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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주택 가격 날개는 있다

추락하는 주택 가격 날개는 있다

거품 붕괴인가, 하향 안정화인가. 집값이 연일 하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걷는다. 덩달아 한동안 숨죽이던 부동산 거품론에도 불이 붙는다. 몇몇 경제 전문가는 아예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기 시작했다’고 못을 박는다.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최고점 대비 10~40% 빠졌다는 게 근거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거품 붕괴는 금융권의 부실화와 관련이 깊다. 대출을 받은 가계가 파산하고 이에 따라 금융권이 동반 부실화했을 때 거품이 꺼진다. 하지만 한국은 비교적 안전하다. 주택 관련 대출 규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력하다.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기준을 보수적으로 적용해 집값이 하락해도 가계가 파산하고 금융권이 무너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분석한다. 이런 맥락에서 1990년대 일본 부동산 폭락, 2007년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와 지금의 한국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경제·부동산 전문가 3인에게 ‘거품론’을 물었다.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송경희 수석연구원,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이 도왔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

한국판 금융위기 불가능한 이유



집값-은행 부실 고리 “끊겼다”

부동산 가격 하락 은행 부실 초래해야 거품 붕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유행처럼 번진다. 몇몇 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돌던 폭락설이 이제 기업 경제연구소로 퍼져가는 분위기다. 마치 검은 구름이 퍼져나가듯 어두운 예측이 우리의 두뇌를 덮어가는 느낌이다. 예측은 물론 필요하다. 누구도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예측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왜곡된 예측이라면 문제가 있다. 그것으로 시장과 정책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폭락론자는 원래 거품 붕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우리나라 주택에 낀 거품이 터질 때가 됐다는 것이다. 거품설은 주기설만큼이나 과학적이지 못한 주장이다. 거품에 대한 진짜 전문가는 정작 거품에 대해 유보적이다.

현재 존재하는 가격을 보곤 거품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꺼진 다음에야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게 거품이라는 얘기다. 미국과 일본의 주택 가격이 거품이었다고 하는 이유는 그것이 꺼져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은 폭락할 이유가 별로 없다.

무엇보다 지난 50년에 걸친 경제성장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거품을 물고’ 거품설을 주장했지만 거품의 붕괴라고 부를 만한 상황은 없었다. 물론 가격이 크게 내린 적은 두 번 있었다. 1991~1996년, 1998~2000년이다. 하지만 이 시기의 하락은 거품 붕괴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작동 때문이었다.

1990년 대 초반의 하락은 분당·일산 등 5개 신도시로 대표되는 주택 200만 호 공급이 이유였다. 신규 주택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으니 값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당시 강남지역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20%까지 떨어졌지만 그것은 거품 붕괴가 아니라 공급 확대의 결과물이었다.

두 번째의 큰 하락은 1998년 이후의 외환위기 때였다. 당시 하락 원인은 누구나 알고 있듯 수요 위축이었다. 국민의 소득이 30% 이상 떨어졌고 주택 구입 능력이 줄어 가격이 하락했다. 이 역시 거품 붕괴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주택 시장은 거품이 낄 만한 구조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주택 사재기를 할 수 없다.

주식은 가격이 오르면 너도나도 수백 수천 또는 수백만 주를 사 모으지만 주택은 여러 가지 규제 때문에 사재기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LTV, DTI 등 주택 관련 대출 규제는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거품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한다. 좋고 나쁨을 떠나 이런 규제가 국내 주택 시장에서 거품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규제가 참여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이유다. 전세보증금이라는 안전판도 거품 차단에 한몫한다. 매매가격이 전세보증금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입자가 차라리 집을 사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황기일수록 매매가격에 대한 전세보증금의 비율은 높다.

