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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시장의 ‘돈게임’사라진‘깜짝 부자’많다

닷컴 시장의 ‘돈게임’사라진‘깜짝 부자’많다

▎대학 동창이자 절친한 사이인 김정주 넥슨 사장(왼쪽)과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

▎대학 동창이자 절친한 사이인 김정주 넥슨 사장(왼쪽)과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

벤처 붐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 주식 부자가 속출했다. 액면가 500원짜리가 몇십만 원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미래 성장성이 돋보이기도 했지만 거품이 꽉 끼어 있었다.

벤처 열기가 식고 버블이 꺼지면서 벤처 신화의 주인공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김형순 로커스 대표, 이준욱 대양이엔씨 대표, 안영경 핸디소프트 대표, 박헌서 한국정보통신 대표, 오상수 새롬기술 대표 등 ‘깜짝 부자’들이 리스트에서 자취를 감췄다.

거품 붕괴 후유증은 꽤 컸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벤처 인증을 받은 기업의 대주주를 평가 대상으로 삼은 벤처 부자는 부자 리스트에 거의 오르지 못했다. 벤처 기업 꼬리표를 뗀 벤처 출신 중견 기업도 사정은 비슷했다.

2005년 당시 김정주 NXC 사장과 양용진 코미팜 사장,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 등이 벤처업계의 체면을 세웠다. 양덕준 전 레인콤 사장, 이종상 한진피앤씨 회장, 남광희 KH바텍 사장, 김상면 자화전자 사장 등 2004년 100위 안에 들었던 벤처 부자들이 대거 탈락했다. 2006년 리스트도 비슷했다.

벤처 부자들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김정주 NXC 사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재산 4102억원으로 30위로 밀려났다. 대히트작인 리니지의 후속작을 내지 못해 주가가 떨어지면서 재산이 849억원 줄었기 때문이다. 김정주 사장의 재산은 3807억원으로 2005년보다 269억원 늘었지만 부자 순위는 24위에서 33위로 뒷걸음쳤다.

2005년 84위에 이름을 올렸던 양용진 코미팜 사장도 재산이 줄어 순위가 203위로 밀렸다. 그나마 국내 검색광고 시장과 해외 시장에서 호조를 보인 NHN의 이해진 이사회 의장만 재산이 1000억원 넘게 늘어 100위에서 63위로 껑충 뛰었다. 코스닥 시장이 경제 흐름이나 유행에 민감하다 보니 각종 테마가 난무해 재산 변동이 잦기도 했다.

2006년에는 엔터테인먼트·로봇·나노 등이 인기를 끈 테마였다. 당시 엔터테인먼트 테마의 대장주였던 팬텀의 이주형 회장은 재산이 408억원, SK텔레콤이 2대 주주였던 종합엔터테인먼트사 IHQ의 정훈탁 사장은 669억원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때론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지만 벤처 부자는 게임·인터넷·교육업종에서 많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의 비즈니스 관행상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주종 관계로 엮여 있어 재벌이 아니면 사업하기 힘들다”며 “벤처 사업이 게임과 온라인 부문에 몰려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배경이 무엇이든 2000년대 중반 이후 게임과 인터넷 부자가 엎치락뒤치락 리스트에 오르내렸다.

김택진 사장의 2007년 재산은 3063억원으로 2006년에 이어 2년 연속 줄었다. 그해 순위도 46위로 밀려났다. 부진의 이유도 2006년과 같았다. 리니지 이후 별다른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택진 사장과 달리 김정주 사장은 웃었다. 2007년 재산은 5494억원으로 2006년보다 1686억원이나 늘었다.

순위도 33위에서 26위로 뛰었다. 마땅한 후속작이 없어 고전한 김택진 사장과 달리 자동차 경주 게임인 ‘카트라이더’ 등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게임업계에서 부침이 있었던 것과 달리 인터넷 부자들은 활짝 웃었다. 광고 실적이 나아지면서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의 재산은 2006년보다 688억원 늘어난 2811억원,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는 271억원 증가한 1330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에는 또 다른 부자가 눈에 띄었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와 손주은 메가스터디 사장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 대표의 재산은 1985억원, 손 사장의 재산은 1538억원으로 둘 다 100위 안에 들었다. 2008년에는 게임 부자가 부진했던 반면 인터넷 부자와 교육 부자는 약진했다. 김택진 사장과 김정주 사장의 재산은 2007년보다 줄었다.

이와 달리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의 재산은 5771억원으로 2007년의 갑절로 늘었다. 손주은 메가스터디 사장의 재산은 더욱 많이 늘었다. 2007년보다 160% 넘게 증가한 4023억원으로 평가됐다. 벤처 부자 가운데서는 두 사람만 100대 부자에 들었다. 2009년엔 벤처 부자의 선전이 돋보였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한국 100대 부자의 재산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었다. 3년 넘게 부진했던 김택진 사장은 대작 게임 ‘아이온’의 중국 서비스로 부활을 알리며 26위로 급부상했다. 디즈니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김정주 NXC 사장도 36위로 이름값을 했다.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도 39위로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반도체의 이정훈 대표는 2009년에도 약진했다. LED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를 넘볼 정도로 회사가 커졌다. 2009년 최고 벤처 부자는 풍력업체 태웅의 허용도 회장이었다. 회사가 ‘녹색성장’ 바람을 타고 주가가 급등한 덕에 재산 6000억원으로 23위에 올랐다.

2000년대 후반에 맹활약하고 있는 허용도 회장, 김택진 사장, 김정주 사장, 이해진 의장, 이정훈 대표, 손주은 사장 등은 단순히 돈만 많은 게 아니다. 정통 벤처 부자답게 모두 자수성가한 인물이란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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