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孫이냐 ‘디지털’ 崔냐
‘창조’의 孫이냐 ‘디지털’ 崔냐
#1. 부산 출신의 서울대 81학번 새내기 둘은 서로 잘 아는 친구 소개로 인연을 맺었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대라 학교 분위기는 침울했다. 인문대 앞에서 종종 공을 차며 암울한 시대의 시름을 달랬다. 가끔 당구장에서도 만났다. 한 친구는 당구보다 술을, 다른 친구는 술보다 당구를 좋아해 당구장에서 술집으로 자리가 이어졌다. 대학 시절 둘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한 명은 사회 현실에 관심이 많은 이른바 ‘운동권’이었다. 다른 한 명은 실존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그 역시 암울한 현실에 피가 끓었지만 운동권 문화가 너무 무모하고 경직적이라고 여겨 몸을 담지 않았다.
#2. 젊은 시절 전혀 다른 길을 걸었던 둘은 교육업계에서 다시 만났다. 스타 강사로 사교육 시장의 맹주로 통하던 한 명은 흔히 지탄의 대상이던 사교육을 기업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회사 설립 후 10년 사이 청소년부터 성인,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까지 교육시장의 가치사슬을 장악하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한 명은 대기업 계열로 국내 굴지의 교육업체 대표 자리에 올랐다. ‘출판업계의 미다스 손’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고속 승진한 그는 대표 취임 후 끊임없는 혁신으로 회사의 체질을 확 바꿔놨다. 지금은 ‘혁신 전도사’로 불리는 그는 종이 콘텐트 중심인 회사를 온라인과 모바일 시대를 이끌 수 있도록 바꿔가고 있다.
당구를 좋아하고 실존 문제에 빠졌던 한 명은 서양사학과를 나온 손주은(50) 메가스터디 대표다. 운동권 출신으로 대기업 계열사 대표에 오른 다른 한 명은 국문학과를 졸업한 최봉수(50) 웅진씽크빅 대표다. 10월 18일 저녁 서울 시내 한정식집에서 마주한 그들은 바로 어제까지 계속 만난 사람처럼 서로 스스럼없이 대했다. 2008년 말 최 대표가 웅진씽크빅을 총괄하면서 가끔 갖던 술자리도 뜸했던 두 사람은 오랜만에 얼굴을 봤다. 회사가 파주와 강남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따로 만나기 어려워 전화만 자주 했다.
대학생 시절 만난 30년 지기사회에 나와선 학원 강사와 출판사 편집자로 다시 엇갈렸던 두 사람은 10여 년 전 우연찮게 다시 만났다. 당시 손 대표는 사업 확장의 방법으로 출판사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고, 김영사에 다니던 최 대표는 유명 인사였던 손 대표의 책을 내고 싶어했다. 그 후 만남이 이어졌다. 손 대표가 한창 강사로 뛰던 시절에는 밤늦게야 강의가 끝났기 때문에 최 대표와 다른 친구가 먼저 만나 저녁을 먹고 자정 너머까지 기다려 차를 마시고 헤어지곤 했다.
중간 중간 끊어지긴 했지만 30년 가까이 이어진 인연은 세월의 더께만큼 두터웠다. 다른 친구의 안부를 전하고 근황을 물을 때는 둘 다 눈이 반짝였다. 둘을 이어준 정치·선거 전문 사이트인 폴리뉴스의 김능구 대표는 각자 가끔 본다고 했다.
최봉수 대표는…
자존심 강한 혁신 전도사사회를 바꾸려는 꿈을 꿨던 청년은 지금 교육업계의 미래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사회 현실에 관심이 많아 이른바 운동권이었던 그는 노동현장을 경험하기 위해 울산으로 내려가 공장에 취직했다. 제때 학교를 마치지 못한 그는 1988년 뒤늦게 학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김영사에 들어가면서 출판업과 인연을 맺은 그는 1년 만에 편집자가 됐다. 그 후 중앙M&B와 랜덤하우스중앙을 거쳐 2005년 웅진씽크빅 단행본 부문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편집자별로 각기 다른 전문 브랜드를 도입한 임프린트 시스템을 적용해 업계 10위권이던 이 부문을 1위로 끌어올렸다. 이런 성과를 높이 평가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2008년 말 그를 웅진씽크빅 총괄 대표로 선임했다. 윤 회장은 최 대표를 가리켜 “자존심이 워낙 세 내버려둬도 잘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신임이 두텁다.
