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게임의 ‘청출어람’
소셜 네트워크 게임의 ‘청출어람’
요즘 인기 상한가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 페이스북 및 마이스페이스와 사실상 동업하고 있는 IT 업체. 인터넷 성공 신화의 주인공인 구글과 러시아 벤처 캐피털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은 성장기업. 뉴욕 타임스로부터는 ‘게임 업계의 구글’이라는 칭송을 받은 게임 회사. 이런 엄청난 관심의 주인공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징가(Zynga)다.
2007년 7월 설립된 이 업체는 SNG(소셜네트워크게임) 개발·공급사다. 이 회사가 만든 게임은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 같은 SNS 사이트를 플랫폼으로 삼는다. 말하자면 이들 사이트에 장착되는 것이다. 개인이 단독으로 PC에 소프트웨어를 받아 즐길 수 없다. 해당 사이트에 가입해 무료로 즐기면서 소셜 네트워킹도 함께할 수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소셜 네트워킹으로 연결된 이웃과 함께해야 더욱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페이스북에 장착된 징가의 SNG로는 팜빌이 대표적이다. 팜빌은 가상 농장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과수를 기르고, 가축을 사육하면서 수확에 따라 팜코인을 벌어 이를 바탕으로 씨앗, 가축, 건물, 장식물 등을 구입하는 한편 농장 크기도 늘려 가는 방식이다. 소셜 네트워킹을 함께하는 사람이 이웃으로 등록되면 이를 바탕으로 서로 비료를 뿌려주거나 가축 등을 선물로 주면서 농장 확장 속도를 더 빨리 할 수 있다. 소셜 네트워킹의 입장에서 보면 함께 게임을 즐기면서 서로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할 수 있다. SNG는 말 그대로 소셜 네트워킹과 게임이 이상적으로 결합한 방식이다.
가상농장 아이템 연간 2억 달러어치 팔아2009년 6월 서비스가 시작된 이 게임은 2010년 9월 말 현재 62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메가톤급이다. 페이스북 전체 이용자의 10%에 해당하는 숫자다. 징가는 이와 함께 2010년 6월부터 아이폰·아이패드·아이터치 등에서 쓸 수 있는 팜빌 앱도 서비스하고 있다. 앱을 이용해 팜빌을 즐기는 사람은 2460만 명에 이른다. 징가의 게임을 매달 한 차례 이상 이용하는 고객이 2억3700만 명, 매일 이용하는 이용자가 6700만 명에 이른다.
징가는 가상 수족관을 키워 가는 피시빌, 가상 식당을 운영하며 늘려 가는 카페월드, 가상의 마피아 게임을 즐기는 마피아 워스, 거대한 버추얼 세계를 체험하는 요빌, 카드게임을 즐기는 징가 포커 등도 페이스북에 서비스하고 있다. 방식은 팜빌과 비슷한 편이다. 모두 중독성이 강해 소셜 네트워킹보다 게임을 위해 SNS를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게임에 접속해 즐기는 것은 무료다.
하지만 수익 모델이 있다. 팜빌의 경우 이용자에게 가상 화폐인 팜캐시를 파는 것이 주 수입원이다. 팜빌에서는 농사로 벌어들이는 팜코인으로 일상적인 농사와 농가 가꾸기에 필요한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매력적인 작물이나 가축, 건물, 장식물, 산물 등은 팜코인으로 구입할 수 없다. 반드시 팜캐시로만 구입해야 하는데, 팜캐시는 며칠에 걸쳐 가상 농사를 지어 팜빌 레벨을 하나 높일 때 겨우 한 개가 생긴다. 정상적으로 농사를 지어서는 팜캐시 아이템은 거의 구입할 수 없다. 대신 팜캐시를 신용카드로 구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진짜 돈 10달러로 팜캐시 55개를 구입할 수 있다. 가상 농사를 지어 얻는 팜코인도 신용카드로 살 수 있는데 진짜 돈 10달러에 1만5800개의 팜코인을 얻을 수 있다. 진짜 돈을 쓰면 힘들여 농사를 짓지 않고도 많은 아이템을 주무를 수 있는 것이다. 농사만 지어 가상 농장 규모를 늘리려면 소셜 네트워킹을 열심히 해 이웃을 늘리고 수확해 얻는 팜코인을 어느 정도 확보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신용카드를 이용해 팜캐시를 구입하면 간단히 레벨을 올릴 수 있다. 자신이 쓰는 것은 물론 소셜 네트워킹에서 만난 친구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를 구입하는 것과 흡사한 방식이다.
