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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개요 꼭 읽고, 최소 3년 투자해야

상품 개요 꼭 읽고, 최소 3년 투자해야

요즘 증권가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랩’이다. 랩은 랩어카운트(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를 일컫는다. 이 상품은 1년 새 계좌 잔액이 두 배로 늘어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고객 의견을 반영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부각된 덕이다. 갑자기 시장이 커진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고 변동성이 커 주가 하락기에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 랩어카운트를 잘 활용하는 방법과 투자할 때 유의점을 짚어봤다.



랩어카운트 ‘누구냐, 넌’

펀드 열기 식으며 새 투자처로 각광
랩어카운트는 간접 투자의 한 형태다. 랩(wrap)과 어카운트(account·계좌)를 더한 개념으로, 문자 그대로 하나의 거래 계좌 안에 모든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감싸 담을 수 있다’는 뜻이다. 증권사는 고객과 일임 계약을 맺고 자금을 주식, 채권, 펀드 등 다양한 곳에 투자해 운용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일괄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내는 펀드와 달리 이 상품은 고객에 따라 다르게 운용하고 관리하는 개인 계좌다. 호주·캐나다·영국 등에서 발달했고, 한국에는 2001년에 첫선을 보였다. 본격 판매된 것은 2003년이다. 하지만 강세장이 아니었던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05년부터는 펀드의 기세에 눌려 존재감을 잃었다. 그러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펀드 대량 환매가 일어나자 지난해부터 유망 상품으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2010년 5월 기준 랩어카운트 시장 규모는 27조6000억원대다. 단기 브로커리지 업무에 한계를 느낀 증권사엔 랩어카운트 수수료가 새 수익원이 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랩 상품 출시와 관련해 “사활을 걸었다”는 표현을 썼다. 이 상품은 편의상 일임형 랩어카운트와 자문형 랩어카운트로 분류하지만 원래는 자문형 역시 일임형에 속한다.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외부 자문사나 운용사의 자문, 즉 포트폴리오를 추천 받아 증권사가 운용하는 상품이다.

운용 전문회사의 의견이 반영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 일임형이든 자문형이든 랩어카운트 상품의 운용, 판매, 관리는 모두 증권사가 도맡아 한다. 신한금융투자 이정수 고객자산부 차장은 “한 증권사가 여러 자문사나 운용사와 계약할 수 있고 자문사 역시 여러 증권사와 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랩어카운트 운용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고객자산부, 고객자산운용부, 랩운용부 등의 부서에서 담당한다. 현재 은행은 랩어카운트를 판매하지 않지만 업계는 개정 은행법이 시행되는 올해 11월부터 은행 역시 랩 시장에 동참할 것이라고 본다. 은행 PB가 영업에 뛰어들기 시작하면 단기간 내 시장이 훨씬 커질 것이라는 추측이다.



무엇이 그렇게 좋은가

고객 의견 반영한 맞춤형 투자
펀드가 기성복이라면 랩어카운트는 맞춤복이다. 고객이 운용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운용자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포트폴리오 구성이나 매매 시점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자산 규모가 큰 고객일수록 자기 의견을 내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투자 심리를 반영한 틈새상품이 바로 랩어카운트다.

무엇보다 랩어카운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고수익’이다.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주식 비율 조정과 종목 편입이 자유로워 원하는 종목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 살이 찌는 음식으로만, 혹은 살이 안 찌는 음식으로만 맞춤 식단을 짜는 것과 같다. 특히 고액 자산가를 고객으로 둔 자문사들은 고수익을 좇는 투자 방식에 익숙해 일반 펀드보다 더 효과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용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의 자문을 받으면 시장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어 표준화된 펀드보다 투자 니즈(needs)를 쉽게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내부 운용 인력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10명을 넘지 않는다. 이 관계자는 “내부 인력을 계속해서 늘리는 것보다 외부 자문사를 이용한 상품 개발이 더 쉽다”며 “외국 역시 자문형 랩어카운트가 더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펀드보다 똑똑해?

수익률 더 높고 수수료 더 많아
랩어카운트를 펀드의 일종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한 증권사 PB는 “다른 영업점에서 랩어카운트에 가입한 고객이 ‘랩펀드’에 가입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펀드는 금액에 관계없이 가입할 수 있지만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가입 가능한 최소금액이 있다. 최저 500만원에서 보통 3000만~5000만원, 많게는 1억원이다.

대우증권 이정훈 상품기획부 팀장은 “펀드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랩어카운트는 특정 고객을 상대하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편입 종목이다. 보통 펀드는 운용 포트폴리오 종목이 40~60개지만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8~15개다.

또 펀드는 정기적으로 나오는 운용보고서로 성과를 확인할 수 있고 랩어카운트는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서 수시로 계좌를 점검할 수 있다. 랩어카운트는 아직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하다.

반드시 영업점에서 직원에게 직접 설명을 들어야 하며 가입 절차도 펀드보다 까다롭다. 영업점을 방문해 투자일임 계약을 맺고 투자정보확인서를 작성한 뒤 투자 니즈를 확인하고 협의를 거쳐 투자 포트폴리오를 최종 결정한다.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일반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물론 상품에 따라 랩어카운트보다 수익률이 높은 펀드도 있지만 대부분의 자문형 랩어카운트가 고수익을 추구한다. 대신 수수료는 랩어카운트가 더 많다. 펀드가 1~2%대라면 랩어카운트는 2~3%대다. 자산 규모가 늘어나면 성과 보수를 따로 내야 한다.



