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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아이는 어른들이 만든다

왕따 아이는 어른들이 만든다

소설 같이 들리겠지만 실제 일어난 일이다. 15살의 소녀가 가족과 함께 아일랜드에서 미국 서부 매사추세츠로 이민했다. 그런데 학교 친구들이 그녀를 괴롭히고 놀리기 시작했다. 면전에서 대놓고 괴롭히는 행동은 페이스북으로까지 이어졌다. 어느 날, 소녀는 학교가 파한 뒤 집으로 돌아가던 중 어디선가 날아온 물체에 머리를 맞았다.

소녀는 집에 도착한 뒤 목을 매 자살했다. 소녀의 이름은 피비 프린스였고, 지방 검사 엘리자베스 시벨은 1월에 있었던 피비의 자살과 관련해 최근 동료 학생 9명을 기소했다. 혐의는 괴롭힘, 스토킹, 기타 인권침해 행위에서 위험한 무기를 이용한 공격과 청소년 성폭행까지 다양하다.

13세의 메간 마이어가 온라인 상에서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지 불과 4년 만의 일이다. 메간을 괴롭혔던 사람 중에는 청소년을 가장한 미주리주의 가정주부도 있었다. 뉴욕에서는 알렉시스 필킹턴(17)의 자살이 집단 괴롭힘 때문이었는지를 두고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알렉시스의 죽음을 추모하는 페이스북 사이트에서조차 악성 댓글이 발견된다. 많은 주(州)에서 집단 괴롭힘을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비슷한 사건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뉴스위크의 몰리 오툴 기자가 하버드대 여성심리·여아발달 프로젝트의 창립 회원이자 콜비 칼리지의 교육·인간발달학 교수인 린 미켈 브라운을 만나 집단 괴롭힘에 따른 자살 사건이 어떤 문제를 제기하는지, 우리 사회와 입법가들은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를 물었다.


피비 프린스의 자살 등 일련의 비극적 사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거기서 얻는 교훈은?집단 괴롭힘은 막연한 의혹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분명히) 질투로 시작됐다. 우리 사회는 소녀들끼리의 싸움을 정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인기 드라마 ‘가십걸’에서의 질투이든 ‘배첼러’에서 여자들이 남자 한 명을 두고 싸우는 경우든, 이런 여자들 싸움이 아예 문화 코드로 녹아 있으며, 에로틱한 분위기로까지 포장된다.

아주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경우에만 반응을 보일 정도로 사회가 둔감해져서는 안 된다. 비극을 예방하는 데 관심을 갖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구를 주어야 한다. 집단 괴롭힘의 경우 사건이 발생하고 난 뒤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인 위해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반응하듯 말이다.

그보다는 집단 괴롭힘의 문제점을 교육하고 이해시키며, 피해자를 돕는 커뮤니티 등을 결성하고 이를 상시 운영해서 실제 집단 괴롭힘의 피해 아이들을 지원하고 서로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최선의 방법이다.


어떤 형태로든 집단 괴롭힘 처벌법을 제정한 주가 41개에 이른다. 이는 현재 미국 전역에서 집단 괴롭힘과 전쟁이 시작됐다는 증거다. 그래서 상황이 개선됐나, 아니면 악화됐나?현장 사정에 밝은 일선 학교 담당자들은 분명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하겠지만 조사결과를 보면 학교 폭력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학생들의 폭력이 실제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다른 연구 결과를 보면, 전국적 따돌림 예방 프로그램들이 그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경험한 바로는, 예방 프로그램 담당자나 어른들은 청소년이 학교에서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 가도록 격려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행동 규범만 설파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문화를 이해하고 이에 맞춰 접근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각 학교의 문화적 배경을 반영해야 한다. 대규모의 프로그램을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한다면 전혀 효과가 없다.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아이들 스스로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종종 간과해 왔다. 법규를 하나 제정한다고 집단 따돌림 현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지금처럼 소녀들끼리의 질시와 싸움이 정상 행동으로 여겨지는 문화에서는 이것이 사라지긴커녕 눈에 안 보이는 곳에서 은밀히 행해질 가능성이 크다. 매체를 통해 자극적이고 폭력을 당연시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는데, 법만 새로 제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누구에게 책임이 있나? 아이들이 어울려 놀다 보면 자연히 괴롭힘을 가하거나 당하는 아이가 생긴다는 주장도 있다. 이를 바꾸려면 법을 바꿔야 하나, 아니면 학교나 가정, 아이들이 스스로 나서야 하나? “아이들이 어울리다 보면 그러게 마련”이라는 생각은 상당히 부정적인 전제이며 잘못된 출발점이다. 아이들에게 무한한 공감능력이 있다고 믿으면, ‘친구를 괴롭히기 마련’이라는 전제보다 훨씬 많은 가능성이 열린다. 연방법에서는 성희롱 방지법과 민권법이 이 문제를 다룬다.

그중에서도 교육의 평등과 따돌림을 다룬 9항은 충분히 법률적 근거로 삼을 만하다. 지금 최악의 사건들이 발생했다 해서 주마다 집단 괴롭힘 관련 법을 제정하는 건 결코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다. 역사가 그것을 뒷받침한다.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 이후 제정된 엄벌주의 법규들을 보라.

기이하거나 말도 안 되는 내용이 많다. 우리는 최악의 경우에 한해서만 대응책을 마련한 셈이다. 사건들은 끔찍하기 짝이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항상 이런 방법을 택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대책은 법률 제정 이상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법의 효과 자체를 부인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무조건 법 제정에 나서는 행동을 경계하자는 뜻이다. 이렇게 해서 제정된 법들은 기존의 연방법을 저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런 비극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만큼 분명 학교가 대응에 나서야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어른들이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어른들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좀 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복도에서 무언가를 목격했을 때 일률적인 처벌을 내리지 말고, 그보다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우리는 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지만, 법만으로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어렵다. 우리 모두가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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