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그곳엔 춤과 낭만이 있다

그곳엔 춤과 낭만이 있다

나는 춤을 잘 추지 못했다. 어렸을 때 몇 년 간 발레와 탭 댄스 교습을 받았지만 멋진 언니들이 신던 토우 슈즈나 하이힐 탭 슈즈를 착용하는 수준까지는 오르지 못했다. 그 뒤로 무용은 기억의 심연으로 깊숙이 가라앉았다. 최근 스페인 여행을 갔다가 플라멩코 무용수가 안정되고 정확한 동작으로 빠르게 마루를 가로지르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 순간 기억 속에서 잠들어 있던 발레 본능이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그 무용수에 내 모습이 겹쳐지면서 그동안 춤출 기회를 얼마나 많이 놓쳤는지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만큼 나이가 들었으니 좀더 우아해지지 않았을까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요즘은 세계 어디에서 살든 갖가지 춤 강좌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어느 정도는 ‘Strictly Come Dancing’이나 ‘So You Think You Can Dance’ 등 댄스 경연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의 인기 덕분이다). 하지만 나는 올여름 여행사를 통해서 플라멩코 춤의 발상지 스페인을 직접 찾아가 교습을 받을 계획이다.

춤의 배경을 이루는 문화에 완전 몰입해서 더 정통적인 체험이 가능하도록 기획한 고급 여행 프로그램이 늘어나는데 그중 하나를 이용할 생각이다. 그런 여행 프로그램은 세계 도처에 있다. 아르헨티나의 수도이자 탱고의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는 AR 투어리즘이 마련한 7일 일정의 탱고 휴가여행은 개인과 그룹 탱고강습, 다양한 탱고 클럽 입장, 탱고 공연 앞좌석 티켓을 포함한다.

춤 애호가들은 고풍스러운 산 텔모 지구(탱고의 탄생지)에 있는 부티크 호텔 ‘맨션 댄디 로얄’에 묵는다. 30개의 객실 하나하나에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탱고 무용수 이름을 붙였다(숙박료 별도 문의, artourism.com). 인근의 애버크롬비&켄트(A&K)는 20세기 초에 지어진 화려한 프랑스식 맨션에서 토니상(브로드웨이 연극상)을 수상한 댄서 마요랄과 엘사 마리아가 가르치는 탱고 교습을 준비했다.

이 커플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탱고 아르헨티나’의 주연을 맡았으며 빌과 힐러리 클린턴, 라이자 미넬리 같은 유명 인사가 이들에게서 아라스트레(상대의 발을 자신의 발로 끌어가는 동작)를 배웠다. 더 수준 높은 기술을 익히려는 사람은 엘사 마리아에게서 그녀의 전매특허 동작을 배워보자.

한쪽 다리를 들어 발끝을 반대쪽 무릎에 대고 한쪽 다리의 발끝으로 서서 여러 번 회전하는 동작이다. “우리는 현지 문화의 단순한 관람에 그치지 않고 참여에 초점을 맞춰 왔으며 또한 휴가여행 중 춤을 배우면 색다른 맛이 있다”고 A&K의 저스틴 워터리지 상무가 말했다.

실제로 A&K를 비롯해 누구든지 가령 콩고에서 아프리칸 룸바나 브라질에서 삼바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맞춤 댄스 휴가여행을 기획하는 회사가 여럿 있다.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벨리 댄스를 배우고 싶다면 중동과 터키 전역에 여행상품이 많다. 리스판서블 트래블이 준비한 한 주 간의 이집트 휴가여행의 경우, 낮에는 고대 피라미드와 시타델(7세기 가까이 이집트 통치자들의 거처였다) 같은 관광지를 돌아보고 밤에는 벨리 댄스를 배운다.

끝으로 유람선에 올라 나일강을 따라 내려가며 즐기는 저녁 만찬으로 휴가의 대미를 장식한다. 수피교(이슬람 신비주의 종파) 수행자들이 빙글빙글 돌며 추는 감동적인 훨링 댄스뿐 아니라 벨리 댄스 공연도 마련했다(1165달러, responsibletravel.com).

이집트의 샤르마 알셰이크에 있는 5성급 호텔 힐튼은 투숙객을 대상으로 홍해의 제방에서 벨리 댄스를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가격은 별도 문의, hilton.com). 그리고 모로코의 트래블린스타일닷컴이 준비한 9일간의 벨리 댄스 투어를 이용하면 호화로운 소피텔 에사위라 메디나&스파에 묵으면서 마라케시를 관광할 뿐 아니라 매일 두 시간씩 댄스 강습을 받는다(5860달러, travelinstyle.com).