시장의 우려와 오해

“리스크 관리 어려워 나쁜 상품 될 수도” VS “금융당국과 언론이 불안감 조장”
증권사의 자문형 랩어카운트 자문 제안을 거절했다는 한 자산운용사 CEO는 “자산운용사의 운용 철학을 곧바로, 완벽하게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CEO는 수익률이 하락했을 때 책임을 누가 져야 할지도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 주가 하락 시 수익률이 급락할 위험에 대해 얘기하며 “위험성을 보완하지 않으면 가장 나쁜 상품이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원의 황현철 선임조사역은 “증권사별 현황은 파악하고 있지만 과당경쟁 등을 우려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며 “불건전 판매 등을 상시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발전심의회 역시 7월 9일 투자자 보호를 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랩어카운트 동향 및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이처럼 일부 업계와 금융당국의 우려에 증권사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랩어카운트 잔액이 30조원에 가깝지만 실제 채권형, CMA형 등 안정성 높은 자산이 대부분이고 문제가 되는 자문형 잔액은 2조원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2010년 5월 기준 1조3640억원).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언론이 시장의 방향을 거슬러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장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큰 변동성이다. 편입 종목 수가 적어 주가 하락기에 리스크 관리를 하기 어렵다는 것. 하지만 이에 대해 한 증권사의 랩 담당자는 “리스크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종목 수가 적다고 해서 무조건 위험하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변동성이 작으면 상승기에 초과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담당자는 “랩어카운트는 0~100%로 자유롭게 주식 비율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자산배분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어 덜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는 계좌가 늘면 1대 1 맞춤형 고객 관리를 하기 어렵다는 것에 대해 증권사 운용 담당자들은 “실제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맞춤형이라고 알려졌지만 공모형 펀드와 비슷하게 운용되는 랩어카운트 상품이 많다는 것이다. 또 보통 1억원은 넘게 투자해야 1대 1 맞춤 관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운용 담당자는 “펀드 투자 문화가 조금씩 성숙해가듯 랩어카운트 역시 정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운용역은 “고객의 불만에 직접 노출돼 일희일비하는 고객들을 상대하기 힘들다”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펀드는 한 종목을 10% 이상 편입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랩어카운트는 이런 규정이 없다. 그래서 소수 종목에 집중투자했을 경우 해당 종목의 주가가 불안정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얼마 전 ‘자문사 7공주’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자문사 7공주란 자문형 랩을 자문하는 자문사가 선호하는 하이닉스, 삼성테크윈, 제일모직, 기아차, LG화학, 삼성전기, 삼성SDI를 가리킨다. 이들 기업은 인기를 끌면서 주가가 갑자기 상승하다 갑작스러운 매매로 하락하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증권사들은 집중투자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자문사별 운용 자금을 한정(하나대투증권)하거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2시20분 이후에 랩어카운트의 주식 매매를 금지(삼성증권)하거나 포트폴리오 전략 위험 관리 모델을 구축(우리투자증권)하는 등 나름의 ‘사후관리법’을 내놓았다.

수수료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업계에서 보통 ‘랩 피(wrap fee)’라고 부르는데 수수료율이 펀드보다 높아 과당 책정이라는 이유로 증권사들이 뭇매를 맞았다. 수익 창출을 위해 랩 상품을 전략적으로 판매한다는 비판도 일었다. 증권업계는 “자산이 늘어날수록 수수료가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자산이 줄어들면 수수료가 감소한다”며 “펀드 수수료가 자꾸 낮아져 상대적으로 더 비싸 보이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랩어카운트 잘 활용하려면


“장기투자 자신 없으면 다시 생각하라”이정수 차장은 “각 상품의 운용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상품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상품명, 투자기간, 수수료, 운용 방법 등이 적힌 상품 개요는 꼭 읽어봐야 한다”며 ‘관심’을 강조했다.

또 운용자에게 자주 연락해 의견을 반영하고 나눠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랩 전문가는 “고객이 말하는 것을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재무 상태를 알려줘야 더 나은 투자 전략을 짤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규모에 따라 활용방법을 달리할 수 있다. 한 랩 전문가는 “2000만~3000만원을 투자했다면 증권사별 큰 차이가 없으므로 홈페이지에서 상품 내용을 보고 투자 성향이 맞는 곳에 가입했다가 금액이 늘어나면 주거래 증권사에 컨설팅을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현실적 조언을 했다. 하지만 가급적 홈페이지보다는 영업점의 자산관리사와 상담을 통해 정보를 얻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점은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모 증권사 고객자산부 직원은 “중도환매 수수료는 없지만 3~5년 장기투자할 자신이 없으면 가입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랩어카운트는 운용자, 투자자 모두 인내할 수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상품”이라고 덧붙였다.

한 운용역은 “고객이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운용·판매 직원 역시 당장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에 상품을 과대포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랩어카운트 상품도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라며 “완벽한 상품처럼 광고하는 것에 현혹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삼성증권 서원경 포트폴리오운용팀 과장은 “랩어카운트는 개별 단위로 운용하기 때문에 계좌별 특성이 다르다”며 “수익률이 높다는 말을 듣고 해당 랩어카운트에 가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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