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명가의 도전 “百濟로 ‘레저’ 휘어잡아라”
유통 명가의 도전 “百濟로 ‘레저’ 휘어잡아라”
‘유통 명가’ 롯데그룹이 레저관광 사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롯데제주리조트, 롯데부여리조트, 중국 심양락천세계 등 건설 중인 대규모 관광단지만 해도 국내외 5~6곳에 이른다.
여기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관광입국(觀光立國)’ 의지가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중 2009년 1월 착공한 롯데부여리조트는 가장 주목되는 관광단지다.
백제문화 부활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국내 최초의 역사·문화 복합 테마 리조트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리조트 건설의 조타수는 롯데부여리조트㈜ 김창권(52) 대표다.
그는 삼정 KPMG 부동산본부 본부장, 모건스탠리프로퍼티즈 부동산투자담당 상무를 역임한 국내 최고 디벨로퍼 중 한 명으로, 롯데자산개발의 CEO이기도 하다. 김창권 대표를 만나 롯데그룹이 충남 부여에서 ‘백제 르네상스’를 꾀하는 이유와 가능성을 들었다.
>> 최근 롯데그룹이 레저관광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유통기업 롯데가 변신을 꾀하고 있는 건가요.“레저관광 분야는 롯데의 주력사업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죠. 유통과 레저관광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라이프스타일형 쇼핑몰이 대세인 것은 이를 잘 보여주죠. 롯데가 최근 레저관광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이유를 콕 짚어 얘기하긴 어렵지만 ‘업무확장’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네요.”
>> 눈에 띄는 점은 국내외 곳곳에서 추진되는 레저관광단지 건설의 속도입니다. 의사결정이 느린 것으로 알려진 롯데가 이례적으로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는데요.“맞습니다. 충남 부여에 건설되고 있는 롯데부여리조트의 예를 들면, 2008년 사업 여부를 결정해 2009년 1월 착공에 들어갔습니다. 1년 사이 모든 게 결정됐죠. 저도 외부에 있을 땐 몰랐는데, 막상 롯데에 들어와 보니 의사결정 과정이 느리지 않더군요.”
롯데그룹은 현재 롯데제주리조트(제주 서귀포시), 롯데부여리조트(충남 부여군), 유니버설 스튜디오 코리아 리조트(경기 화성시), 심양(瀋陽)락천세계(중국 선양시) 등 국내외 대규모 레저관광단지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2008년 10월 기공식을 마친 심양락천세계는 롯데가 해외에서 건설하는 첫째 레저관광 복합단지다.
물론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가 투영된 결과다. 신격호 회장의 오랜 신념은 ‘관광입국’. “부존자원이 빈약한 한국이 발전할 수 있는 지름길은 관광”이라는 게 신 회장의 생각이다.
>> 롯데의 리조트 건설사업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김 대표입니다. 신 회장의 특별한 당부가 있었나요.“회장 스스로 레저관광이 유통 성장동력과 직결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당부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벨로퍼 집단을 만들어 달라’는 말씀은 있었습니다.”
레저관광 분야에 힘 쏟는 롯데롯데가 건설 중인 리조트 가운데 가장 빠른 진척도를 보이는 곳은 롯데부여리조트다. 331만여㎡ 부지에 호텔급 콘도미니엄(2010년 8월 개장), 프리미엄 아웃렛(2011년 9월 개장), 백제테마정원(2012년 9월 개장), 팜파크(2014년 4월 개장) 등이 들어서는 국내 최초의 역사·문화 복합테마 리조트인데, 흥미로운 게 많다.
>> 롯데의 기반은 영남권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롯데가 신개념 복합 리조트 단지를 개발하면서, 그 첫째 포석을 충남 부여에 놓은 이유는 무엇입니까.“백제역사재현단지를 건설하고 있는 충남도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죠. 부여가 관광지로서 적합한지, 사업성은 있는지 꼼꼼하게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겁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부여군엔 연간 430만 명의 관광객이 옵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숙박시설이 부족하죠. 이것이 리조트를 건설하게 된 첫째 이유입니다.”
부여군의 숙박시설은 실제로 부족하다. 호텔과 유스호스텔은 각각 2곳뿐이고, 모텔은 48곳이 전부다. 모든 숙박시설의 객실 수를 합쳐도 1052실(2009년 말 기준)밖에 안 된다. 부여가 ‘체류형’ 관광지로 거듭나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여를 찾는 관광객 중 80%는 이곳에서 ‘하루도 숙박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가 부여를 택한 까닭은 여기에 있는 듯하다.
