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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경쟁이 불러온 훈풍…가전·스마트폰, 신제품 효과 뚜렷

[한국 제조업계에 봄바람 분다]③
일반 제품도 AI 시대…매출 넘어 수익성 확보는 과제

2024 월드 IT쇼에서 관람객들이 LG전자 부스에 전시된 세탁기를 둘러보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스마트폰·가전 등 국내 IT 제조 산업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가전 시장 불황에도 AI(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이른바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국내 대표 가전 기업들이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제조업에서는 어떤 기업이 더 고장 없는 제품을 만드느냐, 혹은 누가 더 제품을 예쁘게 만드느냐의 싸움이 치열했는데 이제는 경쟁 지점이 바뀌었다는 해석이다.

LG전자는 핵심사업인 생활가전(H&A)사업부에서 지난 1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8조60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증가했는데,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부 매출이 3조3600억원에서 3조4920억원으로 4.2% 늘었다. LG전자의 주력 제품인 세탁기와 TV 판매가 실적을 견인했다. 주력 소비시장인 유럽에서 수요가 확대됐고 AI 성능을 강화한 2024년형 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회사 측은 “AI와 에너지 효율·고객 중심 디자인 등을 내세운 프리미엄 경쟁력을 강화하고 라인업과 가격대를 다변화하는 차별적 시장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폰과 전자 사업부의 탄탄한 실적이 눈에 띈다. 두 사업부는 반도체 시장 불황기에도 회사의 버팀목 역할을 했는데, 이런 기조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71조915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2.82% 증가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흑자전환하며 살아났지만, 큰 틀에서 삼성전자 실적을 뒷받침한 곳은 스마트폰과 가전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이었다. 이 기간 DX부문 매출액은 47조2900억원으로 2023년 1분기보다 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24에 처음으로 AI 기능을 탑재하면서 매출 실적을 끌어올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트포인트리서치는 2024년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조사 결과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20%(출하량 기준)로 1위를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2위인 애플(17%)을 앞질렀다. 3위는 샤오미(14%), 4위는 오포(8%), 5위는 비보(7%)가 차지했다. 카운트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24 시리즈의 강력한 성능으로 “이번 분기에 역대 최고 평균판매가격(ASP)을 냈다”고 평가했다. 

2024 월드 IT쇼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갤럭시 S24 AI 번역 기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프리미엄 가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LG전자와 삼성전자 모두 AI 기능 탑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전자는 AI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선도에 나섰다. AI 가전 전용 온디바이스 AI 칩과 가전 OS를 자체 개발해 관련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서 “인공지능 가전의 시초는 LG전자가 만들어낸 ‘업(UP) 가전’”이라고 했다. ‘업 가전’이란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신제품이 아니어도 최신 기능을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4월 비스포크 AI 신제품을 전 세계 동시에 출시했다. 2분기에는 올인원 세탁건조기, 하이브리드 냉장고, 물걸레 스팀 살균 로봇청소기 등 비스포크 AI 신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가전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해주는 ‘스마트 포워드’ 서비스도 시작했다. 

‘AI 플랫폼 생태계’ 확장 경쟁은 기존 제품도 ‘최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는 전면에 달린 32형 대화면에서 스마트폰에 저장된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고, 유튜브 앱을 바로 실행하는 기능을 볼 수 있다. 올해 신제품에 적용된 ‘AI 절약 모드’ 기능은 지난해 이후 출시된 제품에도 적용 가능하다. 이 모드를 설정해 건조 코스를 선택하면 에너지를 최대 15%까지 아낄 수 있다.

LG전자는 ‘업 가전’을 통해 의류 관리기 스타일러 오브제 컬렉션에서 ‘스마트 케어’ 기능 업데이트를 지원한다. 이 기능은 날씨나 시간 등에 따라 스타일러가 최적으로 작동한다. 미세 먼지가 많은 날에는 더 강하게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다. 최근까지 총 336개의 새로운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매출뿐 아니라 영업이익 확대까지 내실 다지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LG전자의 경우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조3354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5년 연속 1조원을 돌파했지만, 올해 성적은 지난해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023년 1분기와 비교하면 10.8%가 감소한 수준이다. TV 사업을 맡는 HE(Home Entertainment) 부문에서는 1년 사이 영업이익이 35.2% 줄었다. 가전을 담당하는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7.4% 감소한 9403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DX부문 1분기 영업이익도 4조700억원으로 1년 전(4조2100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불황 속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낸 실적을 보면 선방했다고 할 수 있지만, 영업이익 등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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