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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보다 여자가 심장 강하고 술도 세

남자보다 여자가 심장 강하고 술도 세

<동물의 왕국> 을 보면 맹수들이 싸울 때 서로 물고 뜯어도 피가 철철 흐르지 않아요. 그리고 나오는 즉시 굳어버리죠. 스트레스로 혈관이 수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가 한곳으로 몰리면서 여기저기 병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심장수술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송명근(59) 교수의 설명이다. 국내 최초로 심장 이식수술에 성공한 송 교수는 MBC 의학드라마 <뉴하트> 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허 화백이 송 교수를 만난 곳은 서울 강남의 전라도 음식점 ‘고운님’. 송 교수의 조언에 따라 식당에선 미리 굴, 매생이, 검은콩밥, 병어조림, 붕장어구이 등 심장에 좋은 음식을 준비했다.

송 교수는 “건강이 좋다는 것은 혈액 순환이 잘된다는 것”이라며 “혈액 순환에 가장 안 좋은 것은 스트레스”라고 입을 열었다. 송 교수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자연계에서 동물이 천적을 만났을 때 나타내는 반응을 뜻하는 의학용어다. 동물이나 인간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가 한곳으로 몰리고 다른 기관으로 가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가 잘 안 되고 쉽게 체하는 것도 그래서다. “요즘 모든 병의 90%는 스트레스가 원인입니다. 과거 대가족에선 가족들이 스트레스를 나눴지만 지금은 핵가족이다 보니 가장 혼자 스트레스를 끌어안게 됩니다. 직장과 사회에서 경쟁할 ‘천적’은 늘어나는데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듣고 있던 허 화백이 농담을 던졌다. “이런 얘기는 마누라에게 해줘야 하는데…. 집에 가면 또 마누라와 전쟁해야 되잖아요. 집사람들만 모아놓고 이런 강의를 하시는 게 더 좋겠어요.”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술도 괜찮다. 알코올이 좁아진 혈관을 풀어주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음은 절대 금물이다. 술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생기는데 간이 이를 해독할 여유를 주지 않으면 이 물질이 몸에 쌓여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8잔 이상의 술을 마시면 16시간 이상은 간이 쉬어야 한다. 그는 “하루 알코올 30㏄ 정도는 약주다. 와인으로 따지면 두 잔 정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술 중에선 와인을 최고로 꼽았다. 와인을 마실 때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는 문화 때문이다. 그는 “레드와인은 산화방지 효과가 있고 폴리페놀 성분이 굳은 혈관을 풀어주므로 심장에 좋다”고 덧붙였다.

와인을 마실 때는 디캔팅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와인은 과실주다 보니 숙취를 일으키는 메틸알코올이 소량 들어간다. 이것은 공기와 일정 기간 접촉하면 사라지게 되니 천천히 마시거나 일정 기간 둔 후 마시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국에 밥을 말아먹는 건 금물술과 관련한 잘못된 통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술이 세다는 사람이 가장 먼저 간경화에 걸린다. 한 잔만 마셔도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는 것이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술을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너무 붉어지거나 부정맥이 있는 사람은 절대 술을 마시지 말라고 경고했다.

남성보다 여성이 심장이 강하고 술도 세다. 특히 가임 여성은 거의 심장병에 걸리지 않는다. 에스트로겐 같은 여성호르몬이 콜레스테롤을 분해하거나 혈관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임약을 먹고 담배를 피우면 여성의 심장병 위험은 80배로 높아진다. 유흥업소 종사 여성들이 심장이나 혈관에 이상이 생겨 일찍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심장 통증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속설을 뒤집었다. 평소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은 심장병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심장병 가운데 30%는 아예 통증이 없다. 하지만 심장엔 통증이 없지만 어깨나 턱, 치아가 아플 때는 주의하라고 조언했다. 심장에 있던 통증 세포가 그쪽으로 옮겨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과 관련한 심장 통증은 협심증일 경우가 많다. 송 교수는 “운동할 때 가슴 위에 통증이 왔다가 쉬면 사라지는 것도 심장병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송 교수는 고(故) 정주영 현대 회장에 대한 일화도 소개했다. 정 회장은 어느 날 와인이 심장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자 다음 식사 시간에 와인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아랫사람들은 한 병에 200만원에 달하는 고급 와인 8병을 준비했다. 정 회장은 점심을 먹으며 잔의 80%를 와인으로 채우게 한 후 좌중에게 한마디 했다. “원샷”.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정 회장을 따라 고급 와인을 한번에 들이켠 후 잔을 머리에 털어야 했다. 스트레스 다음으로 심장에 좋지 않은 건 담배다. 그는 “니코틴이 들어가면 혈관은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줄어든다.

