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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거래소와 은행은 ‘한 쌍’…짝 못 찾으면 폐업 위기

[규제에 멍드는 가상자산] ②
업비트·빗썸이 시장 점유율 90% 이상 차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큰 고비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지난해 하반기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645만명으로 상반기 대비 39만명 증가했다. ‘코인 열풍’이 한창인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지만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히며 성장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하나의 코인거래소가 하나의 은행과 짝지어야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는 ‘1거래소·1은행’ 규제에 가상자산으로만 거래 가능한 중소형 거래소의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짝 찾은 5대 원화거래소가 시장 장악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가상자산 사업자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은행은 ▲케이뱅크·업비트 ▲NH농협은행·빗썸 ▲카카오뱅크·코인원 ▲신한은행·코빗 ▲전북은행·고팍스 등 5곳이다. 짝을 찾은 이들 가상자산 거래소는 가상자산을 원화로 구매하는 서비스인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

1거래소·1은행 규제란 하나의 거래소가 하나의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권법이 따로 존재하지 않아, 관련 금융사기·사고 우려가 컸고 금융당국은 실명 확인을 통해 금융 사고를 억제하고 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는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받아야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원화마켓에 진입하려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취득하고,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서비스 계약을 맺은 뒤 금융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은행이 가상자산거래소의 운명을 쥐고 있는 셈인데, 이 과정에서 은행은 실명계좌 발급 대가로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수수료를 받는다. 가상자산거래소 입장에선 은행과 연을 맺고 나면, 거래량이 늘면서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실제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업비트와 빗썸의 합산 점유율은 95%를 넘어선다.

은행과 제휴하지 못한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줄폐업하고 있다. [사진 오픈AI 달리]

짝 못 찾은 중소형 가상자산거래소 ‘줄폐업’
짝을 찾지 못한 일부 가상자산거래소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인으로만 거래해야 하는 코인마켓 거래소는 원화마켓 거래소 대비 편의성과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장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적다. 결국 금융당국의 허들을 넘어 은행과 계약을 맺어야 하지만, 금융당국은 좀처럼 신규 원화마켓 거래소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코인마켓 거래소는 연이어 거래소 사업을 접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인마켓 거래소 한빗코가 원화마켓 거래소로의 전환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한빗코는 지난해 6월 말 광주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한 뒤, 원화마켓 거래소로 전환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결국 현재는 공식 서비스를 종료했다.

코인마켓 거래소 지닥도 오는 7월 16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지닥 또한 원화마켓 거래소로 전환을 위해 은행과 계약에 힘썼지만, 결론은 서비스 종료로 끝이 났다. 앞서 2022년 지닥은 원화마켓 거래소에서 일괄 상장폐지됐던 위믹스를 단독 상장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를 끌어모았고 코인마켓 거래소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원화거래를 뚫기 위해 시중은행부터 지방은행까지 다양한 곳과 논의를 이어갔다. 올해 초에는 수협은행과 실명계좌 제공 계약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코인마켓 거래소는 추가적인 성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원화마켓 진입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하지만 중소형 코인마켓 거래소에게 원화마켓 진입은 하늘에 별따기였고, 최근에만 후오비코리아·프로비트·텐앤텐 등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7월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또 다른 고비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둡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전후로 거래소의 폐업이 가속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 거래소들은 이상거래 보고와 정기 심사 등 추가 의무가 발생한다. 수익이 없는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추가로 부여된 의무를 지키기 쉽지 않다.

또한 오는 9~10월에는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 갱신도 이뤄진다. 지난 2021년 9월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를 대상으로 3년 기한의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해당 라이선스 갱신이 올해 9월 중 이뤄지는데 금융당국은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지난 3년 동안 발생한 문제들을 토대로 가이드라인 기준을 상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들이 라이선스 갱신 대신 영업 중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7월 19일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거래소에 여러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인프라를 갖춰야하지만 코민마켓 거래소들은 쉽지 않다”며 “수익이 악화된 기존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추가적인 규제 발생으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고 폐업으로 이어지는 ‘연쇄작용’이 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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