윤 회장은 그가 혁신 전도사라는 대목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지난해 1월 본사 직원 가운데 고과성적 B등급 이상인 우수 인력 10%를 선별해 ‘이노오션그룹’이라는 혁신 조직을 만들어 사내 혁신을 꾀하고 있다. 애초 포스코에서 벤치마킹했던 ‘행가래’라는 혁신 제도를 포스코가 다시 배우러 올 정도로 혁신과 창의가 돋보이는 조직으로 바꿔놨다. 또 웅진에듀프리카드와 중등교육사업단을 새로 만들고 원가절감과 수익구조 개선 등에 힘을 쏟아 지난해 사상 최초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사내벤처 1호를 만들기도 했다.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손 대표가 음료수를 마셨지만 부딪치는 잔에 잔잔한 정이 묻어났다. 특히 최 대표가 8년여 전 손 대표에게 입시 컨설팅을 받았던 조카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박장대소하며 추억에 잠겼다. 최 대표가 자신의 조카를 기억하느냐고 묻자 손 대표는 “옥수동 살던 애”라고 답해 최 대표가 깜짝 놀라기도 했다. 당시 장안의 스타 강사였던 손 대표는 선착순으로 접수를 받아 꼬박 이틀 동안 입시 컨설팅을 했다. 최 대표의 처형은 가까스로 새벽 3시에 예약을 했는데 집안 저녁 자리에서 그게 화제가 됐다. 손주은이란 이름을 들은 최 대표는 “어, 내 친군데 다른 시간으로 부탁 한번 해볼게”라고 말했다. 그는 “제발 밤 12시 전에 잡아달라”고 했다며 껄껄 웃었다.
옛얘기로 웃음꽃을 피우던 둘은 경영자답게 사업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새 사업 진출과 교육시장 관련 정보 교환 등에 대한 문답이 오갈 때는 농담을 하더라도 긴장이 흐르곤 했다. 현재 두 회사는 중등부 온라인 시장 정도를 빼고는 교육시장에서 직접 경쟁하진 않는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플릿PC가 관심을 끄는 등 시장환경이 바뀌거나 타깃 확대 등 사업 전략이 달라지면 언제든 부닥칠 수 있다. 아무리 친해도 경쟁자로 만나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당장 웅진씽크빅의 학원 진출설 얘기가 나왔다.
“학원 한다며?”(손주은)
“와전된 거야. 우리는 시설형 사업이나 학원 사업에 관심이 없어.”(최봉수)
“그럼 그런 얘기가 왜 돌지?”(손주은)
“영어와 수학 동영상 강의 콘텐트를 만들어 학원 등에 뿌리려고 하는데 그러자면 직접 전국에 거점 학원을 몇 개 확보할 필요가 있지. 모델 만들어 분위기를 띄워야 하니까. 그래서 그런 얘기가 나왔겠지.”(최봉수)
“그렇지, 웅진이 (학원) 할 일이 없는데….”(손주은)
학원이 아니라도 중등 시장에서 두 회사가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년 사이 초등학생 수가 100만 명가량 줄어들면서 학습지, 학원, 온라인 등 사업자별 영역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중등 시장이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애초 대입 전문이던 메가스터디는 초·중등부 교육사이트 엠베스트를 앞세워 중등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웅진씽크빅도 ‘영어책 읽기’ ‘씽크U 수학(고학년 온라인 수학 학습지)’ ‘아이룰(PC공부방)’ 등을 개발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 대표는 “콘텐트 교수 모델 제공자로 유아부터 중등까지 영어·수학 부문의 1등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습지 교사와 전집 판매 조직을 기반으로 온·오프 통합 교육 기업을 만들 목표다. 그래서 학습지를 마치고 학원 등으로 가는 초등학생 고학년 층과 중학생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와 관련된 콘텐트는 동영상 강의로 만든다. 그래야 해외 진출도 쉽기 때문이다. 12월에 본격 영업을 시작한다. 내년 말까지 유아 대상으로 확장한다.
