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빙하가 녹아내린다
히말라야 빙하가 녹아내린다
우리 지구에서 얼음과 눈으로 연중 상당 부분이 덮여 있는 주요 지역은 세 곳뿐이다. 북극과 남극, 그리고 그보다 덜 알려진 대히말라야(Greater Himalayas)다.
히말라야는 산스크리트어로 ‘눈(히마)의 보금자리(라야)’라는 뜻이다. 티베트 고원을 둘러싼 이 원호 모양의 장엄한 봉우리들은 내륙 아시아의 톈산(天山) 산맥에서 시작해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힌두 쿠시 산맥으로 이어졌다가 파키스탄 북부의 카라코람 산맥과 만난 뒤 네팔, 부탄, 인도, 중국 서남부 위쪽에 불쑥 솟은 히말라야 산맥으로 합쳐진다.
대히말라야는 북극과 남극 다음으로 ‘제3의 극(third pole)’이라 불린다. 극지방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얼음 덩어리(약 4만6298개의 빙하가 그곳 땅의 17%를 덮고 있다)가 그곳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태곳적부터 이곳은 방대한 양의 담수를 얼음으로 비축했다가 따뜻해지면 녹아 흘러내려 아시아의 젖줄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의 대히말라야는 갈수록 심해지는 스트레스로 몸살을 앓는다. 지구온난화가 다른 지역의 빙하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잘 알려졌지만 히말라야 빙하를 위협하는 두 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요소는 이제서야 과학자들이 그 증거를 수집 중이다. 한 가지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특정 고도에 위치한 지역, 특히 적도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듯하다는 점이다.
다른 한가지는 인도·중국의 나무와 석탄을 때는 취사용 스토브 수백만 개와 산업용 디젤·석탄 연소에서 나오는 탄소검댕의 효과다. 그 검댕이 들러붙은 히말라야 빙하는 열을 반사하지 않고 오히려 흡수해 온난화 과정을 더욱 가속화한다. 특히 이곳이 지구에서 가장 취약한 지역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물론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올라가 재난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으면 수억 명의 인구가 그보다 더 직접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받는다. 과학자들은 지구에 영구히 고착된 구조처럼 보였던 이곳의 빙하 지대가 2070년이면 43%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빙하의 손실은 다양하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 아시아의 10대 강(황허, 양쯔, 메콩, 살윈, 이라와디, 브라마푸트라, 갠지스, 인더스, 아무다리아, 타림)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대히말라야 빙하의 용해는 향후 수십 년 또는 수세기 동안 아시아인 수억 명이 사는 그 강들의 하류 유역에 심각한 해를 끼치게 된다.
UN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제 4차 평가 보고서에서 히말라야 빙하가 2035년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있으며 ‘어쩌면 더 빨리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최근 그 주장이 오류라고 밝혀졌다. 물론 이런 오류는 보고서 작성자들에게 너무도 당혹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오류라고 해도 ‘이 지역의 빙하가 실제로 급속히 후퇴하는 중’이라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IPCC는 “세계 인구의 6분의 1 이상이 빙하나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강 유역에 살며 그 유량의 계절적 변화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하류 유역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결론 내렸다.
빙하가 완전히 사라지는 시점을 잘못 판단했다고 해도 이 결론은 여전히 과학적으로 유효하다. 세계야생보호기금(WWF)의 2005년 보고서도 “네팔, 인도, 중국 지역의 빙하 용해는 강물에 영향을 미쳐 생물다양성, 사람, 생계를 크게 위협하며 지역의 식량안보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빙하 용해는 아시아의 강들에 치명적일지 모른다. 우기 직전과 직후인 봄·가을의 뜨겁고 가뭄이 드는 계절 동안 강이 계속 흐르려면 추가적인 유량이 필요하다. 정상적으로는 바로 이 시기에 맞춰 빙하가 녹아내린다. 그러나 우기가 늦게 찾아오거나 강수량이 적거나 아예 가뭄이 들면 유량에 혼란이 생긴다.
지난해 중국 서남부(양쯔, 메콩, 이라와디 강이 통과한다)의 가뭄이 대표적인 예다. 그 결과 강 하류 유역에 사는 수억 명의 삶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한다. 몇 달 전 중국 서남부 구이저우(貴州)성을 돌아보면서 그 가뭄이 수천만 인구에 끼친 피해를 목격했다. 논밭은 타들어갔고,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냈으며, 강은 말라붙었다.
높은 산악의 얼음지대를 형성하는 빙하는 고정돼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얼음의 강’이다. 이 빙하는 산꼭대기의 ‘축적 지대’에서 생기기 시작한다. 내린 눈이 압착되면서 청순한 느낌을 주는 푸르스름한 얼음으로 굳어진다. 어느 한도에 다다르면 엄청난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아래로 서서히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계곡이 만들어지고 수많은 바위의 잔해가 들러붙는다. 빙하가 미끌어져 내려가는 모습은 마치 바위를 실어 나르는 거대한 컨베이어벨트처럼 보인다. 한참 내려온 뒤에는 자신의 거대한 일부분을 떨쳐낸다.