요즘이 그렇다. 보통은 60%에서 높은 곳은 80%까지 육박한다. 집값이 그 밑으로는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폭락론자는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도외시한 의견인 듯하다. 집값 하락이 폭락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정상적인 하락에 그칠지는 은행의 반응과 관련이 있다. 하락이 은행의 위기로 이어지면 폭락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택 관련 대출 규제로 거품 차단

미국의 은행들은 주택 가격의 100%까지 대출을 해줬다. 심지어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대출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금리가 오르고 가격 상승이 주춤해지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출 받아 집을 샀던 사람들이 상환을 못하기 시작하고 그것이 은행의 부실채권이 됐다. 다시 말해 가격 하락이 은행의 위기로 이어졌고 그것이 다시 가격에 하락 압력을 가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든 것이다. 바로 이것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다.

우리는 어떤가? DTI니 LTV니 해서 주택 대출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대출이 집값의 40~50%를 넘기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 좋고 나쁨을 떠나 이 규제가 우리의 주택 시장을 일본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다르게 만든다. 우리나라는 주택 가격이 웬만큼 떨어져도 은행의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규제로 인해 정부는 주택 경기 조절을 위한 상당한 파워를 쥐게 됐다. 출구전략으로 금리를 올리더라도 DTI나 LTV 비율을 올린다면 주택 가격의 추가 하락은 막아낼 수 있을 테니… .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日 버블 붕괴 vs 韓 집값 하락



일본식 폭락 “가능성 없다”

日 부동산 버블, 주택금융회사와 기업이 주체
지난해 하반기 DTI 등 주택금융 규제와 저가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본격화한 후 주택 시장은 침체일로를 걷는다. 한발 더 나아가 인구구조 변화,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자산 포트폴리오의 조정 가능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뜩이나 주택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이런 비관론이 지속되자 일부에선 1990년대 초 일본 버블 붕괴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승폭 작아 낙폭도 크지 않아부동산 비관론의 근거는 과거의 가격 움직임에 기인한다. 일본에선 버블이 진행된 1984~1990년 중 토지 가격이 연평균 27.7% 상승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2001~ 2009년 주택 가격이 전국은 연평균 5.9%, 서울은 8.8% 올랐을 뿐이다(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 기준). 이처럼 가격 상승폭이 작은 만큼 급락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이다.

기존 버블의 원인은 대부분 통화팽창 국면, 특히 금융기관의 주택 관련 대출이 늘어난 것이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금융위기로 전이되며 붕괴 강도가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의 부동산 거품도 새로운 자금 운용처를 찾는 금융기관의 욕구와 무리한 차입을 통해서라도 부동산 상승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수요자의 욕구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사실 2008년 말 이후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과잉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상황이 유사해 보이기도 한다.

이와 함께 국내 가계부채가 가처분소득 대비 1.5배 수준까지 증가하면서 가계 및 금융기관의 동반 부실과 주택 가격의 급락을 촉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하지만 2006~2008년 및 2009년 하반기 이후 DTI 규제 시행과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LTV 운용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주택 관련 대출은 일본 버블 붕괴 때만큼 위험하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과 우리가 다른 점은 또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집값 상승과 1990년 버블을 이끈 주체가 다르다. 국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체는 가계다.

반면 1990년대 일본 부동산 버블은 주택금융전문회사를 비롯한 금융기관과 기업이 이끌었다. 국내 가계의 과다한 부채 부담이 우려되지만 가계는 기본적으로 기업보다 보유자산에 대한 애착이 강한 데다 기업에 비해 재무구조가 우량해 투매 가능성이 작다.

또 가계의 미래에 대한 판단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만기연장과 같은 적절한 정책대응이 있다면 부동산 가격이 일방적으로 하락하진 않을 것이다. 또한 일본의 경우 주택에 비해 급락 가능성이 큰 상업용 부동산이 버블을 견인했다는 차이도 존재한다.

일본은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디플레이션을 동반한 장기 불황을 겪었다. 이에 따라 소비가 줄어 내수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소득이 감소하는 한편 실물자산인 주택 구입에 대한 유인도 많이 줄어들었다. 반면 지금의 우리나라는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회복하진 못했지만 일본과 같이 ‘잃어버린 10년’에 해당하는 경기침체는 없을 것이다.

