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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차세대 연료전지 전쟁

불붙은 차세대 연료전지 전쟁

마셔도 괜찮은 전지산(battery acid: 축전지에 사용되는 희석된 황산)이라고? 사실이다. 세계 최고의 연료전지를 개발하려는 경쟁이 너무도 치열하다 보니 중국의 억만장자로 전기자동차회사 비야디(比亞迪·BYD)를 세운 왕촨푸 회장은 약간의 쇼맨십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방문한 기자들 앞에서 비독성 전해액 한 잔을 꿀꺽 들이켰다. 현재 실험 중인 100% 재생 가능한 전지에 사용되는 액체다.

맛이야 괜찮을지 모르지만 차세대 전기차의 동력원으로 적합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대중시장을 겨냥한 최초의 전기 플러그인 자동차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GM의 시보레-볼트와 신형 플러그인 도요타 프리우스가 올가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전기차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지 기술은 말 그대로 아직 중세 수준이다. 1990년대 초 개발된 리튬이온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현재의 연료전지는 비쌀 뿐더러 성능도 형편없다. 자동차 가격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1회 충전으로 가능한 주행 거리도 미국인들의 평균 출퇴근 거리에 겨우 미칠 정도다. 하지만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캘리포니아주 같은 곳에선 신분을 상징하는 차량이 됐다)의 성공이 지난 몇 년간 연료전지의 연구개발에 새로운 박차를 가했다.

목표는 값싼 전지의 개발이다. 전지 하나의 가격이 평균 1만6000달러에서 6000달러로 떨어지면 자동차 소유자의 약 30%가 전기차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친환경 운전자들이 형성할 이런 거대한 시장에다 정부의 지원 방침(오바마 행정부의 24억 달러 전지 연구 투자)까지 발표되면서 연료전지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회사가 크게 늘었다. MIT 출신들이 만든 A123이나 뉴욕에서 설립된 Ener1 같은 신생업체부터 미·프랑스 합작회사 존슨 컨트롤스-사프트 같은 대기업까지 다양하다. 그 다른 편에는 기세등등한 아시아의 대기업들이 포진한다.

자동차회사와의 제휴도 이미 윤곽이 드러났다. 미국 개발업체들은 GM, BMW 같은 자동차회사와 손잡았다. 아시아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부문에서 한발 앞선 도요타, 닛산, 혼다 같은 자동차회사와 계약하려 한다.

막강한 자금 동원력과 중국 정부를 등에 업은 BYD가 세계 최고의 연료전지를 만드는 경주에서 가장 유력한 업체 중 하나다. BYD는 연간 매출 40억 달러의 대부분을 일회용 휴대전화기와 경차 제조에서 얻지만 경쟁우위 요인으로 단순히 값싼 노동력에 기대는 중국 모델을 과감히 탈피해 간다. 대졸 엔지니어 1만 명 이상을 고용해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2008년엔 세계 최초로 상용 전기 플러그인 자동차를 선보였다. 최근엔 확인은 불가능하지만 리튬이온 철인산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충전 속도가 빠르고 더 오래가는 전지가 나올지 모른다는 뜻이다. 적어도 워런 버핏 같은 투자의 귀재가 그 회사의 잠재력을 인정하는 듯하다. 최근 그는 BYD 지분 10%를 인수했다.

그러나 기초 연구에선 여전히 미국이 우위다. 일리노이주 소재 아르곤국립연구소는 차세대 전지 개발을 이끌 기초과학 특허를 대량으로 출원했다. 스탠퍼드대의 과학자들은 지난해 리튬 전지의 흑연 전극을 실리콘 나노튜브로 바꾸면 축전 용량을 10배로 늘이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 팔로 앨토에 있는 신생업체 베터 플레이스는 이스라엘과 하와이 같은 실험 시장에서 전지 교환소 네트워크를 만들어 ‘1회 충전으로 가능한 주행거리가 너무 짧다’는 문제를 뛰어넘으려 한다. 전지 교환에 몇 분 정도가 걸리긴 하지만 적어도 전해액을 마셔야 하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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