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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풀고 선거판에 서다

넥타이 풀고 선거판에 서다

구두를 벗었다. 넥타이도 풀었다. 기업인이 현장에서 뛴다. 경제 정글이 아니다. 6·2 지방선거가 무대다. 평생 습득한 경영능력을 풀뿌리 민주주의에 쏟아붓겠다는 게 이들의 포부. 지방정치에 CEO 유전자를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5월 7일 0시 현재 16개 광역자치단체장과 228개 기초자치단체장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인은 총 78명.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한나라당 소속(40명)이 예상대로 가장 많다. 다음은 무소속(15명), 민주당(12명), 국민참여당(4명), 미래희망연대(2명), 민주노동당(2명) 순이다. 자유선진당, 국민중심연합, 미래연합 소속 예비후보자도 각각 1명이다. 도백에 도전하는 기업인 중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현명관(69·한나라당) 제주지사 예비후보자다.

현 예비후보자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설욕의 장이다. 그는 4년 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제주지사 후보로 출마했다가 김태환 현 지사에게 쓴맛을 봤다. “제주행복주식회사로 한라산의 경제 기적을 이뤄내 제주를 세계의 보물섬으로 만들겠다”고 그는 말했다. 기업인 출신다운 출사표다.

현 예비후보자는 삼성맨이다. 1978년 삼성 계열의 전주제지 총무부장을 맡은 후 호텔신라·삼성건설 대표, 삼성 일본 담당 회장과 삼성라이온스 야구단 구단주를 두루 역임했다. 1993~96년 그룹 회장 비서실장을 지냈다. 현재는 삼성물산 고문이다.



와신상담 현명관, 무혈입성 박해춘

충남 도백엔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박해춘(62·한나라당) 예비후보자가 도전장을 냈다. 그는 출마의 변에서 “그동안 쌓은 학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충남지역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예비후보자는 보험(안국화재보험)·카드(LG카드)·시중은행(우리은행)과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이끈 금융 CEO 출신이다. 충남 금산 출생으로 대전고·연세대(수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내로라하는 구조조정 전문가다. LG카드 사장 재임 시절 2년 연속 1조원대 흑자를 달성해 매각을 성사시킨 전력이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특유의 뚝심으로 난제를 간단하게 돌파해 ‘금융계의 코뿔소’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헌재 사단 중 한 명이다. 박 예비후보자는 한나라당 충남지사 후보에 무혈 입성했다.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해 지사직을 스스로 내놓은 이완구 전 충남지사가 불출마 의사를 꺾지 않은 덕이다. 하지만 본선은 다를 듯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 안희정(민주당) 예비후보자와 박상돈(자유선진당) 예비후보자와 불꽃 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기초자치단체장 예비 후보에도 기업인 출신이 많다.

서울 종로구청장엔 하림각 회장 남상해(72·한나라당) 예비후보자가 출사표를 던졌다. 하림각은 자타 공인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집.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하림각의 규모는 5개 동 3만360㎡에 이른다. 한번에 30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다. 서울 중구청장은 전 코레일유통 대표를 지낸 이학봉(62) 예비후보자가 노린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 예비후보자는 대표적인 친이(親李)계로 꼽힌다. 18대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정책특보를 지냈다. 경희대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석사를 받은 그는 코리아오링·화신폴리텍 등 민간기업 CEO를 역임했다. 무역 실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엔 코레일유통 CEO를 지냈다.

취임한 해의 순이익을 전년 대비 11배 이상 끌어올려 주목 받았다. 기차 밖으로 사업영역(편의점 스토리웨이)을 확대한 주인공도 그다. 하지만 이 예비후보자가 본선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당내 경쟁이 치열하다. 중구의회 의장 출신 임용혁 예비후보자, 한국외대 교수(정치학) 류재택 예비후보자도 예선 통과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 예비후보자는 ‘일자리 창출-해답은 이학봉’이라는 슬로건으로 바람몰이를 꾀한다. 충북 증평군수 선거전엔 한국화장품 고문 김두환(69·한나라당) 예비후보자가 나섰다.

중앙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직후 숙부 김남용 회장이 창업한 한국화장품에 입사한 그는 1996~2008년 CEO를 지냈다. 현재 직함은 고문. 1998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박동복 제일종묘농산 대표가 출마를 포기, 일찌감치 본선에 합류했다. 충북 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3선에 도전하는 유명호(무소속) 현 군수, 민주당 홍성열 예비후보자와 접전을 펼칠 전망이다.

김 예비후보자의 캐치프레이즈는 기업인답게 ‘경제 일꾼’이다. 한나라당의 대표 불모지로 꼽히는 전남 광양시장엔 대한민국 신지식인 박태진(43·한나라당) 예비후보자가 도전한다.

경북 영양이 고향인 박 예비후보자는 포스코 광양 제철소에서 15년간 근무했다. 주경야독으로 순천대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는 발명왕으로 유명하다. 발명 건수만 해도 250건에 이른다.

행정안전부의 대한민국 신지식인에 선정된 이유다. 그는 현재 한나라당 전남도당 과학기술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예비후보자는 출마선언을 하면서 “컨테이너 부두를 활성화하고 명문대를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에 꼭 맞는 공약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경북 포항시장에는 포스칼슘 상임이사 허대만(41·민주당) 예비후보자가 도전한다. 포항 대동고, 서울대(정치학과)를 졸업한 허 예비후보자는 1993년 포항시의회 의원을 지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경북 선대본부 정책기획실장을 맡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자문위원으로 참가했다. 2004년 행자부 장관 정책특보를 지냈다.



현 권력과 옛 권력 충돌 ‘포항’2009년 말부터 탄산칼슘을 제조·판매하는 포스칼슘의 상무로 재직 중이다. 포스칼슘은 올해 포스코 계열사로 편입됐다. 주목되는 점은 그가 출사표를 던진 포항이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살아 있는 권력과 옛 권력이 충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에선 박승호 현 시장의 출마가 유력하다.

이 밖에 경남 사천시장엔 김인(57·한나라당) 경남무역 대표가 도전하고, 서울 동작구청장 선거전엔 장성수(56·한나라당) 신한은행 영업추진본부장이 나선다. 강원도 고성군에선 윤승근(55·한나라당) 아모레퍼시픽 설악점 대표가, 인천 부평구에선 김현상(52·무소속) 콤솔 회장이 단체장 배지를 노린다.

벤처기업인도 보인다. 이병철(47·무소속) 인천 계양구청장 예비후보자는 전자정보통신 벤처기업 데이콤콜투게더의 CEO였다. 전남 나주시에 ‘경영 마인드’를 불어넣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임성훈(50·민주당) 예비후보자는 방사선장치 제조업체 바텍의 창업주이자 경기도벤처협회 초대 회장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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