메를 디자인한 미토오카 에이지.

▎JR 규슈 쓰바메를 디자인한 미토오카 에이지.

JR 규슈의 신칸센 ‘쓰바메’는 지금까지의 신칸센과는 달랐다. 신칸센 700계열 열차와 기능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차이가 없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외관을 보면 얼굴에 마치 긴 눈과 같은 것이 붙어 있고, 내부는 붉은색을 바탕으로 했던 기존의 디자인과는 달리 목재를 사용한 테이블이나 블라인드 등을 통해 일본 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와’, 곧 조화의 정신을 담았다.

이 쓰바메를 디자인한 사람은 바로 미토오카 에이지 산업디자이너다. JR 규슈는 1988년 아직 발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토오카를 기용했다. 숲 속을 달리는 리조트 특급열차 ‘유후인노모리’ ‘소닉’ 등의 JR 규슈 차내 디자인 중에서도 독특함을 가지고 있는 모델 대부분을 미토오카가 디자인한 것이다.

예를 들어 ‘유후인노모리’는 숲 속을 달리는 풍경을 보면서 기차여행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다. 객실이 약간 높은 곳에 있어 전망이 좋게 되어 있고 앞쪽의 조종석이 객실보다 낮기 때문에 앞쪽의 전망도 잘 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바닥재로 원목을 사용하는 등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쓰바메는 이들보다 한발 더 앞서 있는 최신형의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미토오카는 “JR 규슈 사람들은 용기가 있다”며 이것이 JR 규슈가 일본 기차 디자인 혁명을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JR 규슈가 이렇게 용기를 낸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규슈는 기차를 타고 오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는 뭔가 인상적인 기차를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예전만 해도 오래된 기차를 보려면 규슈에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위기감이 디자인을 중시하는 경향을 낳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JR 규슈 측 철도사업본부장의 말이다.



도시철도까지 번진 디자인 전쟁최근에는 다른 회사에서도 차량 개발에 디자인을 주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도쿄메트로를 달리는 로만스카-60000형(MSE)도 그중 하나다.

로만스카는 도쿄(신주쿠) 오다큐선 터미널과 많은 유명 관광지를 가장 빠르게 연결하는 오다큐 전철 제일의 특급열차다. 로만스카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온천 관광지인 하코네유모토, 태평양에 면한 해안선의 가타세에노시마, 후지산의 관문인 고텐바, 해산물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노마즈 등으로 운행되고 있다.

이것을 디자인한 사람은 다름 아닌 간사이국제공항을 설계·건축한 사람과 동일 인물이다. 기차를 자세히 보면 다른 로만스카형과 다를 바 없이 유선형이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보통의 지하철과는 다르게 전면에 출입구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비상시를 대비해서다. 디자이너는 유선형을 유지하기 위해 마치 기차 앞 등이 열릴 수 있는 것처럼 만드는 것을 고안했고 기술자와 함께 많은 논의 끝에 디자인을 완성했다.

차체는 지하에서도 밝게 빛나는 ‘베르메르 블루’색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이유는 ‘지하에서도 하늘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차내에는 LED 조명과 와인빛 카펫을 채용해 안정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다목적 화장실을 설치해 탑승객의 편리를 도모했으며 소음저감을 위해 전밀폐식 주전동기를 채용해 조용한 여행을 가능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국제디자인경연대회 ‘제10회 브루넬 상’에서 차량부문 장려상을 수상했고 2008년 일본산업디자인진흥회의 ‘굿디자인상’을 수상했다. 브루넬상은 철도건축이나 차량디자인 등 철도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한 국제경연대회로 2~4년에 한 번 열린다. 또 게이세이전철은 신형 스카이라이너를 공개했다.

야마모토 간사이가 디자인한 이 열차의 특징은 색이다. 파란색과 흰색의 조화가 돋보이는 외관은 바람을 컨셉트로 잡은 것. 나아가 지난해 4~5월에 걸쳐 소개된 30000계열은 통근열차임에도 디자인으로 화제가 됐다. 정면에서 보면 어린이가 입을 벌리고 웃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디자인 때문에 통칭 ‘스마일트레인’으로 불린다. 차량개발에는 회사의 여성사원 10명도 참여했다.

“개발부서는 통상 남자사원들로 이뤄져 있는데 스마일트레인처럼 여성들의 취향이 많이 반영된 차량은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천장은 돔 형태를 채택해 갑갑함을 없애고, 달걀과 같은 손잡이를 선택해 쥐기 쉽도록 만들었다. 또 짐을 올려놓는 선반을 낮게 설치해 소비자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등 작은 부분에서도 승객을 생각하는 정성을 느낄 수 있다.

▎1. 신칸센 쓰바메. 실내 디자인에서 독보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2. 쓰바메의 리뉴얼 판인 리레쓰바메는 블루넬 상을 받았다. 3. 릴레이쓰바메의 객실 내부. 180도 펴지는 의자가 특별하다. 4. 남해전철의 신형 관광열차.

▎1. 신칸센 쓰바메. 실내 디자인에서 독보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2. 쓰바메의 리뉴얼 판인 리레쓰바메는 블루넬 상을 받았다. 3. 릴레이쓰바메의 객실 내부. 180도 펴지는 의자가 특별하다. 4. 남해전철의 신형 관광열차.



비행기와 자동차를 이길 수 있는 이유실용성 외에 철도에서 디자인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일까. 미토오카 디자이너는 “초만원의 통근열차가 천장 부분에 목재를 쓰고, 안내방송이 나오는 스피커의 음질을 좋게 하는 등의 노력만한다면 승객들을 조금 더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작품입니다. 경제적인 합리성뿐 아니라 문화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것도 철도의 역할입니다.” 미토오카 에이지 JR 규슈 디자인 담당자는 지금까지 JR철도 내·외부 디자인을 수년간 담당하며 이 점을 잊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열차는 좋은 레스토랑, 리조트, 호텔도 될 수 있습니다. 호텔 최고의 로비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고 해도 하나의 장면밖에 볼 수 없겠지만 열차는 타기만 하면 매순간 변화하는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보통의 열차는 공간활용을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차량이 무거워지고, 유지보수가 힘들다는 것등이 회사가 내세우는 이유였죠. 그러나 JR 규슈는 이러한 기존의 생각을 버렸습니다. 디자인으로 기차에 문화성을 더하지 않는다면 비행기나 자동차와 경쟁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나무를 사용한 좌석은 어린이의 감성적인 부분도 키워주기 위해 고려했다”며 “어른이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상품은 이상하게도 어린이에게도 전해져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키우고 이것이 국가적인 수준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JR 규슈는 남녀노소가 타고 싶은 열차이며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사랑 받고 있고 일본의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JR 규슈의 경영에도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앞으로 차량 내의 환경을 쾌적하게 하기 위해서 지금까지의 철도에 대한 고정관념은 점점 더 깨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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