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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전자책에 불법 콘텐트가 버젓이

짝퉁 전자책에 불법 콘텐트가 버젓이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박람회에서 중국관을 찾은 사람들이 다양한 전자책 단말기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박람회에서 중국관을 찾은 사람들이 다양한 전자책 단말기를 살펴보고 있다.



고대 중국의 4대 발명품은 종이, 화약, 나침반, 인쇄술이다. 종이는 105년께 후한시대 채윤이 처음 만들었다. 중국의 제지술은 7세기에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전해졌고, 8세기에 중앙아시아와 아랍 국가로 흘러 들어갔다. 그 후 12세기에서 16세기 사이에 유럽 각국으로, 다시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파됐다.

지식이 전파되려면 제지술뿐 아니라 인쇄술이 중요하다. 이 또한 중국에서 시작됐다. 최초의 활자 인쇄술은 1041~48년께 중국의 필승이 점토와 아교를 섞은 뒤 구워 만든 것에서 비롯됐고, 그 후 1313년 왕정은 목활자 6만 자를 새겨 기술사에 관한 책을 출판했다. 중국의 제지술과 인쇄술은 서구 세계로 가게 됐고 이는 전 세계 문화교류와 과학 발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종이를 대신해 전자책이라는 제2의 혁명기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 역시 이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전자책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곳이 바로 종이와 인쇄술의 발명지인 중국이다.



중국 정부 학생에게 전자책 보급하기로중국의 전자책 판매량은 전 세계의 15.5% 정도를 차지하며 미국 다음의 큰 시장으로 떠올랐다. 중국 IT컨설팅 전문업체인 CCID가 연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중국 전자책 시장은 전년 대비 434% 증가한 61만 대, 판매액은 동년 대비 360% 증가한 13.7억 위안을 기록했다. CCID는 올 한 해 전자책 판매 대수를 210만 대 정도로 내다봤으나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최근 차이나데일리 보도에 의하면 전자책은 상반기에만 300만 대 이상 팔렸다. 전문가도 미처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전자책이 대중적인 것은 아니다. 높은 단말기 가격 때문이다. 2010년 시장조사기관 이관궈지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63.5%가 전자책 구매에 있어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높은 가격을 꼽았다. 현재 전자책 단말기 가격은 2000~3000위안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가장 낮은 사양의 제품 역시 1000위안을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사용자는 전자책의 가격이 조만간 500~600위안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련 기술 발전과 기업 간의 경쟁으로 인해 머지않아 가격이 급속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국 관련 업계에서는 전자책 소비의 ‘빅뱅’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과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하드웨어 판매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각종 콘텐트시장 역시 동반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콘텐트 확보를 위한 기업 간 합종연횡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현재 전자책의 종류와 판매량 증가,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이용자 수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전자책 콘텐트 이용자는 2008년 7900만 명에서 2010년에는 1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2008년 전자책 도서는 81만 종류에 달했으며, 콘텐트 판매수입은 전년 대비 33.6% 증가한 2억3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전자책 이용을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 이용 비율은 올해 전년 대비 366%나 증가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교과서 출판과 유통 비용을 줄이기 위해 1억6500만 명에 이르는 학생들에게 전자책 단말기를 공급하고 전국 어디서나 전자책 콘텐트를 쉽게 구매하도록 하겠다는 정책적 지원 의지를 밝힘에 따라 앞으로 학생층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듯 급성장하는 중국 전자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아이리버, 소니 등 한·일 기업과 대만 기업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 사수를 위한 중국 로컬기업인 한왕(漢王), 팡정(方正) 등의 반격도 거세지는 등 그야말로 전자책을 둘러싼 춘추전국시대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 전자책 시장의 터줏대감은 한왕이다.

2008년 중국 최초로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한 한왕은 2009년 50만 대를 팔아 최고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사용자들이 인터넷으로 쉽게 책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차이나모바일망과 연계되는 3G(3세대)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했다. 후발주자인 팡정은 막대한 자본력으로 전자책 단말기와 디지털 콘텐트 사업의 연계강화를 통해 추격에 나서고 있다. 팡정은 온라인에서 전자책 검색과 디지털 콘텐트를 읽고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사이트(Fanshu.com)를 통해 60만 권의 전자책 다운로드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차이나모바일은 한왕, 팡정, 다탕(大唐), 화웨이(華爲) 등 4대 전자책 단말기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향후 3년간 1000만 대의 전자책 단말기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콘텐트 확보에도 힘써 샨다문학 등 400여 개 온·오프라인 출판사, 8개 온라인 사이트와 손잡고 2009년부터 서비스를 시작, 이미 200만 서비스 가입자를 확보했다. 샨다문학은 애플의 앱스토어와 같은 형식의 콘텐트 제공으로 500만 권의 온라인 소설을 단말기 제조업체들과 협력해 서비스할 것이라고 밝혔다.



좋은 콘텐트 생산 가로막는 불법 다운로드향후 중국 전자책 시장은 하드웨어 단말기와 콘텐트 분야를 어떻게 통합하고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필기인식, 무선 랜, 디지털 전자도서관 연계, 전자사전 수록 등의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기능을 갖춘 제품이라야만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짝퉁 제품의 판매 및 불법 콘텐트 유통 문제, 그리고 콘텐트 유통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라이선싱 등 행정절차 문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무엇보다도 지식재산권에 대한 소비자의 낮은 인식은 전자책 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있어 독버섯 같은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대도시 전자상가에는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PC 출시에 맞춰 이를 모방한 산자이(가짜) 제품이 진품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650위안대의 아이패드 모조품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한다.

전자책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의 모조품 태블릿PC의 범람으로 인해 기존 전자책 단말기 판매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경영압박을 견디다 못해 회사를 매각하려는 업체도 벌써 생겨나고 있을 정도다. 한왕조차 “최근 중국 소비자의 구매성향이 태블릿PC 쪽으로 기울면서 판매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자책 콘텐트 역시 불법 다운로드와 유통이 성행하면서 콘텐트 유통시장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도 전에 고사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불법적으로 콘텐트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도 부지기수다. 중국 전자책 포털사이트인 두빠왕(www.du8.com)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자책 이용자 중 95%가 불법으로 다운로드한 콘텐트를 읽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아마존이 지난해 출시한 킨들의 100개 출시 대상국에서 중국을 제외시킨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향후 중국의 전자책 시장 규모는 매년 비약적으로 성장할 전망이지만 가짜 제품의 범람과 콘텐트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낮은 소비자 인식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실제 ‘과실’을 향유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홍창표 중국 KOTRA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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