오죽하면 니코틴으로 지혈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송 교수는 장수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나이 70세가 넘으면 대체로 90세까지 살 수 있는데 대부분 중간에 폐렴으로 죽는다”며 “폐렴의 원인은 감기가 아니라 식사를 하면서 음식이 식도가 아닌 기도로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말할 때와 밥 먹을 때 식도와 기도를 번갈아 가면서 막아주는 막의 기능이 나이를 먹어감에 퇴화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식사 도중 갑자기 놀라면 사레가 들고 이것이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국에 밥을 말아먹지 말고 밥은 밥대로, 국은 국대로 먹는 습관을 갖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건강을 위해 송 교수가 추천하는 운동은 걷기다. 시간당 6㎞ 이상 속도로 하루 40분 이상 걷는다면 만병이 없어진다. 걸을 때 신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신발은 최대한 편하고 좋은 것으로 신어야 한다. 싸구려 신발이나 편하지 않은 신발을 오래 신다 보면 나이가 들어 무릎이 나가고 허리가 구부러진다”고 말했다.



레드 와인과 굴이 심장에 좋아심장에 좋은 첫 번째 음식으로 선보인 것은 굴. 바다의 우유라 불릴 만큼 영양이 풍부한 굴은 카사노바가 끼니마다 12개씩 챙겨 먹던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다른 패류와 달리 조직이 부드러워 소화 흡수가 잘되며 EPA, DHA가 다량 함유돼 있다. EPA는 혈액 중의 중성지방 및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 동맥경화, 고혈압 등의 예방 효과가 있다.

DHA는 학습기능 향상, 노화억제 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날 ‘고운님’에서 내놓은 굴전에 대해 송 교수는 “얼마 전 한려수도에서 먹었던 굴전보다 맛있다”고 말했다. 굴 요리에 매칭시킨 와인은 칠레 비냐 마이포(Vina Maipo)의 소비뇽 블랑과 프랑스 샤토 보쉥(Ch. Beauchene)의 코트 드 론 그랑 리저브 블랑. 자리를 함께한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엄경자 소믈리에는 “소비뇨 블랑의 경우 생굴의 비린내를 더 부추긴다.

생굴보다는 굴전과 함께 먹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굴에 이어 등장한 음식은 병어조림과 붕장어구이.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함과 담백함, 달착지근한 맛이 일품인 병어는 동맥경화, 뇌졸중 등 순환기 계통 성인병을 예방해주는 효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큰하면서도 단맛이 도는 병어조림엔 화이트 와인 못지않게 레드와인도 잘 어울렸다.

샤토 보쉥의 ‘샤토 네프 뒤 파프 그랑 리저브’는 병어조림 맛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붕장어 역시 비타민 B, 마그네슘, 인, 철, 칼륨 등이 풍부하고 체내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동맥경화 예방에 뛰어나다. 붕장어구이엔 선홍색의 뉴질랜드산 ‘실레니 에스테이트 셀렉션 피노누아’를 곁들였다.

레드와인의 농축된 풍미와 매끄러운 타닌이 붕장어구이의 고소함과 훌륭한 조화를 자아냈다. 식사로 제공된 것은 검은콩밥과 매생이국. 청정해양 해초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매생이는 중성지방, LDL-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이로운 HDL-콜레스테롤은 키워 준다. 검은콩은 대표적인 뇌 활성 물질로 대뇌 활동을 활발하게 도와주는 레시틴 성분이 풍부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산삼의 주성분으로 알려져 있는 사포닌도 함유돼 고지혈증, 고혈압,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비만 체질을 개선한다. 송 교수는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자 허 화백은 “어제 먹은 것 또 내놓는다고 하면 집에서 쫓겨난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송 교수에 따르면 식습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설탕과 소금을 줄이는 것이다.

송 교수는 “설탕은 먹는 순간 체내 당도가 올라가 췌장에 문제가 생긴다”며 “과당이나 꿀, 조청 등은 괜찮지만 설탕은 커피에 넣은 것조차 삼가라”고 충고했다. 소금 섭취량은 하루에 차 숟갈 하나로 제한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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