>> 부여에 변변한 숙박시설이 없다는 점은 롯데에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변수도 많은데요. 충남도에서 추진하는 백제역사재현단지의 성패가 롯데부여리조트의 사업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물론입니다. 백제역사재현단지의 성공 여부가 중요합니다.”
>> 전문가의 눈으로 봤을 때 어떻습니까. 백제역사재현단지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굉장합니다. 전문 디벨로퍼의 눈으로 봐도 흠 잡을 데가 없습니다. 롯데가 부여리조트 건설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백제역사재현단지의 아름다움에 매료돼서입니다.”
과거와 현재 공존하는 리조트 목표여기서 백제역사재현단지를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이 단지는 충남도가 백제의 부활을 기치로 1997년부터 3284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백제문화권종합개발의 핵심이다. 현재까지 백제시대 왕궁과 민속촌, 능산리 사찰을 건립하는 등 높은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부여리조트는 이 단지의 바로 옆에 조성되고 있다.
이 리조트가 ‘백제 문화’를 컨셉트로 삼은 까닭이다. 하지만 이는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고대 역사의 승자는 신라다. 현대 역사에선 고구려가 더 조명 받는다. 그런 면에서 백제는 이미지가 약하다. 더구나 신라 하면 경주가 떠오르지만 백제는 그렇지 않다. 잦은 천도 탓에 상징 도시가 없다. 롯데가 부여와 백제 컨셉트의 약점을 간과한 것일까.
>> 백제 컨셉트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더구나 부여는 백제의 상징 중 한 곳일 뿐입니다.“옳은 지적입니다. 그럴 가능성도 있죠. 백제 문화를 어떻게 살리고, 알릴지는 롯데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하지만 잊혀지는 백제의 역사가 롯데라는 기업을 통해 시장에 나가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다면 의미가 클 겁니다. 부여 역시 마찬가지죠. 롯데부여리조트는 백제라는 역사·문화관광 인프라를 갖춘 부여의 가치를 살리는 데 혼신의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 백제 문화를 성공적으로 부활시켜도 또 다른 숙제가 남을 것 같습니다. 롯데 이미지가 백제로 고착될 우려도 있지 않을까요.“그런 위험을 배제하고 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기업이 역사를 재조명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기여입니다. 사회적 기업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 백제역사재현단지와 롯데부여리조트의 자연스러운 조화도 성공의 관건으로 보이는데요.“물론입니다. 그래서 롯데부여리조트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할 수 있도록 설계, 디자인됐습니다. 가령 프리미엄 아웃렛의 기본 구조는 한옥입니다. 호텔급 콘도는 백제의 산수문전(山水文塼)을 모티브로 설계됐습니다. 콘도 전면에 위치한 ‘원형 회랑’은 전통미를 그대로 살린 수려한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롯데의 목표는 백제 왕궁과 문화를 쇼핑몰, 프리미엄 아웃렛, 부대시설로 잇는 것입니다.”
>> 롯데부여리조트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창출효과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충남 부여를 전 세계에 알리고 백제 관광단지 조성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일단 부여를 찾는 연 430만 명 관광객 중 400만 명 정도는 이곳에 들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연 관광객 수 역시 기존 대비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보수적 전망치입니다.
또한 리조트 개발 및 건설작업 인력에 향후 호텔급 콘도·프리미엄 아웃렛 등 각종 시설물이 오픈된 후 투입되는 인력을 감안하면, 제법 많은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부여의 관광인프라 구축 및 경제 활성화에 한몫 톡톡히 할 수 있을 겁니다.”
>>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를 말씀하신다면.“창조적 디벨로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다할 생각입니다. 완전하지 않은 입지를 개척하고 발전시키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봅니다. 롯데는 지금 레저관광 분야에서 무한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역사·문화 복합 테마 리조트인 롯데부여리조트는 롯데의 첫째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애플의 中 사랑?…팀 쿡, 올해만 세 번 방중
2 “네타냐후, 헤즈볼라와 휴전 ‘원칙적’ 승인”
3“무죄판결에도 무거운 책임감”…떨리는 목소리로 전한 이재용 최후진술은
4中 “엔비디아 중국에서 뿌리내리길”…美 반도체 규제 속 협력 강조
5충격의 중국 증시…‘5대 빅테크’ 시총 한 주 만에 57조원 증발
6이재용 ‘부당합병’ 2심도 징역 5년 구형…삼성 공식입장 ‘無’
7격화하는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갈등…예화랑 계약 두고 형제·모녀 충돌
8“이번엔 진짜다”…24년 만에 예금자보호 1억원 상향 가닥
9로앤굿, 국내 최초 소송금융 세미나 ‘엘피나’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