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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을 녹차산업의 메카로 키울 터”

“하동을 녹차산업의 메카로 키울 터”

경남 하동군의 녹차산업이 이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을 끈다. 오는 5월 1~5일 닷새 동안 열리는 ‘제15회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는 이미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자체 최우수 축제로 선정할 정도로 유명하다. ‘왕의 녹차! 느림, 비움 그리고 채움’이란 기치 아래 하동군 화개면 일원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명품 수제차로 알려진 ‘하동녹차’는 화개면 일대의 산자락에서 자라는 야생 차나무로 생산돼 차별화된 맛과 향, 색을 자랑한다. 이렇게 하동군이 ‘야생녹차의 고향’으로 인정받는 데는 (재)하동녹차연구소(이사장 조유행, 소장 정강원)의 공이 적지 않다. 지식경제부가 2007년 이래 3년 연속 전국 지자체 최우수 연구소로 선정할 정도로 하동녹차의 과학화에 큰 기여를 했다.

연구소는 과학적인 연구에 걸맞은 인적·물적 인프라를 구축해 녹차를 이용한 식·의약품 및 기능성 소재 개발로 지역경제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저등급 녹차를 활용한 환경친화형 기능성 식물영양제와 ‘하동녹차로 키운 하동이랑’ 농산물 브랜드 개발이 눈길을 끈다.

조유행 이사장은 “녹차의 기능성 물질을 첨가한 농산물 브랜드를 생산해 녹차 재배농가의 소득이 크게 증가하리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등급 녹차잎의 소비량이 늘면서 기존 식물 영양제보다 훨씬 저렴한 녹차 영양제의 공급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명품 하동녹차 활성화 사업단장을 겸하는 정강원(52) 연구소장은 “향후엔 수출시장의 확보에 더 매진하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동녹차는 먹고 마시는 녹차에서 ‘생활 속 녹차’로도 진화한다. 지난해 이 연구소는 녹차 추출물을 활용한 친환경 가구 생산으로도 주목을 끌었다. 종합가구업체 BIF보루네오와 공동연구를 통해 녹차 추출물로 도료에서 발생하는 유해성분을 크게 줄였다.

가구 생산의 마지막 단계에서 녹차 추출물을 광택제에 섞어 가구 표면에 바르면 포름알데히드 등 독성물질을 없애는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정 소장은 “친환경 가구 표면제 이외에도 각종 생활용품에 활용 가능한 다기능 녹차추출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녹차성분 분석·연구와 안전성 검사기반 구축, 발효차 및 과립차 생산공정 개발, 녹차 참숭어 사료 개발, AI(조류인플루엔자) 저항성 연구 등이 그간 연구소의 두드러진 성과다. 연구소는 매년 잔류농약 전수검사를 실시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도 한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연구소는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시행한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연구기반 조성 분야에서 녹차의 과학화와 산업화에 성공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하동이 야생녹차의 고향임을 증명하는 기록은 사서에도 나타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흥덕왕 3년(서기 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온 대렴공에 의해 녹차가 전해졌다. 지리산 자락에 야생으로 자란 녹차는 고대로부터 하동과 깊은 인연을 맺은 셈이다.

조선 후기의 대선사이자 다성(茶聖)으로 불리는 초의 의순(草衣 意恂:1786~1866)이 저서 ‘다경’에서 “차는 난석 중에서 난 것이 으뜸”이라 했지만 하동녹차야말로 계곡의 바위틈에서 움튼 자연 그대로의 야생초다. 지난해 2월 하동군은 녹차 재배지로는 세계 최초로 ‘국제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느림의 미학과 웰빙의 삶을 추구하는 슬로시티의 이념과 철학을 하동녹차에 접목시킨 것이다. 하동군은 녹차의 시음, 구매, 숙박 등이 가능하도록 녹차를 테마로 한 체험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하동군 화개면 부춘리 539번지 옛 부덕초등학교 부지에 들어선 하동녹차연구소는 기업지원실, 분자기능연구실, 유전자원개발연구실 등의 시설을 갖췄다.

지역 연구소답지 않게 동결건조기와 입도분석기, 가스크로마토그래피(GC), 유도결합플라즈마분광기(ICP), 탁상용 초고속원심분리기 등 최첨단 연구장비도 수두룩하다. 특히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에 부합하는 첨단 녹차 가공공장은 연구소의 큰 자랑거리다. 이 공장은 시간당 80㎏의 생엽을 처리하는 제다라인과 선별기, 고성능 티백포장기(c-27), 삼각 티백포장기, 자동계량기 등을 갖추었다.

각종 시험생산 장비는 연구개발을 통해 고품질의 신제품 개발을 가능케 했다. 지난 연말 출시된 하동녹차 추출액인 ‘하동녹차 귀하다(河茶)’ 제품이 좋은 예다. 연구소는 올해도 기업밀착형 기술개발에 속도를 낸다. 정 소장은 “하동은 녹차의 본향으로 곳곳에 녹차밭의 비경을 자랑한다”면서 “여기에 걸맞은 명품 녹차와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개발해 하동을 진정한 녹차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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