그러면서 얼음이 녹아 강에 물을 댄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UN 세계빙하감시기구(WGMS)는 지난 60년 동안 세계 전체에서 200여 개의 대형 빙하를 관측한 결과 그 대부분이 얼음을 축적하는 속도보다 떨쳐내는 속도가 더 빠르며 그 결과 몸집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세기 동안 온실가스가 열기를 끌어 모아 세계 전체의 평균 기온이 0.74℃ 올랐다. 하지만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 세계의 평균 기온이 4.3℃나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가 적지 않다. 얼음 생태계는 특히 연약하다. 1~2℃만 변해도 균형이 깨진다.
더구나 과학자들은 최근 특정 고지대에서 비정상적으로 큰 폭의 기온 상승이 기록됐다고 보고했다. 예를 들어 티베트 고원에선 기온 상승 폭이 세계 평균의 세 배나 됐다. 세계 최고의 빙하학자인 로니 톰슨(오하이오 주립대 버드 극지연구소)와 야오 탄동(중국 과학원 티베트 고원 연구소)은 히말라야의 기온이 다음세기 동안 5~6℃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톰슨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기고문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중·저 위도 지역의 높은 기온 상승은 적어도 지난 2000년 동안 전례가 없다. 중·저 위도 지역의 빙하는 수천 년 동안 유지돼 왔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계속 후퇴한다. 이런 사실은 최근 들어 지구 기후 시스템에 급격한 변화가 있다는 뜻이다.
이런 변화는 기후 시스템이 임계역치를 넘어섰으며, 저위도 고지대의 대다수 빙하가 가까운 장래에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구어광 중국 기상청장은 최근 이렇게 덧붙였다. “온난화가 지속되면 중국 서부 지방의 수백만 인구가 단기적으로는 홍수, 장기적으로는 가뭄에 시달리게 된다.”
티베트 고원에 피해를 주는 요인은 기온 상승만이 아니다. 대기오염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갈색구름(ABC·Atmospheric Brown Clouds)’은 가정에서 요리에 사용하는 생물연료만이 아니라 산업용으로 사용하는 석탄, 등유, 디젤의 불완전 연소에서도 발생하는 아주 작은 입자의 연무다. ABC는 현재 인도와 중국의 인구 밀집지역 상공을 먹구름처럼 뒤덮고 있으며 태양열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능력을 둘 다 갖고 있다.
먼지와 검댕 입자는 열을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 그러나 ABC에는 황산염과 질산염 입자도 들어있다. 그 입자들은 마치 작은 거울처럼 태양 열을 대기권으로 반사해 돌려보낸다. 캘리포니아대(샌디에이고)의 기후과학자 비어라바드란 라마나탄과 Y 펑은 이런 ‘지표 냉각효과’가 ‘마스크’처럼 작용해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의 전반적인 온난화 효과 중 “상당 부분을 가려준다”고 본다.
그러나 그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다. 열을 반사하는 분자는 얼마 안가 ABC에서 떨어져나간다. 반면 온실가스는 대기에 수십 년 동안 머문다. 더구나 이런 독성 구름을 깨끗이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낸다고 해도 “마스크를 제거하는 셈일 뿐”이라고 두 과학자는 말했다. 그 직후에는 지구 기온이 추가적으로 약 1.6℃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그들은 경고했다.
더구나 히말라야의 빙하 표면이 점점 어두워져 간다. 이산화탄소가 티베트 고원 위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또 다른 용해 역학이 작용 중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의 제임스 핸슨 소장과 야오 탄동은 빙하를 현장에서 연구한 뒤 대기 중의 탄소가 따뜻하고 수분이 많은 남쪽의 계절풍을 타고 티베트 고원으로 이동한 뒤 눈에 섞여 내리기 때문에 히말라야 빙하에 점점 더 많이 축적된다고 결론 내렸다. 새 눈이 내려 검댕이 가득한 눈이 빙하의 얼음으로 압착되면 좋지만 고원지대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그 전에 상당 부분이 녹는다.
따라서 지속적인 용해로 검댕의 농도가 짙어져 빙하 표면이 거대한 태양열 집열판으로 변한다. 이 과정을 차단하려면 대기에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탄소 검댕의 증가 속도를 늦추는 일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예 배출 자체를 줄여야 한다. 그런 일은 새로운 지역적 기구와 전략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도와 중국은 빙하가 받는 위협을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의미 있는 공동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자이람 라메시 인도 환경장관은 이 지역의 빙하가 실제로 급속히 줄어든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어쩌면 지도자들이 직접 가서 빙하를 살펴봐야 할 듯하다.
1950년에서 1980년 사이 히말라야의 빙하 중 약 절반이 후퇴했다. 지금은 후퇴하는 빙하가 95%에 이른다. 얼마 전 중국 남서부 윈난(雲南)성의 티베트 고원에서 용밍 빙하와 바이슈이 빙하를 둘러봤다. 대히말라야에서 가장 남쪽의 가장 낮은 위도에 위치한 빙하다. 바위투성이에다 너무도 멀리까지 후퇴한 모습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물론 위치상 대히말라야의 다른 빙하보다 녹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줄어든 크기와 지저분한 모습은 빙하의 쇠약함이 이 지역만이 아니라 강 하류 유역에 사는 수많은 사람에게 궁극적으로 얼마나 큰 위협이 될지 미리 보여주는 듯했다.
[필자는 아시아 소사이어티 미중관계 센터 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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