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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MBA 인증 받았지만…

글로벌 MBA 인증 받았지만…

세종대 SSMBA에 다니는 캐나다 출신 라팔 프루진스키(34)씨. 대학을 졸업한 2000년께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에 왔다. 7년 넘게 공립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그런 그가 세종대 MBA 과정에 들어간 이유는 간단하다. SSMBA가 AACSB 인증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AACSB는 세계적 권위의 경영학 교육 인증제도. 미 하버드·MIT 등 유력 경영대학만 공식 인증을 받았다.

AACSB 인증을 받기 위해선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학교 설립 후 5년 이상 졸업생을 배출해야 한다. 전임교원 비율은 75%가 넘어야 한다. 산학협력 프로그램의 활발한 운영 등도 조건이다. 그래서 이 인증을 받으면 국제적 MBA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국형 MBA 중엔 고려대·서울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등 7곳이 AACSB 인증을 받았다. 프루진스키씨는 “한국의 MBA는 글로벌 MBA에 손색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6년 닻을 올린 한국형 MBA. 이제 5년 됐다. 100년 넘은 역사를 가진 영미권 MBA에 어찌 비하랴. 하지만 한국형 MBA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적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을 앞세워 알찬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한국형 MBA는 실무경험을 쌓기 좋다. 다양한 사회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경험 많은 직장인이 많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자료를 보면 한국형 MBA의 하반기 입학생은 832명. 이 중 90% 이상은 직장경험이 있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입학생도 222명에 달한다. 많은 외국인 학생이 “한국형 MBA에서 교육을 받으면 실무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교육여건과 시스템도 훌륭하다. 교환학생·복수학위 프로그램은 해외 MBA와 비교했을 때 뒤지지 않는다. 해외 명문 비즈니스 스쿨에 버금가는 교수진도 자랑거리다. 외국인 학생의 만족도가 높은 건 이 때문이다. 주한 가나 대사관의 서기관으로 근무하면서 한국형 MBA에 다니는 기드온 콰르쿠(33)는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에서 온 수준 높은 교수의 강의를 한국에서 영어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하지만 한국형 MBA를 바라보는 국내 일부 대기업의 시선은 냉랭하다. 해외 MBA 출신과 차별하는 곳이 적지 않다. 모 대기업은 2008년부터 해외 인재에 눈독을 들인다.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에서다. 미 아이비리그 MBA 출신 등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해외 채용시장을 수시로 기웃댄다. 한국형 MBA 출신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모 기업 관계자는 “해외 MBA는 수시 채용하지만 한국형 MBA는 그렇지 않다”며 “경력으로 들어와도 MBA 출신이라는 점을 모를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한국형 MBA가 해외 MBA와 경쟁하려면 국제적 명성을 쌓아야 한다. 유명 해외 MBA 교수를 초빙하고, 외국인 학생을 유치해도 모자라다. 혁신 MBA 프로그램을 도입해 세계적 권위의 경영자를 양성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춘 커리큘럼으로 무장해야 한다. 한국형 MBA가 국제 MBA 과정의 표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다. SKK GBS 로버트 C. 클렘코스키 원장은 “한국형 MBA가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이게 바로 SKK GSB가 국제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의 눈에 비친 한국형 MBA는 낭만적일 수 있다. 대기업 인사담당자의 눈엔 현실이 먼저 보이는 법이다. 그 괴리를 좁히는 건 한국형 MBA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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