‘공주병’이 있는 사람은 무도회 시즌 동안 오스트리아의 빈을 방문하면 좋다. 이 도시에서는 해마다 300건이 넘는 공식 무도회가 열린다. 빈 상공회의소 추산으로는 2010년 지역경제에 6700만 유로의 플러스 효과가 있다. 무도회는 대부분 11~2월 사이에 열린다. 가장 유명한 오페라 볼은 참회의 화요일(2월 초~3월 초) 전 첫 목요일에 열린다.

고급 호텔들은 왈츠 강습과 스파 요법을 포함한 패키지 상품을 준비했다. LuxuryAdventures.co.uk는 5박 일정의 새해맞이 빈 특급 관광여행을 운영한다. 런던에서 전용 제트기로 이동하고, 오페라 공연 전에 카나페와 칵테일을 내놓으며, 마차를 타고 임페리얼 무도회가 열리는 호프부르크 왕궁으로 향한다.

“이들 무도회는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하나의 전통이며 오페라 볼이 열릴 때 오스트리아의 거의 모든 사람이 TV앞에 앉아 지켜본다”고 오스트리아 관광청의 마르티나 잼니그가 말했다. “꽃과 낭만적인 왈츠가 흘러 넘치는 방의 이미지에 눈과 마차가 어울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춤은 플라멩코다. 스페인 기타, 극적인 동작, 그리고 내 어린 시절 결국 신어보지 못했던 탭 댄스 슈즈를 연상케 하는 하이힐 구두…. 스페인 전역에 수많은 강좌가 개설됐지만 세비야만큼 흥미로운 곳은 없다. 세비야는 인근의 헤레스 데 라 프론테라와 함께 플라멩코의 본산이다.

1928년에 건립된 특급 호텔 알폰소 XIII에서 몇 걸음만 나가면 좋은 댄스 스쿨이 수두룩하다. 호텔 직원에게 부탁하면 교습을 알선해 주고 시내에서 가장 훌륭한 플라멩코 공연 입장권을 구해준다. 페스티발 데 헤레스(2010년 2월 26일~3월 13일)는 각 단계의 여러 교습뿐 아니라 다양한 공연과 워크숍을 준비했다.

스터디글로벌은 세비야에서 연중 플라멩코 교습을 실시한다. 손과 팔의 기법, 안무, 팔마스(손뼉치기), 콤파스(리듬), 칸테(노래) 등의 과목이 준비됐다(가격은 다양하다, studyglobal.net). 인포허브는 14일 일정의 스페인 관광을 제공한다.

오전에는 플라멩코 교습을 받고 오후에는 세비야·코르도바·헤레스를 관광한다(2384달러, infohub.com). 어떤 여행상품이 내게 적합한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춤 외에 다른 재미를 주는 쪽으로 자꾸 마음이 쏠린다. 만일의 경우 나의 플라멩코 재능이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치면 적어도 관광으로 헛헛한 마음을 달래면 되기 때문이다.



where to shop



Dressing the Part

세계의 댄스용품점
탕 데 호 - 빈

내셔널 시어터 - 런던

댄스스포트 볼가운스 - 라스 베이거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올해 연차휴가, 내년에 써도될까요?"...사장의 답변은?

2‘붉은사막’ 50분 영상 공개한 펄어비스, 반등 성공할까

3‘딥페이크 공포’ 확산…‘외설 이미지 합성’ 스노우, AI엔 손도 못 대

4문 전 대통령 “기존 평화·통일담론 전면재검토 필요”

5고려아연 “MBK 재무건전성 공세는 악마의 편집…모든 수치 왜곡”

6의협 “경증환자 응급실행 자제 요청은 겁박…정부 안변하면 의료붕괴”

7 영국 기준금리 5.0%로 유지

8폭염에 배추 한 포기 9000원 넘었다…1년 전과 비교해 70% 올라

9애플카 실책 여파?…‘AI 없는’ 아이폰16과 ‘갤럭시 AI 2억대’ 확장

실시간 뉴스

1"올해 연차휴가, 내년에 써도될까요?"...사장의 답변은?

2‘붉은사막’ 50분 영상 공개한 펄어비스, 반등 성공할까

3‘딥페이크 공포’ 확산…‘외설 이미지 합성’ 스노우, AI엔 손도 못 대

4문 전 대통령 “기존 평화·통일담론 전면재검토 필요”

5고려아연 “MBK 재무건전성 공세는 악마의 편집…모든 수치 왜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