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훈풍에 삼성·LG ‘들썩’
IFRS 훈풍에 삼성·LG ‘들썩’
2007년 IFRS(국제회계기준) 도입 계획이 발표된 이후 삼성전자의 조기 적용으로 2010년 2분기에 예선 경기가 시작됐다. 2011년 이 제도가 전면 시행되면 본선 경기의 막이 오를 예정이다. 모든 상장회사와 금융회사는 2011년부터 의무적으로 기존 기업회계기준인 K-GAAP가 아닌 IFRS를 적용해 결산과 실적 공시를 해야 한다. 원칙 중심, 경제적 실질 반영, 연결재무제표 중심, 공정가치 평가 확대라는 4대 원칙으로 요약되는 IFRS의 시행은 연결실적 우량주, 지주회사, 자산주 등의 수혜 기업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IFRS는 회계기준에서 미국과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는 EU(유럽연합)를 중심으로 2005년 도입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전 세계 150여 개국이 채택해 글로벌 회계표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한국이 내년에 IFRS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면 글로벌 비교 가능성을 키우고 회계 투명성을 높여 국내 기업의 회계 신인도를 좋게 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개별 기업과 증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기업에 대해 2009년부터 IFRS 조기 도입을 허용했다. 2009년 KT&G를 비롯한 14개 상장회사에 이어 2010년 삼성그룹 3개사와 LG그룹의 모든 상장사를 포함한 다수 기업이 동참했다. 국내 민간표준인 삼성전자가 2010년 1분기 실적부터 IFRS를 적용한 분기 실적을 공시해 이미 증시에서 IFRS는 큰 이슈다. 2010년 하반기에는 주요 증권사가 핵심 상장기업들에 대해 IFRS를 반영한 기업분석을 시작했다. 2011년부터 모든 상장회사가 이를 전면 도입해 앞으로 IFRS에 대한 회계당국, 금융기관, 상장기업, 그리고 투자자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회사 실적 비중 커진다 IFRS가 도입되면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내용이 전문적이지만 주식 투자자라면 한번쯤 짚고 넘어갈 만하다.
우선 연결이 주 재무제표가 된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자회사의 실적을 포함한 연결실적 중심의 실적 공시와 함께 특수목적회사와 소규모 회사도 연결에 포함돼 범위가 확대된다는 점이다. 다만 자산규모 2조원 미만 상장회사의 경우 분기와 반기 연결재무제표는 2년 동안 작성이 유예된다. 연결재무제표와 별도로 작성해 보고하는 별도 재무제표에서는 지분법을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우량자회사를 보유한 기업은 IFRS 도입이 재평가를 받을 계기로, 연결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은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개별 기업의 실적보다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실적 중심으로 회사를 경영할 것으로 예상돼 모기업보다 계열 자회사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달라지는 점은 공정가치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IFRS에서는 거의 모든 자산에 공정가치 평가를 강제한다. 특히 유형자산은 원가모형과 재평가모형을 선택적으로 적용해 자산 재평가가 가능하고, 감가상각 역시 방법과 내용연수에서 회사의 실질적 내용을 반영한다. 또 사업 결합으로 발생한 영업권은 상각을 금지하고 주기적으로 손상검사를 통해 평가하게 된다. 따라서 공정가치 평가에 따른 자산 증가, 영업권 미상각으로 인한 이익 증가, M&A(인수합병) 활성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마일리지를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항공사는 부채 증가와 함께 일시적으로 자기자본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손인식도 바뀐다. 매출채권, 대출채권 등에 대한 대손상각은 예상대손설정률에 근거한 기존의 방식에서 객관적 손상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만 발생손실추정액을 대손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이에 대손 감소로부터 이익 증가가 예상되고 일시적으로 충당금 환입으로 자본증가가 예상된다.
건설공사의 수익인식 기준 역시 달라진다. 건설공사 계약에 대한 수익인식이 기존의 공사 진행률에서 완성 시 일시에 인식하는 인도기준을 적용한다. 단, 매수자가 주요 설계구조 요소를 지정할 수 있는 경우 또는 주요 구조변경을 지정할 수 있는 경우에만 진행률에 따라 수익을 인식한다. 국내에서 아파트 분양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건설사가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증가하고 매출액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KT 비롯 자산주 긍정적 영향이외에 자본으로 인식하던 상환우선주를 특정 시점에 특정 금액을 의무적으로 상환할 의무가 있는 경우 금융부채로 인식, 정유회사의 재고자산 평가 시 후입선출법 불인정, 해운업체의 기능통화 허용, 사업부문별 영업실적 공시, 자회사 정보 공시 등이 IFRS 도입으로 달라지는 점이다. 이에 상환우선주가 많은 기업은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이자비용이 증가해 순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IFRS가 전면 도입되면 글로벌 대표기업은 해외 상장기업과 비교 가능성을 높이고 해외 업체와 실질적 비교로 글로벌 경쟁력이 향상되는 등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해외 증시 상장비와 상장 유지비가 감소하고 내부 회계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것도 긍정적 요소다.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LG화학·현대중공업·LG디스플레이 등이 관련 수혜주에 속한다.
또 연결실적이 주 재무제표화됨에 따라 연결실적 우량기업과 자회사를 통한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과 LG그룹을 중심으로 한 IT(정보기술)주,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에 성공해 턴어라운드가 본격화되고 있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주, 연결 매출액과 영업이익 대비 시가총액이 절대적으로 작은 중소형주, 대기업 계열의 성장주 등이다. 삼성전자·삼성전기·LG전자·현대차·현대모비스·LG화학·한국타이어·롯데쇼핑·고려제강·동국산업·케이피케미칼·한라공조·한일이화·동양기전·아토·성우하이텍·평화정공·대원강업·에스엘·우리이티아이·테크노세미켐·제이엠아이·베이직하우스 등이 관련 수혜주다.
지주회사의 경우 연결 대상 자회사의 영업손익을 총량으로 공시함에 따라 투자자의 관심을 높이고 보유주식 가치를 재평가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은행계열 금융지주회사는 대규모 대손충당금 환입에 따른 자본 증가와 영업권 미상각으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로 M&A와 관련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신한지주·KB금융·하나금융지주·LS·LG·GS·두산·세아홀딩스·KPX홀딩스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 자산주는 기업가치가 재평가되고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으로 안정성 지표가 강조되거나 M&A 또는 보유 유형자산에 대한 매각이나 개발가치가 부각될 경우 자산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강조될 수 있다. 태광산업처럼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이 긍정적인 모멘텀을 맞으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이다. 관련 기업으로는 KT·풍산·경동도시가스·예스코·우성사료·동일제지·신대양제지·태림포장·대한제당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M&A 및 합병과 관련한 영업권 상각이 금지됨에 따라 외환은행, 우리금융, 현대건설, 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 등의 우량기업을 인수하는 기업의 경우 영업권 상각을 하지 않고 이익증가 효과를 최대한 누리게 돼 회계처리상 승자의 저주가 아닌 축배가 될 수 있다. 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 등이 예상 수혜주다.
IFRS는 기업 실체의 변화가 아닌 회계제도의 변경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은 한계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혼란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IFRS 전면 시행은 우리나라 증시가 재평가 받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 예상한다.
연결실적이 우량한 글로벌 기업, 금융지주회사 등은 대표적 수혜 기업으로 주목 받을 것이다. 투자자가 ‘IFRS 쓰나미’에 휩쓸리지 않고 기회를 잡으려면 관련 정보와 자료를 이용할 때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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