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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남 부자들 사모펀드에 쏙 빠졌다

요즘 강남 부자들 사모펀드에 쏙 빠졌다

공모주펀드, ELS, 녹색펀드, 아트펀드 등 사모펀드에 자산가의 돈이 몰리고 있다. 아예 1인 자산가 단독 펀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원하는 대로 제약 없이 투자할 수 있는 맞춤상품이라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김모씨는 최근 상장한 삼성생명에 투자해 60%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여기서 얻은 이익 중 일부는 성장성이 부각되는 녹색펀드나 안정적인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5월 12일 상장됐다. 주가도 공모가인 11만원대에서 맴도는 수준이다. 그런데 어떻게 벌써 60% 수익을 거뒀을까. 그 답은 바로 ‘사모펀드’에 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국민은행에서 판매한 유진맞춤사모증권투자신탁에 투자했다. 유진자산운용이 출시한 이 펀드는 삼성그룹지배구조펀드 시리즈 중 하나로, 삼성생명 주식을 절반 편입하고 나머지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상장된 삼성그룹주로 채웠다.

‘3호’와 ‘5호’로 설정된 2개 펀드로 모두 200억원이 들어왔다. 지금이야 삼성생명이 시장의 핫 이슈가 됐지만 당시엔 상장 기대감도 일지 않았을 때다.

펀드는 장외시장에서 삼성생명 주식을 주당 5만2000원(액면분할 기준)에 매입했다. 6개월이 지난 4월 23일 삼성생명의 공모가는 11만원으로 결정됐다. 공모가 기준으로 110% 넘게 뛴 것이다.

공모주 청약 당시 40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일반투자자들은 기대만큼 삼성생명 주식을 매입할 수 없었다는 점, 공모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논란과 함께 상장 초반 공모가 근처에서 움직이는 주가를 감안하면 사모펀드를 통해 삼성생명에 미리 투자한 자산가들의 선견지명과 투자 노하우는 탁월했던 셈이다.



부자들은 왜 사모펀드를 좋아하나부자들이 사모펀드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이유는 삼성생명 공모주펀드만 봐도 쉽게 설명 된다. 원하는 대로 아무런 제약 없이 만들어 투자할 수 있는 ‘맞춤상품’이기 때문. 시중에 나와 있는 공모펀드는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돼 수천억, 많게는 조 단위로 설정되기 때문에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어렵다.

반면 사모펀드는 50명 미만의 투자자에게 자금을 받아 폐쇄형으로 운용된다. 그만큼 시장에 반응하는 속도나 순발력이 공모펀드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 투자 대상과 투자 시기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어 ‘나만의 상품’을 만들어 돈을 굴리고 싶은 고액 자산가에게 안성맞춤이다.

투자 규제에서 자유로운 것도 매력이다. 주식형 공모펀드의 경우 한 종목의 편입 비중이 전체의 10%를 넘길 수 없다. 그러나 사모펀드는 종목 편입에 제한이 없다. 앞서 김씨가 투자한 게 공모펀드였다면 삼성생명 한 종목을 펀드 자산의 절반이나 담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60%의 고수익은 꿈도 못 꾼다.

한국투자증권 한경준 여의도PB센터 팀장은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5월 19일 만도가 상장됐고 하반기에는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이 상장 대기 중이어서 올해 공모주 시장이 활황”이라며 “높은 경쟁률 등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사모펀드를 통해 공모주에 투자하는 게 고수익을 내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올해 IPO 바람을 타고 이미 공모주펀드는 고액 자산가에게 필수 투자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3월 29일 판매를 시작한 삼성증권의 ‘글로벌IPO펀드’는 한 달여 만에 2000억원이 몰렸다. 국내 증시를 비롯해 홍콩, 미국, 유럽 증시 IPO에 참여해 공모주로 수익을 올리는 상품이다.

자산의 최대 30%를 해외 IPO 및 유상증자 등에 투자하는데 이 가운데 80%는 세계 최대 IPO 시장인 홍콩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한국 및 미국, 유럽시장에서 발행되는 공모주에 투자한다. 나머지 70%의 자산은 국내 국공채 등에 투자해 안정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맞춘다.

요즘 인기 있는 사모펀드는?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ELS는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1순위 상품이다. 기초자산과 상품 구조, 투자 시점까지 직접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증시 급등락에도 ELS가 꾸준한 수익을 내면서 자산가들의 선호도는 더 높아졌다.