두 회사는 성인 교육시장에서 이미 한 번 맞붙은 경험이 있다. 서로 자회사를 만들어 공무원·자격증 시험 시장에서 경쟁한 결과 웅진패스원이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의·치학 전문대학원과 로스쿨 분야에서는 메가스터디의 메가엠디가 절대 강자다. 웅진패스원이 우세를 보인 분야에서 재빨리 방향을 틀어 자리를 굳건히 잡았다. 메가엠디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의 2.5배 수준으로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손주은 대표는…
집중력 탁월한 교육업계 맹주1997년 겨울 어느 날 손주은 대표는 새로 이사한 집에서 케이블TV를 켜놓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다 홈쇼핑 방송을 보는 순간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언젠가 홈쇼핑이 뜨면 백화점은 사라질 텐데 그렇다면 오프라인 학원도….” 국내 온라인 교육시장의 절대강자인 메가스터디의 손주은 대표가 온라인 교육사업을 구상한 계기다. 87년 3월 진로를 고민하던 중 생활비나 벌려고 시작한 과외 아르바이트에서 번듯한 학원 사업가로, 그리고 장안의 학원가에서 ‘지존’으로 불리는 특급 강사로 변신을 거듭한 그가 강사로서 정점에 서서 새로운 미래를 그린 실마리였다.
그는 2000년 7월 대치동에서 잘나가던 학원 강사와 원장을 끌어들여 자본금 3억원으로 메가스터디를 설립했다. 그로부터 10년. 메가스터디 자체 매출만 2400억원이 넘고, 자회사 5개도 모두 고속 성장하고 있다. 예전부터 과외든 뭐든 ‘죽을 각오로’ 했던 그여서 지금껏 일군 부(富)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놀라운 집중력과 끈기를 보였다. 이틀 연속 입시 컨설팅을 했고,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강의를 했다. 구기 스포츠를 좋아하는 그는 특히 프로야구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야구 해설가인 허구연씨와도 친분이 있다. 언젠가 프로야구단을 세우거나 인수할 꿈도 있다. 브랜드 파워가 있다면 초기 시장에 무리하게 들어가지 않아도 안착할 수 있다는 ‘4번 타자 경영론’도 야구 사랑과 무관하지 않다.
자회사 이야기를 나누다 최 대표가 EBS 관련 질문을 던졌다. 정부가 EBS 교재에서 수능 문제의 70%를 출제할 예정이어서 메가스터디로선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EBS 영향이 얼마나 갈까?”(최봉수)
“글쎄, 우린 폭탄 맞은 셈이지.”(손주은)
“그나마 비슷한 일이 벌어졌던 2004년 때보다는 피해가 작아. 당시 온라인밖에 없었는데 3분기와 4분기 매출이 한 해 전보다 29%나 줄었지. 근데 올해는 10% 감소 정도야.”(손주은)
회사 이야기는 자연스레 사람 문제로 이어졌다. 동병상련의 화두였다. 어느 기업이나 결국 사람이 중요하지만 교육기업에서는 특히 사람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 대표가 “어느 날 애지중지하던 스타 강사가 떠나면 상처받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미 많이 겪은 일이라 덤덤하다”고 답했다. 무뚝뚝하게 말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메가스터디가 승승장구한 비결은 철저한 스타 강사 시스템으로 무한 복제가 가능한 교육 콘텐트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학연이나 지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시장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을 뽑았다. 유명 강사라도 수강료 수입의 23%만 지급하는 원칙을 지금껏 고수하고 있다. 돈을 더 주고 유명 강사를 싹쓸이할 수도 있었지만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메가스터디 강사의 수강료 수입 비율은 오프라인 학원의 절반 수준이지만 메가스터디의 회원 수가 많아 총수입은 훨씬 많다.
