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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말고 ‘예술가’를 잘 선정하라

‘예술’ 말고 ‘예술가’를 잘 선정하라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의 예술가에 대한 새로운 투자법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월가의 상징적 조각품 ‘황소’.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의 예술가에 대한 새로운 투자법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월가의 상징적 조각품 ‘황소’.

예술가는 가난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생각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한 뉴욕의 비영리기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비영리기구의 이름은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이다.

최근 이 독특한 사례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주목해 그 경영방식이 더욱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 기구의 경영방식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프로젝트가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라는 것.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은 예술가의 프로젝트가 아닌 예술가에게 기부한다. 브렌트 그린은 영화 제작자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기 직전인 스물다섯 나이에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의 리처드 플로리더를 만났다. 그린은 리처드 플로리더를 만나기 전까지 애니메이션 제작을 마치는 데 필요한 1만4000달러의 보조금을 찾아 사방을 살피던 중이었다.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은 그를 평가하더니 이후 3년 동안 4만3000달러를 지원했다. 교통수단에서부터 홍보까지 전 비용을 대는 금액이었다. 대신 그린은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에 수익의 일정 부분을 지불하기로 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그린의 작품은 선댄스 영화제와 북미·유럽 지역의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그는 그의 작품을 소개하려고 애쓰는 갤러리들의 요청을 거절하기까지 했다. 그린은 정말 어엿한 예술가가 된 것이다. 그린은 “세금계산서나 인구조사 양식의 직업란에 ‘예술가’라고 적는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의 획기적인 보조금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의 이사 루비 러너는 다락방에서 굶주리고 떠는 것을 이제 잊으라고 말했다.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의 지원금은 혁신적인 작품 지원만이 아니라 예술가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데 목표를 둡니다.”



사람의 가치를 높인다이런 접근은 사람들의 관심을 샀다. 예술세계에서뿐 아니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을 특집으로 소개한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은 예술을 위한 기부 형식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프로젝트보다 경력에 관심을 두는 것뿐 아니라 지원금을 주는 방식도 다른 단체와 다르다.

이 기구는 지원 기간 동안 기부금과 함께 예술가의 주요 작품 수익 일부에서 얻은 자금을 쓴다. 작품 수익에서 가져가는 금액의 크기는 각 지원금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만약 지원금이 비용의 5%를 차지했다면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이 수익의 5%를 가져간다. 러너는 “이익을 얻는 상황이 되면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은 빠져나올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1999년에 설립된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은 그동안 약 400명의 예술가에게 20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한 사람에게 최고 5만 달러를 지원했다. 예술가들에게 상당한 금액을 지원하는데도 이 기구의 간부진은 더 많이 일하기를 원한다. 이 기구의 고문, 이사진에는 벤처 캐피털리스트, 자본가뿐 아니라 예술가, 큐레이터를 포함해 다양한 인물이 있다.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의 주요 행사는 지원 받은 예술가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연례 수련회다. 이들은 이 기구의 장기 후원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러너는 “우리가 최고의 박물관 중에서 한 명을 데려올 수도 있고, 영화 제작자를 독립영화 채널이나 미국의 영화 채널 HBO에서 방송할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예술사에서 가장 큰 정보 교환입니다. 어떤 예술가에게는 리허설 장소가 필요할 수 있어요. 다른 예술가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겠죠. 예술가가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모두가 노력할 때 여러 모습이 함께 나타납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일종의 정보 교환 및 교육, 컨설팅이 함께 이뤄지는 것이다. 전에는 이런 방식이 없었다. 물론 이런 방식이 모든 예술가를 위한 것은 아니다. 러너도 이 점을 안다. “예술가 중에는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의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기존의 작품 활동 방식이나 사고 방식을 바꾸고자 하지 않는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벤처 캐피털 업체인 베세머벤처파트너스의 파트너인 에드 콜로튼은 이렇게 말한다. “러너는 자신의 감으로 후원할 예술가를 찾지 않습니다. 마치 우리가 ‘어디서 유망한 기업’을 찾을지를 고민하는 것처럼 분석합니다.” 그 후 러너는 뉴욕 외곽 라치몬트에 있는 콜로튼의 사무실을 방문해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한 기업가가 믿을 만한지 어떻게 판단하나요? 새로운 벤처 사업을 계속 벌일 수 있는 기업가를 어떻게 알아보나요?” 러너에게 있어서는 예술가가 하나의 1인 기업인 셈이다. 다음은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이 발굴한 가장 수익률이 높은 예술가 이야기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뉴미디어 아티스트인 린 허시먼 레슨은 뉴욕에서 가장 비싼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다.

2008년에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에서 지원을 받은 것이 그에게 전환점이 됐다. 그가 1968년부터 미국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여성 예술가에 대한 영화 촬영을 했을 때 시작한 프로젝트를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이 지원하자 그의 인생과 작품의 가치는 놀랍게 바뀌었다. 2009년에는 구겐하임 연구비까지 받게 됐는데 그 전에는 스물여덟 번이나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유망 기업 뽑는 것과 예술가 후원은 비슷분명한 것은 적어도 수집가 한 명은 그녀의 가치를 못 알아봤음을 후회한다는 것이다. 이 수집가는 50달러에 구입한 레슨의 작품 한 점을 되팔았다. 그는 여성 예술가에게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치는 지난해 180만 달러로 평가됐다. 레슨은 “이런 기구가 25년 전부터 있었다면 더 전략적인 선택을 하고 더 이해하기 쉽고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다소 아쉬워했다.

“이는 21세기를 위해 필요한 발전된 형태의 지원입니다.” 50달러짜리 작품을 180만 달러짜리로 만든 힘은 시장의 평가였다. 이를 이끌어낸 주체는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이었다. 젊은 영화 제작자로서 브렌트 그린은 최근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에 1000달러 수표를 지불했다.

그는 거의 굶주리던 예술가에서 기업가로 변신했고 이제는 아예 예술에 대한 재정 후원자로 나서게 됐다. 정말 놀라운 여정이다. 재미있는 것은 크리에이티브 캐피털이 그린을 만나고 투자를 결정한 하루가 그와 또 다른 예술가를 살리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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