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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으로 지속가능경영 기틀 닦아

혁신으로 지속가능경영 기틀 닦아

유무선 통신사업자 KT가 올 9월 세계적 권위의 ‘DJSI(다우존스 지속경영지수) 월드’에 편입됐다. 미국 금융정보제공업체 다우존스와 스위스 투자회사 SAM이 주요 글로벌 기업의 경영현황을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KT는 위험관리·정보보호 부문에서 100점 만점을 받는 등 전 심사분야에 걸쳐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SAM과 다우존스는 글로벌 기업 2500여 곳의 지속가능경영 여부를 매년 심사해 그중 300여 곳을 DJSI 월드 기업으로 선정·발표하고 있다. 8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DJSI 월드 기업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는 얘기다. DJSI 월드를 받은 통신기업은 포르투갈 텔레콤, 네덜란드 로얄KPN, 이탈리아 텔레콤, 도이치 텔레콤, 차이나 모바일, 영국 BT와 보다폰 등 11곳에 불과하다.

지속가능경영은 경제적 수익성·환경적 건전성·사회적 책임성 관점에서 지속성장을 추구하는 경영 패러다임이다. 해외금융기관이 대규모 투자를 할 때 기업 경쟁력 및 가치평가의 잣대로 활용한다. DJSI 월드 등 지속가능경영 지수가 높으면 기업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KT가 DJSI 월드에 편입된 것은 이를테면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글로벌 수준에 올라섰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KT는 향후 대규모 해외 자본을 한결 쉽게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650여 개 투자기관은 지속가능경영 지수를 활용한 펀드를 운영한다. 이 중 DJSI 월드에 기초한 펀드 규모는 85억 달러에 이른다.

세계 자본시장의 주요 트렌드로 떠오른 SRI(사회책임투자)펀드의 주요 투자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커졌다. SRI펀드의 운용규모는 약 20조 달러다. 석호익 KT 부회장(CR부문장)은 “DJSI 월드 기업에 선정되면 해외 SRI펀드의 국내 투자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며 “국가적으로 봤을 때 해외자본을 유치하는 데 일조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사실 KT는 지속가능경영과 거리가 먼 기업이었다.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창립된 KT는 2002년 완전 민영화 후에도 혁신을 꺼리는 공룡기업으로 불렸다. 하지만 2009년 1월 취임한 이석채 회장과 새 경영진의 뼈를 깎는 시스템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경영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먼저 2009년 KTF의 합병으로 수익성을 높여 지속가능경영의 새 지평을 활짝 열었다.

KTF를 합병한 KT는 유무선 사업에서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동통신·와이브로 등 무선 서비스 매출의 시장점유율은 올 2분기 31.4%를 기록했다.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전년 말보다 4% 늘어난 1559만 명(올 6월 기준)을 기록했다. 유선 사업 분야의 성과도 괄목할 만하다. 인터넷 전화 가입자는 지난해 170만 명에서 올 6월 222만 명으로 증가했다. QOOK TV 가입자도 같은 기간 117만 명에서 157만 명으로 34% 성장했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사내조직인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위원회를 강화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CSR위원회는 KT의 윤리·고객·환경·상생 등 지속가능경영 계획을 확인하고 성과를 평가하는 곳이다. 말하자면 KT의 지속가능경영을 이끄는 첨병이다. CSR위원장은 석호익 부회장이 맡고 있고, CSR 실무위원회의 구성원은 상무 대우 이상의 임원들이다. 이 회장이 차세대 경영철학으로 내세운 올레경영 역시 KT식 지속가능경영의 발판이 됐다. KTF를 통합하면서 선포한 ‘올레(Olleh) kt’엔 혁신사고로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이 회장의 경영방침이 녹아 있다. 올레는 영어 인사말 Hello를 거꾸로 표기한 것이다.

KT의 지속가능경영 사례는 또 있다. 그중 하나가 글로벌 윤리경영시스템의 구축이다. KT는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개선이 필요한 저개발국의 정부 및 통신사업자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윤리경영을 펼친다. KT의 윤리강령 안에 제품책임·고객보호·환경책임을 명시한 것은 대표적 예다. 해외투자법인에도 해당국가 언어로 만든 윤리경영과 지속가능경영의 가이드라인을 제정·배포했다. ‘윤리경영을 통해 KT를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기업으로 우뚝 세우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읽힌다.

아울러 고객관리 시스템도 전면 손질했다. 고객이 만족하지 않으면 지속성장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홈상품 개별 브랜드를 QOOK으로 단일화했다. 고객 콜센터 번호를 100번으로 통합해 다양한 유무선 통신상품에 대한 불만을 단 한 번의 전화 상담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KT의 고객편익 증진 노력은 차세대 영업 시스템인 BIT프로젝트로 이어진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유무선 영업시스템의 차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구축, 고객 관리, 운영지원 시스템 구축 등이 포함돼 있다.

KT는 이처럼 각종 혁신작업을 통해 DJSI 월드 멤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지속가능경영 시스템의 고도화, 효율성 제고 등 중장기 개선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오늘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이 회장 취임 후 강력하게 추진한 상생경영과 CSR 활동에도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KT는 지난 7월 3불(不)정책을 발표하며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전략을 펼치고 있다. 3불정책은 중소기업의 자원이 KT로 인해 낭비되지 않게 하고,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중소기업과 경쟁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KT의 핵심전략과 지속가능경영 관련 글로벌 이슈를 연결하는 작업도 계속한다. 이를 위해 KT는 CSR위원회의 지위를 이사회 수준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석호익 부회장은 “경영시스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더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뒤 “KT의 발전이 곧 대한민국 경제 위상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하고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혁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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