최 대표는 2008년 말 대표 취임 직후 경험담을 들려줬다. 윤석금 회장이 갑자기 대표 발령을 냈을 때다. 학습지와 전집 부문이 전체 매출의 80%에 이르는 회사라 연말이면 영업사원을 격려하는 각종 시상 행사를 많이 연다. 그런데 마음의 준비 없이 대표직을 맡아 사람들 앞에서 격려사를 읽는 일도 서툴 때였다. 달달 외워서 단상에 섰는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영업직인 ‘현장 식구’들이 최 대표의 기를 받으려고 손이라도 잡겠다며 난리였다. 그러는 사이 어느 한 사람의 손을 잡았는데 자신의 손보다 훨씬 두텁고 투박했다. 순간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이게 바로 웅진씽크빅을 떠받치는 힘’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북돋울지가 그의 머릿속을 항상 맴도는 과제다. 본사 직원들에게는 그때 감동을 전하며 분발을 요구한다.
교육시장 키우자는 같은 생각, 다른 전략저녁 자리가 길어지면서 밤도 깊어 갔다. 손 대표가 담배를 물고 있는 시간도 길어졌다. 교육시장의 미래와 두 회사의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고민하는 얘기로 주제가 넘어갔기 때문이다. 둘은 교육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점에선 한목소리였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대표 교육기업으로서 교육주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도록 시장을 키우고 투명성을 높이자고 입을 모았다.
대학 때처럼 삶의 철학이 달라서일까? 경영자로서 본능일 수 있는 위기의식은 똑같이 느끼고 있었지만 자신의 회사를 키울 전략과 방법은 달랐다. 온라인과 모바일 환경에 대응하는 대목에선 겹치는 부분이 많았지만 기본적으로 강조하는 노선은 갈렸다. 올해 회사 창립 10주년을 맞은 손 대표는 자신과 시장 환경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그는 “사업가로서 능력이 되느냐, 제대로 살고 있는 거냐, 사교육의 모순을 해결하려고 기업화를 이뤘는데 과연 긍정적이었을까, 사업이란 게 사람과 관계가 엄청 늘어나는데 나 자신의 마모를 견딜 수 있느냐”고 숱하게 스스로에게 묻는다.
메가스터디를 둘러싼 교육 생태계도 달라지고 있다. 인구학적으로 머지않아 입시생이 크게 줄어 입시 위주의 사교육시장 규모 역시 점차 줄어들 공산이 크다. 사교육은 산업화 세대들이 자신의 경험을 후세에 이식시키려는 과정에서 생겨난 산물인데, 압축 성장으로 산업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사교육도 이제는 체질개선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손 대표는 이런 개인적·사회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래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조직에 관해서라면 자신이 없어도 잘 돌아가는 메가스터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메가스터디에서 손주은이란 색깔이 점점 옅어져야 회사가 더욱 발전할지 모른다고 본다. 그는 “메가스터디의 브랜드 파워와 내공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심지어 입시계에서 은퇴할 생각도 했다.
그는 “미래 기업은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를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학계의 예언자라 불리는 프라할라드 교수와 경영 정보기술의 전문가 크리슈난 교수가 지은 『새로운 혁신의 시대』라는 책에서 힌트를 얻었다(그는 독서가 세상과 시장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여긴다). 그는 특히 다방→커피숍→커피 전문점→커피 브랜드점의 변화에서 배울 게 많다고 했다. 커피 전문점까지는 커피라는 제품만 팔았지만 스타벅스 등 커피 브랜드점은 문화와 서비스를 팔았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는 학원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했다. 시설 조금 바꾸고 강사 몇 명 교체해선 장밋빛만은 아닌 미래 교육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요즘 ‘창조적 서비스’를 부르짖고 있다. 전통적 이윤 창출에 매달리지 말고 고객이 생각하지 못한,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재수생 대상 입시학원에서 올해 처음으로 인터넷 성적 공개 제도를 도입하며 교육비 리워드 제도인 ‘팀플’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성적 공개에 동의한다는 계약서에 서명했고, 재수 정규반에서 수능성적이 목표치 이상 오르고 목표 대학 또는 그 이상 학과에 들어가면 수업료의 70%를 돌려준다. 그 결과 6월의 모의평가에서 91.5%의 성적이 올랐다. 돈이 많이 든다는 사교육의 폐해도 간단히 해소할 수 있는 묘안이다. 첫해 최종 결과물은 내년 3월에 나온다. 영업이익이 줄어들 우려도 있지만 좋은 학생이 몰리면 매출은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다.
