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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어 OK의 유래

만국어 OK의 유래

OK라는 표현이 미국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주장한 앨런 멧캐프의 신저가 발간됐다. 우선 두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첫째, OK가 발명될 수도 있나?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지구상에서 가장 애용될 표현 OK를 만들어냈다는 말인가? 백 번 양보해 발명했다손 치더라도 단어 하나가 재즈나 야구, 전화, 아니 만화 ‘심슨가족’보다 위대할까?

첫째 질문의 답은 어처구니없지만 ‘그렇다’이다. 저서 ‘OK, 미국 최고의 단어 뒤에 숨겨진 탄생의 비화(OK: The Improbable Story of America’s Greatest Word)’에서 멧캐프는 OK가 1839년 3월 23일 보스턴 어느 신문의 한 귀퉁이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단어의 가치를 둘러싼 둘째 질문은 어떨까? 글쎄, OK가 전기보다 위대한 발명품이란 주장을 납득시키기엔 멧캐프의 책이 너무나 빈약하다. 그래도 그런 질문 자체는 상당히 흥미롭다. 그 밖에 다른 어떤 의미가 없다 하더라도 멧캐프의 물음은 일상에서 OK가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요긴하게 사용되는지 확실히 보여준다. 일단 OK라는 말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영화 ‘몬티 파이튼의 성배’에서 ‘그것(it)’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폭발하던 기사들처럼 행동할 위험이 있을 정도로 OK는 일상에서 빈번히 쓰이는 말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 하나. 세계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OK라는 말은 농담 삼아 만들어졌다. OK가 처음 쓰였던 1830년대 말, 미국 신문에서는 약어 사용이 유행했다. 멧캐프의 설명으로 미뤄보건대 당시 사람들은 썰렁한 유머감각을 지녔음이 틀림없다. 오직 그 시대 사람만 이해하는 농담이기 때문인지 ‘모두 맞음(all correct)’의 철자를 일부러 ‘oll korrect’로 틀리게 표기한 뒤 이를 ‘o.k.’라는 약자로 표현한 보스턴 모닝포스트의 기사가 왜 당시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는지 설명하는 데 거의 한 장(章) 분량이 소요됐을 정도다. 당시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던 아일랜드계 대통령 앤드루 잭슨이 문맹이나 다름없으며, 결재를 받으려 제출된 문서에 승인의 뜻으로 ‘oll korrect’의 약자인 ‘o.k.’를 썼다는 소문을 정적들이 퍼뜨리면서 OK가 유행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닌 음해였지만 “그런 비방이 없었다면 OK도 탄생하지 못했다”고 멧캐프는 말했다.

OK가 순수 농담으로만 사용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얼마 가지 않아 전신 교환원들이 ‘모두 확인됐음(all clear)’의 의미로 OK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뒤로는 세계 곳곳에 퍼져 누구나 사용하는 보편적 단어가 됐다. 굳이 따지자면 달에서 가장 먼저 사용된 단어도 OK라고 멧캐프는 말했다. 9·11의 영웅 토드 비머가 미국 국방성으로 돌진하는 비행기를 막으려고 테러범들에게 몸을 던지기 전 했던 말도 OK였다(“오케이, 한번 해봅시다”). 요즘에는 만화 심슨가족의 네드 플랜더스가 사용하는 ‘오클리 도클리’처럼 변형된 표현도 많다.

OK라는 말이 이렇게 엄청나고 다양한 매력을 갖는 이유는 뭘까? 멧캐프는 미적인 차원에서 두 글자의 대비되는 면을 “원과 별 모양, 부드러운 타원형과 직선 막대기, 여성적 O와 남성적 K의 만남”으로 설명한다. 거의 모든 언어에서 발음이 가능한 소리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한몫 한다. 최근에는 기술 발전과 함께 용도가 확장된 측면도 있다. 컴퓨터 개발 초기, 애플 프로그래머들이 사용자가 클릭하도록 만든 두 개의 명령어는 ‘실행(Do It)’과 ‘취소(Cancel)’였다. 그런데 한 시험자가 Do It 버튼을 보고 컴퓨터가 왜 날 ‘멍청이(Dolt)’라 부르느냐고 물어보면서 Do It 대신 OK 버튼이 만들어졌다. 간편한 문자 메시지가 보편화된 지금은 OK 대신 아예 K만 사용되기도 한다.

OK가 얼마나 기묘하고 경이로운 표현인지 생각해볼 때, 가장 놀라운 건 단어가 위대하거나 의식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아니라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20세기 OK는 외국인들에게 “미국의 단순함과 실용성, 낙관주의를 상징했다”고 멧캐프는 설명했다. 오늘날의 우리에게 이 단어는 “다름의 인정, 나아가 찬양을 뜻하는 미국의 2음절짜리 철학”을 상징한다. 이런 맥락에서 OK와 비슷한 표현이 많을 듯하다. 요즘과 같이 파편화된 시대에 우리의 차이점을 메워줄 짧은 2음절의 단어가 존재한다니 정말 고무적이지 않은가? OK만 못한 표현들도 있을까? 물론이다(You bet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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