송경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주택 가격은 순환한다



“폭락 아니라 하향 안정”

집값 받쳐줄 수요 많아 … 전세가격 오름세 주목해야
지난해 말 2010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면서 일반적으로 5% 안팎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시장 분위기는 가격 하락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올해 들어 거시경제가 회복되고 전세가격도 상승하는데 무슨 이유로 주택 매매 가격은 하락하는 걸까. 더구나 올해엔 가격 상승 요인도 많았지 않은가.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이 있고 없고의 차이다. 2008년 말~2009년 초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방은 지난 몇 년 동안 조정을 받았기 때문에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최근 대규모로 진행되는 도심재생사업에 따라 전세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급락은 국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부는 수요촉진책을 썼다. 세금 감면과 다양한 규제 완화 정책을 쓴 것이다. 거시경제의 침체에도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회복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2009년 말 경기도 남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정부 정책 따라 집값 오르내려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으로 조정돼야 할 시장에서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어쩌면 작은 거품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서 당시 ‘거품 붕괴를 거품으로 막았다’는 표현이 회자한 이유다.

올 들어 거시경제가 호전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재정문제 등 대외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 탓인지 추가적 투자 수요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부양책이 멈추자 지난해 인위적으로 부양됐던 부문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대내외 경제 환경이 정상화할 때까지 주택 가격은 계속 하락할 전망이다. 더구나 올해는 공급 요인도 많다. 올 상반기는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집중되는 시기다. 2007년 하반기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대규모 분양한 물량이 상반기에 대부분 입주한다.

정부의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공급도 본격화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부동산 가격 하락을 거품 붕괴의 시작으로 봐야 할까. 이런 질문이 많아서인지 올 들어 거품 붕괴를 경고하는 연구 결과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 물론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경고는 이전에도 많았다. 특히 버블 세븐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부동산 거품 논쟁이 심화됐다.



집값 하향 안정화될 듯민간 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부동산 거품 붕괴의 근거는 대략 이렇다. ▶주택 주요 구매력층(35~54세)이 2011년 정점에 도달 ▶베이비붐 세대 은퇴 ▶ 주택 구매 능력 지수가 미국·일본의 거품 붕괴 직전과 유사 ▶ 가계부채 급증으로 추가 대출이 어려울 것 등이다.

이런 논리는 부동산 시장의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동산 가격의 폭락을 예단해선 안 된다. 우선 인구 측면에서 살펴보면 2011년 35~54세의 주택 주요 구매력 계층의 인구가 정점에 이르지만 최고조 상태에서 4~5년 정도 유지돼 서서히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기보단 완만하게 떨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인구가 감소해도 당분간 가구 분화에 따라 가구 수는 증가할 것이다. 이에 따라 제아무리 인구구조가 변해도 부동산 가격은 폭락하는 것이 아니라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기엔 수요 역시 많다.

물론 기존보다 가구 증가율이 떨어지고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겠지만 이것이 모든 수요를 위축시키는 것은 아니다. 가령 중소형 주택의 수요는 증가하고 대형의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의 대형 평형의 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대형 가격 약세로 대형 공급이 감소하면 대형 평형의 가격 상승 압력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인구 정체와 가구 소형화에 따라 대형 주택의 가격 상승률은 그리 높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서울을 비롯한 도·광역시에서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도심재생사업도 주택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 사업은 이주 수요를 발생시키는 동시에 주택 멸실을 불러 주택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끼친다.

여기서 이주 수요는 자가보단 전세다. 일시적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도심재생사업은 전세가격의 상승을 부른다. 주택 시장은 주기적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뚜렷하게 순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분양 저조는 미래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향후 주택 시장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거나 급락하기보단 하향 안정화할 전망이다. 대략 소순환 5년, 대순환 10년 주기를 가지고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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