손 대표는 12월에 문을 여는 용인의 기숙학원에도 창조적 서비스 개념을 적용했다. 강의실은 기본이고 카페와 헬스클럽 등을 지어 청소년들이 문화 콘텐트를 즐기며 인생을 가꾸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금도 1등인 기숙학원 시장에서 확실하게 입지를 다진다는 복안이다.
“서비스를 팔아 평생 고객으로 붙든다”
그가 구상한 창조적 서비스의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좀 더 멀리 본다. 어릴 때부터 메가스터디라는 브랜드로 창조적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을 성인 교육시장에서도 붙잡아두겠다는 전략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사업환경 변화에 둔감한 건 아니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을 차근차근 공략하고 있다. 요즘 유행인 스마트폰과 태플릿PC용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도 이미 내놨다. 다만 IT(정보기술) 시장의 변화를 무리하게 뒤쫓지 않을 생각이다. 메가스터디의 브랜드 파워와 콘텐트의 인기를 감안하면 전혀 급할 게 없다고 여긴다.
최 대표가 짜는 미래 전략은 좀 다르다. 학습지·전집·단행본이란 오프라인 콘텐트를 디지털 콘텐트로 십분 활용해 교육업계의 변화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현재 웅진씽크빅의 매출 비중은 학습지 50%, 전집 30%, 단행본 8%, 영어사업 등 기타 부문 12% 등이다. 학습지와 전집이 전체 매출의 80%에 이른다. 경쟁사의 학습지 매출이 전체의 9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나은 편이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의 목표는 2015년까지 전체 매출을 현재의 2배 수준인 2조원대로 끌어올리면서 학습지·전집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50% 선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1조원 정도는 기존 사업에서 올린다고 볼 때 문제는 나머지 1조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최 대표는 전자책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트에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디지털 콘텐트가 절실한 KT의 투자를 받아 전집 가운데 전래동화·과학동화 등 3종을 쌍방향 이야기 책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으로 내놓는다. 연말 출시가 목표로 현재 베타 버전을 테스트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고려해 한국어판과 영어판을 동시에 제작했다. 웅진씽크빅 자체적으로 세 가지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하고 있다. 최 대표는 “모두 32개 애플리케이션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차로 기존 전집·단행본을 기초로, 2차로 영어·수학 중심의 교육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실 출판과 교육 콘텐트가 앞으로 더욱 각광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애플 앱스토어에 가장 많이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은 전자책이다. 그 가운데 교육과 책 관련 애플리케이션은 유료 콘텐트 비중이 각각 81%, 90%를 보이고 있다. 다른 콘텐트보다 돈을 벌 수 있는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유아부터 중등까지 영어·수학 부문에서 디지털 콘텐트로 1등을 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고등 부문은 정책 변수가 많아 비즈니스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디지털 콘텐트라야 해외 진출도 쉽다는 계산이다. 내년 시작할 중국 교육사업이 그렇다. 중국에 있는 웅진의 출판사에서 영어·수학·과학책을 내년 1월까지 차례로 낸다. 이 책은 중국 유치원에 교재로 들어간다. 웅진씽크빅은 이들 유치원에 온라인 교수 모델을 무료로 제공해 유치원 데이터 베이스를 확보할 계획이다. 그걸로 또 다른 유치원 교육사업을 벌인다는 복안이다. ‘영어책 읽기’ ‘씽크U 수학’ ‘아이룰’ 등도 비슷한 개념의 디지털 콘텐트 교수 모델 제공 사업이다.
두 사람의 사업 전략은 다르지만 친한 사이인 만큼 해외 진출이나 새 사업에서 힘을 모을 여지도 있다. 2006년 초 최봉수 대표가 웅진씽크빅으로 회사를 옮겼을 때 손주은 대표는 “고등 부문 1위와 초등 부문 1위가 합병하면 시너지 효과가 대단할 것”이라고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기업문화가 다르고 지배구조도 다르지만 굳이 따로 애를 쓰며 힘을 뺄 필요가 없다. 이날 저녁 자리에서 두 사람은 “교육주 붐을 일으키는 데 협력하자”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의 30년 인연이 국내 교육업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기폭제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남승률·정수정 기자 nam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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