이렇게 가상 화폐인 팜캐시를 팔아 징가가 벌어들이는 돈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2009년 2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에는 6억 달러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8월 징가를 보도하면서 올해 5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징가는 9월 들어 올해 자사 매출 목표를 6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뉴욕 타임스는 징가가 플랫폼인 페이스북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징가는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6개월 만에 사용자가 1억 명을 넘었다. 하지만 정작 그 플랫폼인 페이스북은 시작부터 사용자가 1억 명을 넘어서기까지 4년6개월이 걸렸다.
징가는 지난해 초 375명에 불과했던 직원을 올해 9월까지 750명으로 늘렸으며, 10월 5일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게임 개발사 본파이어를 인수해 ‘징가 댈러스’로 개편하면서 전체 직원이 모두 1250명이 됐다. 올해 2월 인도 벵갈루루에 자회사인 징가 인디아를 설립하면서 처음으로 해외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다양한 게임과 관련한 솔루션 개발에 대비해 인건비가 싼 인도에 일부 작업을 맡길 계획이다.
2007년 7월 여러 기업으로부터 2900만 달러의 벤처 자금을 융통해 설립된 징가는 현재 자산가치가 45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면서 벤처계의 큰손들로부터 많은 투자도 받았다. 2009년 12월에는 러시아의 ‘디지털 스카이 테크놀러지’가 1억8000만 달러를 주고 징가의 지분 일부를 사들였다. 넷스케이프 창업자인 마크 앤드리센도 2억 달러 이상을 들여 지분을 매입했다. 올 들어서는 구글이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3억 달러를 징가에 투자했다.
구글·소프트뱅크 징가에 3억 달러 투자구글은 이를 바탕으로 징가의 SNG를 안정적으로 공급 받아 SNS 사업에 뛰어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게임 없는 SNS 사업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SNS에서 글과 사진을 올리고 댓글이나 다는 것을 따분하게 여기는 ‘적극적인 이용자’ 덕분에 SNS는 게임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SNS와 SNG의 만남은 대표적 윈-윈 사례다.
전망도 밝다. 미국 미디어 전문 리서치 업체 스크린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2008년 7600만 달러 수준에 지나지 않던 SNG 분야 매출은 2009년 6억3900만 달러로 급성장했다. 징가의 히트작 팜빌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8억26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에는 10억 달러, 2012년에는 12억 달러를 넘어 2014년에는 1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마케팅 조사에 따르면 미국 인터넷 이용자의 25%가 SNS를 하다가 게임 아이템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 여기에 구글이 징가의 새로운 SNG라도 들고 SNS 사업에 뛰어들 경우 시장은 비약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와 애니메이션 업계의 귀재로 불리는 드림웍스의 CEO 제프리 카젠버그는 경력을 다시 시작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마크 핀커스처럼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징가의 공동 창립자 가운데 한 명인 마크 핀커스는 현재 44세로 징가의 CEO를 맡고 있다. 유펜(유니버시티 오브 펜실베이니아)을 마치고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받았다. 금융 분야에서 일하다 IT 벤처 사업가로 변신했으며 여러 IT업체를 창업해 가치를 높인 뒤 큰 기업에 파는 일을 되풀이해 왔다. 회사 이름 징가는 그가 키우던 불독의 이름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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