무엇보다 사모ELS의 가장 큰 매력은 수익률이다. 지난해 12월 발행된 우리투자증권의 사모ELS(기초자산 LG전자, 현대모비스)는 연 수익률이 최고 22.32%로 결정되는 조건이었다. 비슷한 시기 발행된 공모ELS보다 1%포인트가량 수익률이 높았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해 10월 LG전자와 두산인프라코어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공모와 사모로 각각 발행했다. 동양종금증권의 이중호 애널리스트는 “사모ELS는 기초자산을 직접 선택해 원하는 수익 구조로 만들 수 있어 시장 수요가 꾸준한 편”이라며 “특히 개별 종목에 비해 안정성이 담보되고 접근하기 쉬운 지수형 ELS가 많이 발행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4월 발행된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중 64%가 사모 형태다. 파생결합증권(DLS)도 자산가들 사이에 떠오르는 상품이다. ELS의 기초자산이 주가지수나 종목에 국한된 반면 DLS는 원유나 금 등 실물자산뿐 아니라 금리, 신용 등까지 그 범위가 넓다. 설탕 값 상승·하락이나 A기업의 부도 확률, 3개월물 채권과 6개월물 금리 차이에 투자하는 식이다.

은행권에서도 주가지수연동예금(ELD)을 통해 자산가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전통적인 ELD뿐 아니라 구리, 주석, 옥수수, 원당, 금, 은 등 원자재에 연계된 파생연계예금(DLD)으로 상품 영역도 확대됐다.

신한은행 조성만 압구정PB센터 팀장은 “최근 삼성생명 환급금을 대상으로 코스피지수가 1년 동안 1.5%만 오르면 5.4% 금리를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했다”며 “정기예금보다 2%포인트 금리를 더 받으면서도 원금이 보장돼 인기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코스피지수가 1600~1700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는 경우 ELS 수요가 많다”며 “이런 장에선 10% 수준에서 수익을 내는 상품에 투자하면 이익을 내기 쉽다”고 덧붙였다.



새로 뜨는 사모펀드는?이번에 삼성생명 공모주펀드를 판매해 성공한 국민은행은 현재 친환경 관련 주식으로 구성된 녹색 사모펀드를 준비 중이다. 이 펀드에는 탄소 관련 종목은 물론 전기차, 에너지 등 앞으로 성장 유망한 종목을 주로 편입한다. 목표 수익률은 40~50%대.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들 종목은 장기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기간을 2~3년 정도로 보고 있다”며 “적어도 20% 이상의 수익은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얘기했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은 PB 고객을 대상으로 화랑 대출을 통해 수익을 내는 ‘아트펀드’도 판매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우량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채권펀드나 채권·주식·파생상품 등에 분산 투자하는 멀티스타일 펀드, 미술품 또는 발틱운송지수(BDI), 광물, 농산물 등에 투자하는 실물투자형 펀드도 꾸준히 수요가 있는 상품들이다.

반면 부동산펀드는 예전만 못하다. 국민은행 신동일 압구정PB센터 팀장은 “부동산은 고객 문의는 종종 있으나 과거처럼 실제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부동산에 편중됐던 부자들의 포트폴리오가 금융상품으로 이동 중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아파트에 투자해 부를 축적했던 자산가들의 경우 순차적으로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것.



사모펀드에 어떻게 투자할까사모펀드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이자 단점은 공개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처럼 각종 언론 매체나 인터넷, 광고물을 통해 판매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또 사전 판매도 불가능하다. 수십억원 이상의 유동자금을 보유한 고객의 요청으로 단일 펀드가 조성되는 경우도 많고, 특정 지점의 일부 고객만을 대상으로 소문 없이 만들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한경준 팀장은 “공모주펀드처럼 특정 시기에 적절히 투자하려면 금융시장 흐름에 민감하게 귀를 열고 자주 애용하는 은행이나 증권사에 관련 상품이 있는지 문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성만 팀장은 “사모펀드는 절대적으로 고객 요청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한 고객의 제안으로 설계된 펀드를 적절한 규모로 키우기 위해 다른 고객에게 제안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에도 사모펀드는 최대 49명으로 투자자가 제한되고 운용사 쪽에서도 적정 규모를 원하기 때문에 소액은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중은행 PB센터에서는 1억원 이상이면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지만 1인당 2억~3억원 이상 투자하는 게 흔하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를 통해 고수익을 올리겠다는 욕심은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철저한 자산배분은 사모펀드 투자에도 변치 않는 원칙이다. 신동일 팀장은 “삼성생명 공모주 펀드로 단기 수익을 낸 건 맞지만 고액 자산가들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투자한다”며 “전 재산을 몰빵하지 않고 분할 매수하는 게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신 팀장은 “투자 자산이 10억원이라면 고수익 상품에 일부 투자하고 대부분은 일반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정기예금보다 2~3%포인트 수익을 더 받도록 목표수익률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 금융회사를 고르는 안목도 필요하다. 보통 판매하는 상품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해 증권사 PB는 공격적이고, 은행계 PB센터는 안정적이며, 생명보험사 PB는 이보다 보수적이다. 최근에는 하나의 금융그룹 아래 증권사·은행·생명보험사가 모여 있어 금융사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상품을 권유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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